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 견줄 만한 빼어난 솜씨를 가진 인간을 시기한 ‘질투의 여신’인 헤라의 경고일까. 아니면 변덕스러운 아테네의 바람 탓일까. ‘`신의 땅’ 아테네에서 세계적인 `’스포츠의 신’들이 맥을 못 추고 잇따라 짐을 싸고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시작으로 10여년 동안 남자수영 자유형 50m와 100m 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켰던 수영스타 알렉산더 포포프(러시아)는 18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100m 예선전에서 흐르는 세월을 막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인간어뢰’ 이안소프(호주) 마저도 포포프가 예선탈락을 하자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 테니스 코트에서도 `헤라의 질투는 이어졌다.

세계 테니스랭킹 1위로 톱시드를 받은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남자단식 2회전에서 세계랭킹 79위의 토머스 베르디크에게 1-2로 역전패해 16강에도 오르지 못하는 쓴맛을 봤다. 앞서 전 세계랭킹 1위이자 `’클레이 코트의 달인’인 브라질의 테니스 영웅 구스 타보 쿠에르텐이 17일 남자 단식 1회전에서 니콜라스 마수(칠레)에게 패하는 수모를 당했는가 하면 ‘스커드 미사일’이라는 별명을 지닌 강서버 마크 필리포시스(호주)도 올리비에 로커스(벨기에)에 역전패, 얼굴을 붉혔다. 태국의 테니스 영웅 파라돈 스리차판도 요아킴 요한슨(스웨덴)에 0-2로 무릎을 꿇었고 ‘흑진주’ 비너스 윌리엄스(랭킹 12위)와 세계 최고의 강서버 앤디 로딕(랭 킹 2위·이상 미국)은 남녀 복식 1회전에서 각각 무너졌다.

배드민턴 남자 단식에서는 세계랭킹 1위 린 단(중국)이 시드도 받지 못한 싱가포르의 로널드 수실로에게 0-2로 패해 초반 탈락했고 여자 단식에서는 시드니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카밀라 마틴(덴마크)이 트레이시 핼럼(영국)에게 무릎을 꿇었다. 또 지난 해부터 국제대회 14연패와 70연승을 거둬 `당연히 금메달을 딸 것으로 낙관했던 배드민턴 혼합 복식 김동문-라경민 조도 준준결승에서 요나스 라스무센-리 케 올센(덴마크·세계 7위)조에 0-2로 완패했다. 사상 처음 3연속 올림픽 남자육상 10,000m 우승을 노리는 에티오피아의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가 지난달 훈련 중 입은 발 뒤꿈치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다.

또 ‘드림팀답지 않은 드림팀’으로 평가받고 있는 미국 남자농구 대표팀도 16일 푸에르토리코에게 73-92로 대패한데 이어 18일 열린 그리스와의 경기에서도 베스트멤버를 투입했지만 77-71로 신승, 불운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다’는 스포츠의 단순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아테네에서도 그대로 맞아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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