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라이언 킹’이 아니라 ‘승짱’이라 통하는 롯데 마린스의 이승엽(28)이 일본서 본격적인 몸 풀기에 돌입했다.이승엽은 팀의 스프링캠프 첫날인 지난 1일, 일본 가고시마의 가모이케 구장에서 등에 ‘36/Lee’라고 쓰여진 줄무늬 롯데 유니폼을 입고 실전에 대비한 맹훈련을 시작했다.훈련 첫날인 만큼 풀스윙 보다는 60~70%만 힘을 실어 짧게 끊어 치는데 주력했던 이승엽은 오후에 실외 타격연습에서 친 볼 30개 가운데 하나를 오른쪽 담장으로 훌쩍 넘겨 홈런왕 다운 그 면모를 슬쩍 과시했다. 그가 앞으로 어떤 방망이를 쓸 것인가도 관심의 대상이다. 그는 방망이 선택에 대해 “앞으로 일주일 내로 시즌에 사용할 방망이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승엽은 이 훈련에서 주전 1루수 경쟁자인 후쿠우라 가즈야(29)와 함께 롯데의 유망주인 내야수 매트 프랑코(35), 주장 코사카 마코토(31) 등과 같은 조에 편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캠프에서 이승엽은 바비 밸런타인 감독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해야 후쿠우라 가즈야, 프랑코 등과 함께 벌이게 될 치열한 주전 1루수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특히 후쿠우라는 3년 연속 3할 타율을 올려 밸런타인 감독으로부터 일찌감치 인정을 받았고 프랑코 또한 1루 수비가 가능한 전천후 유망 용병 내야수로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1루수 포지션은 팀내에서 쟁탈전이 가장 치열한 상황이다. 이에 밸런타인 감독은 이승엽에 대해 “훌륭한 한국 선수가 와서 기쁘다”면서 “이승엽에 대한 인상은 매우 강한 선수처럼 보이고 잘 하고자하는 굳은 결단력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올시즌 이승엽의 성적은 아직 본격적인 훈련을 하지 못해 예상하기 힘들고 홈런을 몇 개 칠 수 있을 지도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이승엽은 훌륭한 선수이기 때문에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밸런타인 감독은 “이번 캠프에서 선수들은 스스로 매일매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며 자신의 방침을 피력해 누구든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를 주전으로 선발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함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롯데 마린스의 주전 라인업은 스프링캠프를 거친 뒤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이승엽 또한 “이번 캠프에서는 수도승처럼 야구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해 이번 전지훈련이 올 시즌 뿐 아니라 일본 진출에 대한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순간임을 시사했다.이승엽에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일본 야구의 분위기를 익히는 것과 일본 투수들에 대한 자신만의 공략법을 세우는 것이다.

일본 스트라이크존은 국내보다 세로폭이 좁은 대신 가로폭이 넓기 때문에 투수들의 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 한국 투수보다 유인구 공략에 뛰어난 일본 투수들의 투구법도 이승엽에게는 장애물이다.이를 파악한 이승엽은 지난 달까지 이어졌던 개인훈련에서 투수의 볼을 받아치다가 커브를 10개 던져달라고 특별 주문해 배팅을 시도했으나 다소 쉽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던 것으로 전해져 일본 투수의 변화구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음을 암시했다.또 이밖에 이승엽이 대구를 벗어난 적이 없다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일상생활의 언어문제와 더불어 낯선 땅에서의 적응 문제 그리고 빠듯하게 움직이는 원정경기에서의 식사 문제 등 컨디션을 조절키 위해 야구이외의 많은 문제들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이승엽은 일본행 이후 뛰어난 선수답게 빠른 적응력을 발휘, 낮에는 몸을 단련하고 밤에는 비디오로 투구 분석을 하는 등 다부진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이승엽은 “팀에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아 정신이 없다”며 “열심히 해서 국내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이승엽은 27일까지 이어지는 스프링캠프를 통해 충분한 적응 기간을 가진 뒤, 28일 가모이케 구장에서 열리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을 통해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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