1978년 뉴욕 양키즈, 4위로 월드시리즈 우승, 기적같은 게임1995년 13게임 뒤진 시애틀, 막판 뒷심으로 1위와 동률 이뤄가을잔치에 참여하기 위한 메이저리그 팀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미 포스트 시즌 진출이 확정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제외하고는 각 지구마다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 특히 와일드카드 경쟁이 치열하다. 내셔널리그의 경우, 플로리다 마린스, 시카고 컵스, LA 다저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아메리칸 리그의 경우, 김병현이 활약하고 있는 보스톤 레드삭스와 시애틀의 경쟁이 치열하다. 각 팀들은 시즌 막바지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사례들을 짚어봤다.

‘마지막 순간까지 1위를 장담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 2003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각 지구의 순위 싸움이 치열하다. 내셔널리그 동부 지구와 서부 지구의 경우 각각 애틀랜타와 샌프란시스코의 독주 체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정규시즌은 계속되고 있다. 비록 1, 2위 팀간의 승차가 비교적 크게 벌어져 있다 해도 결코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순위 경쟁이다. 지구 1위가 확정되는 매직넘버가 0이 되는 그날까지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어느 팀도 안심 할 수 없는 상황. 시카고 컵스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현재 라디오 방송 해설자로 활약하고 있는 론 산토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적 있다. “만약 선두 팀에 8게임이 뒤져 있다면 그건 마치 8마일 정도가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가 2위 팀에 8게임이 앞서 있다면 그건 불과 8인치 정도 차이로 작게 느껴진다.” 산토가 이 같은 말을 한 것은 순전히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이다. 그는 1969년 컵스의 주전 3루수로 그해 홈런 29개, 타점 123개로 맹활약했으나 그의 소속 팀은 지울 수 없는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1969시즌 내셔널리그 동부의 컵스는 8월 중순까지 지구 2위, 뉴욕 메츠에 9게임 반 차이로 비교적 여유 있게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정규 시즌 최종 성적은 메츠가 컵스에 오히려 8게임 앞서 마무리됐다. 중반 이후 순위 뒤집기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숱하다. 대표적인 예가 1978년 아메리칸리그 동부 지구의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즈 간의 케이스였다.

그야말로 밤비노의 저주가 다시 한번 증명된 한 해. 78년 7월 19일, 보스턴 레드삭스는 62승 28패라는 좋은 페이스로 같은 지구의 양키즈에 무려 14게임이나 앞서 있었다. 당시 양키즈의 순위는 2위도 아닌 4위. 그러나 양키즈의 반격은 이 후 시작됐다. 감독이 빌리 마틴에서 밥 레먼으로 바뀌고 8월 한 달을 19승 8패로 마감한 양키즈는 선두 보스턴에 6게임 반 차이로 따라 붙기에 이르렀다. 9월에 펼쳐진 양 팀간의 4연전을 스윕한 양키즈는 무서운 상승세로 결국 9월 중순, 보스턴에 3게임 반차까지 앞서며 아메리칸리그 동부 지구 1위가 됐다. 그러나 어이없이 선두를 빼앗긴 보스턴도 막판 뒷심을 발휘, 8연승으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패한 양키즈와 99승 63패로 동률을 이루며 두 팀은 AL 동부 타이틀이 걸린 단판 게임을 벌이게 됐다.

경기는 7회, 펜웨이 파크의 그린 몬스터를 넘긴 버키 덴트의 홈런에 힘입어 2대0, 양키즈의 승리. 결국 양키즈는 여세를 몰아 ALCS에서 켄자스시티를, 그리고 월드시리즈에서는 L.A를 차례로 연파하고 기적과도 같은 우승을 일구어냈다. 78년 AL 동부 지구 4위에서 월드시리즈까지 석권한 뉴욕 양키즈….또 한번의 정규 시즌 대역전 드라마는 1951년에 있었다. 1951시즌의 경우가 더더욱 극적이었던 이유는 78년 케이스보다 정규 시즌이 한달이나 더 진행된 8월 11일, 내셔널리그 1,2위 팀 간의 승차는 13.5게임이었다. 그러나 이 후 정규 시즌 종료시까지 부동의 선두를 지키던 L.A는 26승 23패로 승률 반타작 정도에 그친 반면 뒤져있던 뉴욕 자이언츠는 37승 7패라는 질풍노도와 같은 페이스로 결국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타이를 이루었다.

두 팀은 3전 2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가지게 됐고 3차전서 터진 그 유명한 바비 탐슨의 9회 스리런 홈런으로 뉴욕 자이언츠가 승리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1951시즌 당시 자이언츠의 감독은 레오 듀로셔, 그리고 뒤집기를 허용한 다저스의 그 해 주전 1루수는 길 허지스였다. 그러나 이 글의 처음에 언급한 1969시즌, 듀로셔가 이끈 컵스는 허지스가 감독으로 있던 메츠에 통한의 역전을 당하고 만 것. 허지스의 18년만의 복수였던 셈이다. 굳이 과거의 예를 찾지 않더라도 90년대 들어서도 많은 정규 시즌 역전 드라마는 존재했다.

93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7월말까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10게임차로 뒤져 있었으나 이런 열세를 뒤엎고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타이틀을 따낸 바 있고 1995시즌엔 8월초까지 선두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에 13게임이나 뒤져있던 시애틀 마리너스가 결국 동률로 정규 시즌을 마감한 후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극적인 경우도 있었다. 78년 양키즈가 일궈낸 기적의 주인공, 버키 덴트는 이러한 정규 시즌 역전 드라마는 팀원들이 모두 건강하고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이 바탕이 될 때에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가 응원하는 어느 팀이 비록 선두권에서 멀어져 있다고 낙심하지 말자. 기적은 얼마든지 이루어 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야구란 재미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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