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쉴링이 트레이드를 통해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하면서 내년 시즌 보스턴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에 조금 차질이 생겼던 김병현에게 또 하나의 큰 문젯거리가 생겼다. 올 시즌 마무리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쳤던 셋업맨 스캇 윌리엄슨이 만약 FA에서 마무리 키스 풀크를 영입할 것이면 자신을 선발 투수로 돌려달라고 공식 요구를 한 것. 그는 인터뷰에서 “어떻게 본다면 풀크는 보스턴에서 나의 입지를 흔들리게 하고 있기에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만 보지는 않는다. 나는 보스턴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곳에 남고 싶고, 내년 시즌 팀이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될 때 팀의 구성원이 되고 싶다.

그렇기에 만약 나를 마무리로서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 선발 투수로 기용해 달라. 나는 명백히 선발로서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또 언제나 선발 투수로 복귀하길 희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윌리엄슨은 내년 시즌 보스턴의 새로운 마무리 후보로서 급부상하고 있었다. 주전 마무리 김병현이 플레이오프에서 크게 흔들린 데다가 몇 가지 불미스러운 사건을 터뜨려 더 이상 마무리로 뛰기 힘들었던 요인이 있었다. 여기에 윌리엄슨 본인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디비전 시리즈에서 5이닝을 던지며 2승 무패 방어율 0.00, 뉴욕 양키스와의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프랜차이즈 기록인 3세이브를 거둬 언론과 구단 프론트로부터 상당한 믿음을 얻었기 때문. 그러나 최근 보스턴 구단은 FA 마무리 최대어 키스 풀크에게 3년 계약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뒤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그의 영입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탐 고든을 대안으로 생각하면서 적극적인 영입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한 것이 윌리엄슨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27살의 윌리엄슨은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선발 투수로 활약을 했던 선수. 1999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중간 계투로 데뷔를 하면서 12승 7패 19세이브 방어율 2.41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후로도 그 보직을 유지했지만, 다음 시즌 본인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서 선발로 전환한 뒤 10번의 선발에서 3승 3패 방어율 2.93이라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기도 했었다. 그러나 2001년 워낙 그 때까지 어린 나이에 무리를 한 탓인지 팔꿈치 부상을 당해 시즌 대부분을 쉬었던 윌리엄슨은, 이후 2002년 복귀를 해서는 그의 부상 부위를 보호한다는 구실과 데니 그레이브스가 선발로 돌아선 이상 마무리를 맡아 줄 확실한 선수가 필요하다는 팀의 정책 때문에 본인의 의사와는 달리 불펜에 계속 남아 있었던 것이다.

윌리엄슨은 “나는 7,8이닝 정도는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팔을 지니고 있다. 선발 투수로서의 임무를 완수해내는 것에 의심을 한 적이 없다. 경기에서 어떻게 힘을 조절해야 하는지 알고 있고 두 종류의 속구, 두 종류의 슬라이더, 스플리터와 체인지업을 지니고 있으며 컨트롤 또한 해낼 수 있기에 이들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자신의 계획을 밝히기까지 했다.현재 보스턴의 선발 로테이션에는 페드로 마르티네즈-커트 쉴링-데렉 로우-팀 웨이크필드가 자리를 잡은 가운데 남은 한 자리가 비어있는 상태이다. 김병현이 무난히 이 자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였지만 스캇 윌리엄슨이라는 복병이 나타나면서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상황. 게다가 윌리엄슨이 “우리 팀에는 마이크 팀린과 앨런 엠브리라는 뛰어난 셋업맨들이 있으니, 나를 트레이드 시키거나 선발로 뛸 기회를 달라. 선발만이 내가 보스턴에 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기에 테오 엡스타인 단장으로서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은 현재 쉴링의 영입으로 페이롤이 사실상 포화 상태까지 다다른 상황이다. 그렇기에 대다수 언론과 전문가들은 12월 7일까지 그들이 어떤 고액 연봉자의 트레이드를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이 팀 내의 연봉 조정 자격이 있는 선수를 넌텐더로 풀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트레이드든 넌텐더든 보스턴을 떠나게 될 선수는 누가 될 것인가. 올 시즌 325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던 김병현과 160만 달러의 윌리엄슨, 155만 달러의 스캇 사우어벡을 수면 위로 올려놓고 본다면, 김병현은 당연히 지금의 상황이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윌리엄슨과의 악연은 시즌 막판에서 뿐만 아니라 오프 시즌에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