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신동 마이클 펠프스

미국의 수영 신동 마이클 펠프스(19·미국)는 수영장이 아닌 관중석에 앉아서 아테네올림픽 6관왕의 위업을 달성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펠프스는 지난 22일 올림픽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남자 혼계영 400m 결승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미국 대표팀이 세계 신기록(3분30초68)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해 팀 동료와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펠프스는 이안 크로커에게 자신의 출전권을 양보하고 관중석에서 미국팀을 응원하는데 열중했다. 펠프스 대신 이안 크로커가 접영 영자로 결승에 출전한 미국은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1위로 골인했다. 혼계영 400m 결승에 출전하지도 않은 펠프스에게 금메달이 주어진 것은 ‘단체경기인 계영은 예선에서 뛴 선수에게도 메달이 수여된다’는 규정 때문. 이로써 펠프스는 주종목인 개인혼영 200m와 400m, 접영 100m, 200m, 계영 800m에 이어 혼계영 400m 금메달로 이번 대회 6관왕에 올랐다. 또 펠프스는 여자수영의 크리스틴 오토(88서울대회)와 남자체조의 비탈리 세르보(92바르셀로나대회)에 이어 올림픽 사상 세 번째 ‘단일 올림픽 6관왕’에 이름을 올렸다.동료에게 금메달을 안겨주기 위해 결승 출전권을 양보한 펠프스는 6관왕의 명성과 동료애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셈이다.

한눈으로 이룬 소녀사수의 꿈

시각장애인 사격선수 휘트니 로퍼(17)가 16일(한국시간) 아테네 마르코폴로사격장에서 열린 클레이종목 여자트랩에서 4위에 올랐다.로퍼는 경기가 끝난 후 “모두가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며 “바람이 불어 조금 힘들었지만 최고의 사격수들은 비나 바람에 구애받지 않는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여자트랩은 본선에서 75개의 날아가는 표적을 맞혀 성적순으로 6명이 결선에 오르며 결선에서는 다시 25개의 표적을 쏘게 된다.미국 출신의 휘트니 로퍼는 선천적으로 안구암을 앓아 현재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다. 벽이나 문에 자주 몸을 부딪히던 5살짜리 소녀는 점점 시력을 잃기 시작했다.

로퍼는 “나는 어렸을 때 문에 자주 부딪히면서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그래도 나에게는 시력상실이 문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로퍼는 “시력상실은 사격을 하는 나에게 문제가 되지도 그렇다고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로퍼는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아 사격을 할 때 왼손만 써 자세가 다른 선수들과 다른 약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로퍼는 피나는 훈련으로 약점을 극복하고 미국 사격 국가대표의 자리에까지 올랐다.휘트니 로퍼는 평소에는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어하는 평범한 17세 소녀이기도 하다. 로퍼는 평소 아버지와 함께 사냥을 가는 것을 좋아한다. 로퍼는 “사냥을 가면 내가 다른 사람을 쏠까봐 남자들이 같이 가려하지 않는다”며 “사냥을 같이할 수 있는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로퍼는 2005년 대학진학을 한 후 프로선수로 활동할지는 결정하지 못했지만 사냥은 계속할 생각이다.

호르키나, 여왕으로 떠난다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체조장을 떠나는 러시아의 미녀 체조 스타 스베틀라나 호르키나(25)가 화려한 은퇴를 조심스레 준비하고 있다. 20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3시에 열리는 2004아테네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개인 종합 결승에서 1위를 차지해 마지막까지 ‘여왕’으로 은퇴하겠다는 야심이다. 호르키나는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종합을 3차례 석권한 유일한 선수이다. 유럽선수권대회에서도 3차례나 개인종합 금메달을 목에 걸어 은퇴한 ‘체조요정’ 나디아 코마네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키(164㎝)가 커 기계체조 선수가 될 수 없다는 충고에 따라 한때 리듬체조 선수로 전향하기도 했지만 기계체조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하고 1년만에 돌아와 자신만의 연기를 만들어 갔다.

여자 4개 종목에서 호르키나의 이름이 붙은 기술이 도마에 2개, 마루운동에 1개, 평균대에 1개, 2단평행봉에 2개 등 모두 6개. ‘여왕’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지만 올림픽 개인종합 금메달이 없는 것이 마지막 아쉬움이다. 체조선수로서는 할머니 나이에 해당하는 25살이지만 마지막 개인종합 우승이 지난해 세계선수권이었던만큼 아직 기량이 정상에 도전하기에 무리가 없는 듯하다. 지난 16일 열린 예선에서도 한창 나이인 장난(18·중국), 칼리 패터슨(16·미국) 등 쟁쟁한 어린 선수들과 대등한 연기를 펼쳐보이며 5위로 개인종합 결승에 진출했다. 특히 장기인 2단평행봉에서는 특유의 선이 굵고 시원한 연기를 펼치며 9.75점을 획득, 예선 1위로 결승에 진출, 관중의 우레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녀가 마지막 무대인 아테네올림픽에서 여왕으로 화려하게 은퇴할 수 있을지 체조팬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올림픽 직전-경기중 포기한 비운의 스타들

영국 수영 대표 사라 프라이스(25)는 15일 2004아테네올림픽 배영 여자100m 준결승에서 8명 가운데 꼴찌를 한 뒤 “지난 4년 간 훈련한 게 물거품이 됐다”며 눈물을 쏟았다.이번 올림픽 메달 유망주였던 프라이스는 경기 시작 불과 35분 전 준비 운동을 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다가 수중에 설치된 카메라와 충돌하는 바람에 양 쪽 무릎을 다쳤다.영국팀 감독은 경기를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대회조직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프라이스처럼 부상으로 ‘고지’를 바로 눈앞에 두고 고개를 떨군 비운의 스타들이 적지 않다.올림픽 사상 첫 4연패에 도전하는 그리스의 역도 영웅 피로스 디마스(33)는 16일 연습 도중 오른 손목을 접질러 대회 출전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21일 85kg급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디마스는 개회식 때 그리스 선수단의 기수. 그리스 국민이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기대하는 선수가 바로 그다. 디마스는 지난 3년간 무릎이 좋지 않아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한 다리로도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워왔다.에티오피아의 전설적인 육상 선수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1)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이 어려울 듯. 육상 1만m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게브르셀라시에는 에티오피아에서는 ‘미래의 대통령’으로 꼽히는 국민적인 우상. 그는 지난 13일만해도 기자회견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으나 영국 BBC는 사흘 뒤인 16일 그의 매니저 조스 허먼스의 말을 인용,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출전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육상 여자 400m 허들에서 금메달을 땄고 이번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이 유력시 됐던 호주의 자나 피트먼은 이달 초 훈련 도중 오른쪽 무릎 연골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메달 획득의 꿈을 접었다. 피트먼은 “이제 나는 금메달이 아니라 올림픽 참가 자체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밤에도 2시간마다 얼음찜질을 하는 등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영국의 테니스 스타 팀 헨만(세계랭킹 5위)은 등 부상으로 단식 1회전에서 세계 랭킹 27위인 체코의 지리 노박에게 1시간8분 만에 2-0으로 무너졌다. 여자테니스 단·복식 금메달을 노렸던 미국의 ‘흑진주’ 세레나 윌리엄스도 올림픽 개막을 며칠 앞두고 부상으로 출전을 단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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