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이 희망을 일궈준 시카고를 떠나 플로리다로 이적했다.‘주전 1루 자리를 차지하라’최희섭(24)이 시카고 컵스에서 플로리다 말린스로 전격 트레이드되었다. 최희섭의 에이전트 이치훈씨에 따르면 이번 트레이드는 지난 8월부터 준비돼 3개월 만에 이뤄졌다. 최희섭이 먼저 시카고 구단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벤치에 앉아서 동료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아야했던 최희섭의 마음 고생이 컸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플로리다는 최희섭이 충분히 주전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팀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희섭의 주전 가능성을 분석했다.

플로리다의 1루는 무주공산인가?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신성 미구엘 카브레라가 버티고 있고, 제프 코나인이라는 백전노장도 있는데 최희섭이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게 살펴보면 최희섭이 확실한 기회를 잡았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카브레라는 우익수로 수비 위치가 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즌의 대부분을 3루수와 외야수로 보냈다. 또 유격수로의 복귀는 수비력(푸트워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의 문제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현재 플로리다에는 후안 앤카나시온이란 우익수가 버티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 345만 달러의 적지 않은 연봉에도 불구, 그저 그런 성적(OPS 0.759)을 올리고 있어 구단은 그를 방출대상에 올려놓은 상태.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상당한 수준의 선수가 아니라면 B급 유망주도 잘 내주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대세다. 앤카나시온을 트레이드하려면 비슷한 연봉의 선수를 데려와야만 하는데 플로리다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이에 방출을 고려하고 있는 것. 플로리다의 복안은 앤카나시온이 떠난 자리를 카브레라가 지키고, 이제 한창 전성기에 접어든 마이크 로웰을 3루수로 묶어둔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로웰은 이제 겨우 29세에 불과하고, 올 시즌 연봉도 390만 달러에 머물러 플로리다는 엔카나시온보다 로웰을 선호하는 것. 만약 로웰과의 장기계약에 실패할 경우 플로리다는 로웰의 트레이드를 추진할 전망이다. 로웰은 앤카나시온과는 달리 많은 팀들이 탐내고 있어 트레이드는 쉽사리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3루는 카브레라가 맡고, 우익수와 좌익수는 제프 코나인과 토드 홀랜스워스를 비롯한 노장들과 유망주들이 플래툰 체제를 이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플로리다의 1루는 비어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싱글 A에서 뛰고 있는 1루수 유망주 제이슨 스톡스도 2005년이나 되어야 빅 리그를 넘볼 수 있을 것으로 평가돼 2004시즌 플로리다의 개막전 1루수는 최희섭의 차지가 될 공산이 매우 크다.

최희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메이저리그 정상급의 1루수라고 할 수 있는 데릭 리와 사실상의 맞 트레이드(추후 지명되는 선수가 특급 유망주인 경우는 거의 없다)가 되었다는 점은 플로리다가 최희섭의 가치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플로리다는 지금 97년 우승이후 케빈 브라운, 게리 세필드 등 정상급 선수들을 대거 트레이드했던 때와는 다르다. 팀의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플로리다 구단이 최희섭에 거는 기대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희섭이 내년 시즌 초반 빠른 시일 안에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플로리다는 또 다른 계획을 세우게 될 수도 있다. 스프링캠프를 포함한 시즌 초반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희섭은 타 구장보다 넓은 외야를 적절히 이용할 줄 아는 지혜와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인 탁월한 선구안도 더욱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스트라이크를 골라낼 수 있는 눈을 바탕으로 본인이 기다렸던 공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공격적인 타격자세도 중요하다. 특히 1루수로서 반드시 보여줘야 할 파워 넘치는 배팅도 필요하다. 시카고 컵스 시절의 최희섭은 항상 기대주였다. 그런 그가 트레이드된 것은 부상을 떠나 시카고 구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유망주를 배려하기로 잘 알려진 플로리다는 시카고보다는 조금 더 기다려 줄 것이다. 그러나 최희섭은 충실한 겨울을 보내고, 스프링캠프부터 다부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만년 유망주로 전락할 수 도 있다. 최희섭은 트레이드를 통해 분명 기회를 잡았다. 꿈을 이루는 곳이 어디인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처음 출발한 곳이 아니라고 해서 낙심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스스로 원해서 이뤄진 트레이드라면 더욱 더 그렇다. ‘Defending World Champion’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자리매김하는 ‘Big Choi’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