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가을잔치가 끝난 프로야구계의 최근 화두는 당연 ‘FA(자유계약)’다. 흔히 ‘FA’는 시쳇말로 ‘돈 잔치’라고 표현할 정도로 좋은 선수들을 데려오기 위한 구단들의 거액 제안이 이뤄지는 시기여서 그 금액을 놓고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 최근엔 FA최대어였던 심정수(29)와 박진만(28)이 상상을 초월하는 몸값을 보장받고 삼성에 둥지를 틀어 관심을 끌고 있다. 심정수가 받은 금액은 4년 계약에 최고 60억원. 박진만은 4년 계약에 최고 39억원을 받고 파란색 유니폼을 입었다. 이전까지 역대 FA 최고대우는 지난해 정수근이 두산에서 롯데로 옮기면서 맺은 6년간 40억 6,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초특급 파격대우다.

현대 우승의 주역인 심정수와 박진만 두 사람을 잡기 위해 삼성이 쏟아 부은 금액은 138억 6,000만원. 웬만한 구단의 한해 예산과 맞먹는 엄청난 금액이다. 현대는 보상금만으로 내년 시즌 선수단 전체의 연봉을 지급하고도 남을 정도라고. 이처럼 삼성이 FA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다보니 일각에서는 비난의 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돈으로 선수를 싹쓸이한다는 것.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 성적을 올리려는 구단의 노력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대어를 앞에 두고 ‘그림의 떡’처럼 마냥 군침만 흘려야하는 다른 구단 입장에서는 삼성이 얄미울 법도 하다. 그 때문일까. 모 구단 감독은 “차라리 감독 생활 접고 선수로 뛰는 게 낫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던졌을 정도.

이 감독은 “돈 없는 사람은 어디 서러워 살겠는가”라면서 “프로야구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코리안시리즈를 수중전으로 치렀을 정도로 돔구장 하나 없는 프로야구 현실에서 선수하나 데려오는데 몇 십억원을 아까워하지 않으니…. 이기려는 마음은 누구나 같겠지만, (돈이)없는 입장에서는 부럽다기보다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고 속내를 내비쳤다. 따뜻한 난로 옆에 앉아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는 ‘스토브리그’가 누군가에게는 뜨뜻한 시기가 될 수 있겠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난로의 열기조차 춥게만 느껴질 노릇이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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