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이 부상으로 인해 메이저리그에서 영향력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보직을 선발에서 중간계투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구단내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 현재 부상에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그의 회복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깔려있다.김병현(25·보스턴)이 빅리그 승격의 청신호를 켰다.

김병현은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포터킷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산하 트리플A팀인 스크랜턴전에 선발등판,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냈다. 탈삼진 1개를 곁들여 6타자를 내리 범타로 처리. 한국을 다녀온 후 네 차례의 재활등판 가운데 처음으로 안타를 내주지 않았다. 투구수는 19개였고 그중 스트라이크는 13개.직구구속도 조금 나아졌다. 여전히 지난해 스피드만은 못했지만 최고 87마일(140㎞)를 기록, 6월28일 두 번째 등판과 지난 1일 세 번째 등판 때보다는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첫 등판(6월25일)에서 기록한 최고구속(88마일·142㎞)에는 미치지 못했다.김병현은 1회초 수비에서 1·2번타자 말론 비어드와 앤더슨 마차도를 유격수와 1루땅볼로 처리한 뒤 3번 루 콜리어를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내며 상큼한 스타트를 끊었다.

이어 2회에도 4·5·6번을 유격수 플라이, 3루 직선타구, 좌익수 플라이로 가볍게 처리한 뒤 3회부터 마운드를 마크 말라스카에게 넘겼다. 포터킷 방어율은 2.60.그러나 김병현이 이날 호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복귀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테오 엡스타인 보스턴 단장은 이날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김병현이 빅리그에 올라오길 기대한다. 스콧 윌리엄슨이 빠진 상황에서 BK만 뛰어준다면 우리팀 불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 김병현이 선발이 아닌 중간계투 요원으로 활용될 것임을 재차 시사한 것이다. 그는 얼마 전에도 “김병현이 꼭 선발로 뛸 필요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또 엡스타인 단장은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김병현이 스프링캠프 같은 과정을 거쳐 원래 모습을 되찾고 팔 힘을 기르는 일”이라고 덧붙여 시간을 두고 천천히 복귀시킬 뜻임을 밝혔다.

트리플A 포터킷 레드삭스는 지난 4일(한국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김병현의 등판이 예정된 7일 톨레도 머드헨즈전(디트로이트 산하) 선발로 프랭크 카스티요를 예고했다. 머드헨스와의 4연전(5∼8일) 선발들이 모두 예고됐지만 김병현만 쏙 빠진 것. 이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되면서 릴리프 복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은 이날 불펜강화를 위해 시카고 컵스의 좌완 지미 앤더슨과 샌디에이고 우완 브랜든 퍼퍼를 영입했으며 일본인 투수 하세가와 시게토시를 놓고 시애틀과 트레이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김병현은 귀국치료를 마치고 실전에 나선 지난달 25일부터 줄곧 이틀 휴식 후 선발 1∼2이닝을 던지는 패턴을 이어왔다. 이 같은 변화는 보스턴 구단과의 철저한 교감 아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병현을 구원으로 계산하고 있음을 강하게 암시한 것. 보스턴은 최근 심한 구원난을 겪고 있다.

셋업맨 윌리엄슨을 지난 3일 부상자명단에 올린 보스턴은 같은 날 지미 앤더슨과 브랜든 퍼퍼 등 2명의 구원투수를 긴급 트레이드 해오며 비상체제에 들어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MLB.com도 “BK는 데뷔 후 대부분을 릴리프로 뛰었다”고 언급하며 김병현의 구원 복귀에 무게를 실었다. 김병현은 앞으로 트리플A에서 5회 이후 불펜에서 구원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몇 차례 리허설 뒤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빅리그 로스터에 등록할 전망이다. 승격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MLB.com은 보스턴이 이날 윌리엄슨을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내며 김병현 대신 앤더슨을 현역 로스터에 등록시킨 것을 지적하며 “BK는 아직 빅리그에서 뛸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구원투수진이 워낙 허약한 상태기 때문에 전반기 내 조기 승격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날 중계를 맡은 아나운서는 “김병현이 트레이드 마감시한 이전 다른 팀으로 옮긴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고 밝히며 트레이드 가능성을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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