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 열풍이 일본 열도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 리그 한 시즌 최다 안타 262개를 쳐 ‘신화’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뿐 아니라 일본이 들썩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연일 일본 매스컴은 이치로의 활약상을 대서 특필하고 있다. 스즈키 이치로(31·시애틀)의 최다 안타 신기록 수립으로 야구계가 떠들썩하다.아울러 동양인도 해외무대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신기록 수립 후 이치로 선수는 현재 하루에 4천여 통의 메일을 받으며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이치로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모 포털 사이트의 이치로 팬카페의 경우 5만 여명이 넘는 회원 수를 자랑하고 있어 그의 인기를 짐작케 한다.

일본의 각 언론들은 이치로의 대기록 수립을 특집으로 연일 보도하고 있다. 닛칸 스포츠를 비롯한 각 스포츠 신문들은 모두 이치로의 활약에 대해 특집으로 다루면서 그를 스포츠계의 영웅으로 추앙하고 있는 분위기다. 아사히신문은 특히 ‘자기 자신의 스타일을 확실히 가지고 있으면, 큰 성공을 손에 넣을 수가 있다는 것을 이치로는 많은 사람에게 가르쳐 주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닛칸 스포츠의 지난 3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기록을 달성한 날 밤, 자택에서 부인과 함께 와인으로 건배한 것으로 성대한 축하파티를 대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날 이치로의 아내 후쿠시마는 기자들이 전날의 소감을 묻자 “우선 기쁘고 또 감격스럽습니다. 메이저리거로 활약할 수 있다고 하는 생각이 현실로 이루어졌을 때, 매리너스의 모자를 쓰고 거울을 보면서 아이와 같이 기뻐하고 있던 웃는 얼굴이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팬들의 성원 속에 메이저리그의 위대한 기록을 달성할 수 있게 돼 그 감격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이치로의 신기록 달성에 일본 고이즈미 수상도 축하를 표시했다. 지난 2일 고이즈미 수상은 “어떤 칭찬의 말을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나는 대단하다는 한마디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이만큼의 위대한 선수는 이제 당분간 나오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수상은 또 국민 영예상을 수여하는지 여부에 대한 기자단의 질문에 “아직 결정은 되지 않았지만 수상여부와 관계없이 훌륭하고 위대하다”고 말했다.사실 작은 체구의 동양인이 메이저리그 무대 그것도 타자로서 대기록을 수립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야구계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질 정도다. 때문에 이번에 이치로가 대기록을 수립한 것은 그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그렇다면 이치로는 어떻게 이 같이 ‘큰 일’을 해낼 수 있었을까. 우선 이치로에 대한 주변의 평가를 들어 보면 그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간단하다. 365일 중 363일을 훈련에 몰두하는 연습벌레라는 점이다.

그의 천재적인 타법은 부단한 연습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것. 일본 아사히신문 3일자 보도에 따르면 시애틀의 타격 코치 폴 몰리터는 이치로에 대해 “항상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라는 점을 먼저 지적하면서 “이치로의 마음 속은 모르지만, 적어도 그라운드에서는, 종반이 되어도 항상 평상심으로 플레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이 기사에서 몰리터 코치는 또 “이치로는 배트 , 글로브 , 스파이크 등 말하자면 자신의 장비를 소중히 한다”며 “게다가 몸 관리에 철저하다. 타석으로 향할 때도, 수비에 붙어 있을 때도 이치로는 항상 최고의 기량을 보이기 위해 부단히 몸을 움직인다”고 전했다.

몰리터 코치는 이어 “평소의 자기 절제와 관리 등을 생각하면, 앞으로 10년 정도는 플레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치로는 신기록을 수립한 후 일본 언론들과 가진 일문일답에서 신기록의 원동력에 대해 “야구를 좋아하는 것이다. 또 프로로서 이기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프로로서 무엇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잊지 않고 플레이했다”고 말했다. 또 자신에게 있어,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적어도 누군가에게 이겼을 때는 아니다. 자신이 정한 것을 달성했을 때다”라고 말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치로 최다 안타기록 안깨질 것”

스즈키 이치로가 달성한 한 시즌 최다 안타는 ‘불멸의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야구계 특히 메이저리그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배리 본즈가 2001년 기록한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73개)은 깨질 수 있어도 이치로의 최다안타 신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현대 야구가 홈런을 때리는 장타자를 중심으로 흘러가는데서 찾을 수 있다. 안타를 많이 치고 도루를 많이 하는 타이 콥 같은 타자들이 인정을 받던 시대가 지나고 슬러거들이 득세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장타의 중요성은 최근 들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치로의 ‘최다안타 기록 경신 불가론’의 논거는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역대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살펴보자. 20위 내의 선수 중에 이른바‘현대 야구’의 기점으로 흔히 사용되는 2차 대전 후의 기록은 단 5개뿐. 이치로가 데뷔하던 첫 해 기록한 242개가 10위에 올라있고 80년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던 교타자 웨이드 보그스가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이던 1985년 기록한 240안타가 14위, 2000년 대린 어스태드(애너하임 에인절스)가 기록한 240개는 15위, 1977년 미네소타 트윈스의 로드 캐루와 1986년 양키스의 돈 매팅리가 기록한 239안타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1920년대와 1930년대 세워진 기록이다. 단일 시즌 최다안타 기록 50위 안에 든 현역타자는 이치로를 제외하고는 대린 어스태드가 유일하다. 타격기술과 배트 재질의 발전, 경기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은 모두 ‘멀고먼 옛날’에 세워진 기록들뿐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