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연맹이 일부 인사결정과정을 두고 ‘제 식구 늘리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프로배구연맹 초대 총재로 추대된 김혁규 의원이 배구계 인사들과 함께 KVL출범을 축하하고 있다. <연합>

최근 프로팀 출범을 위해 닻을 올린 배구계가 벌써부터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총재 특별보좌역 임명 과정을 두고 배구인들의 비난을 사고 있는 것. 한국프로배구연맹(KVL)측은 특별보좌역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인선 결정 과정에 문제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구단 측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KVL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귀빈식당에서 한준호 대한배구협회장과 남녀 10개 팀 구단주 및 단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열고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을 총재로 추대했다. 이날 총회는 KVL 출범과 초대 총재 추대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자리. 리그 운영 방식과 일정, 연고지 선정, 선수 연봉 등 구체적인 안은 미정인 상태였다. 김혁규 총재는 이날 총회에서 실무를 담당할 사무총장에 박세호(현 민영방송협의회 사무처장)씨를 선임했다. 또 손경한(현 법무법인 아람 대표 변호사)씨와 김익래(현 안진회계법인 부회장)씨에게 감사직을 맡겼다.

문제는 ‘총재 특별보좌역’. 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KVL 부총재직을 따로 두지 않는 대신 총재 특별보좌역 1명을 추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 일정으로 바쁜 총재를 대신해 총재와 사무국 및 구단 간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특별보좌역제가 이사회 등에서 이미 수차례 부결됐던 사항이라는 점이다. 한 배구 구단 관계자는 “창립총회 이전까지 부결됐던 사항이 창립총회 당일 갑자기 결정돼 놀랐다”면서 총재특보를 둘 경우 사무총장과 하는 일이 중복될 것이 뻔한데 왜 굳이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다. 조직의 머리 부풀리기로 밖에 생각이 안 된다”고 역설했다. 또 다른 관계자들도 “당시 총회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이 반대의사를 거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면서 “프로배구 출범의 의미는 운영의 주최가 협회에서 구단이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 특보결정에 대해 관계자들은 구단의 의사와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특별보좌역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김광호씨. 배구인 출신으로 현 대한배구협회 감사직에 비상근으로 재직 중이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총회를 통해 잠정적으로 특별보좌역에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재와는 부산 동성고등학교 동문이라는 ‘특별한’ 사이. ‘정실인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배구계에서는 “김광호씨가 KVL 초대 총재 추대 과정에서 김혁규 의원을 적극 추천했다”는 얘기가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관계자는 “총재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김광호씨가 개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씨를 특별보좌역에 내정한 것은 식구 늘리기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 내용은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아는 사실”이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전했다. 한편 이에 대해 KVL 곽노식 사무국장은 “아는 바 없다”면서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항간에 떠도는 인사 결정과정 의혹에 대해 다소 불쾌감을 드러내며 “모두 위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일의 효율적인 측면에서 총재보좌역제를 둘 수 있다는 근거(정관 제8항)를 갖고 이사회에 양해를 구한 입장일 뿐이다. 아직 내정된 인물은 없다”고 밝혔다. 다른 KVL 인사들의 반응도 마찬가지. 프로배구연맹 창립을 추진했던 일부 인사들 역시 총재와 구단 간의 가교 역할을 하는 특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인사결정에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광호씨가 총재 추대 과정에 개입했느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KVL이 내놓은 창립총회 정관 제 8장에 따르면 ‘총재는 필요에 따라 약간 명의 고문 및 특별보좌역을 둘 수 있다’, ‘고문 및 특별보좌역은 총재의 자문에 응하여, 총회 및 이사회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고 제 30조와 31조에 각각 명시돼 있다.

때문에 특별보좌역 임명건은 외견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배구인들의 불만과 의구심은 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 배구인은 “많은 배구인들은 프로출범으로 인해 침체일로를 걷는 배구계가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프로배구가 제대로 된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이해가 되지 않는 인선결정 등으로 출항하기 전부터 심한 잡음을 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중요한 것은 잘 걷는 것보다 제대로 걷는 것이 필요할 때”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경삼 KVL 추진위원장
“특보 내정인물 아직 없다”


KVL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이경삼(전 실업배구연맹 회장)씨는 이번 창립총회와 특별보좌역제와 관련,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인터뷰 내내 격앙된 목소리로 일관하며 말을 상당히 아끼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이 씨와의 일문일답.

-이번 창립총회에서 특별보좌역제를 두고 말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누가 그러던가? 전혀 아니다. 당시 총회에 참석했던 사람들 중 발언권을 가진 사람은 구단주들이었는데, 그들은 전혀 반발하지 않았다. 모두 불만 없이 총회가 진행됐고 또 마무리 됐다.

-모두 찬성했다는 의미인가.▲그렇다. 다만 백시트(단순 참관자) 중 한 사람이 의문을 제기하긴 했지만 그 사람은 발언권도 없는 사람이다. 100개 중 1~2개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걸 부풀리는 것은 옳지 않지 않은가.

-특별보좌역에 내정된 인물이 있는가.▲당시 창립총회에서 결정된 사람은 없다. -김광호 대한배구협회 감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는데.▲나는 모르는 사실이다. 그건 총재의 권한 아닌가. 왜 그 문제를 자꾸 거론하는지 모르겠다. 정관에도 분명히 총재의 권한이라고 나와 있지 않은가. 총재가 누굴 결정하든 그건 총재의 고유 권한이다.

-김광호 씨가 김 총재의 고교동문이라는데.▲어차피 총재 특별보좌역이란 것이 총재의 의사를 전달해주고 이사회 측 정보를 전달하는 다리 역할이다 보니, 가까운 사람을 내정할 수도 있는 문제 아닌가. 가까운 사람이니까 더욱 긴밀한 얘기도 할 수 있는 것인데… 그게 뭐 그리 문제가 되는 것인지 난 도저히 모르겠다. 난 이 부분에 대해 더 이상 할 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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