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천재 골프 소녀’ 미셸 위(16·한국명 위성미)가 마침내 ‘부와 명예’의 승부처인 프로 전향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 6일 호놀룰루의 칼라만다린호텔 기자회견장서 미셸 위는 “프로로 뛰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일단 ‘여자 타이거 우즈’로 불리는 그의 실력이 아마추어에선 확실히 통했으나, LPGA나 PGA의 프로에서도 통할지 관심이 뜨겁다. 이에 대해 여론은 호의적인 편이다.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것. 여기엔 183㎝의 큰 키와 균형 잡힌 몸매, 그리고 긴 팔다리 등 골퍼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가 플러스 알파 요인을 만든다. 특히 모두가 부러워하는 부드러운 스윙을 바탕으로 뿜어내는 300야드의 장타력은 최대 경쟁력으로 꼽힌다. “4살 때 처음 골프클럽을 잡았을 때부터 평생 골프를 하게 되리라고 예감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프로가 됐고, 그래서 무척 행복하다.” 실제 그는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앞날도 행복할 것이란 장밋빛 희망이 얼굴에 가득하다. 이미 입상기록에서도 그의 프로행 선언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공히 실력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올 LPGA챔피언십, 에비앙마스터스 준우승, 브리티시여자오픈(공동3위)과 US여자오픈(3위) 등 특급대회에서 잇따라 상위권에 입상하는 실력을 뽐냈다. 한마디로 정상급이다. 더구나 이제 10대 중반에 불과하다. 재능과 발전속도에 체계적인 관리와 경험이 보태진다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관측이 자연스럽다.

아마정상에서 프로로

현지 여론조사도 기대만발이다. 하와이 신문인 호놀룰루 애드버타이저는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미셸 위의 프로 전향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절대다수가 ‘잘한 일’이라고 북돋아줬다. 과거 미국 언론은 미셸 위를 ‘골프 황제’타이거 우즈(미국)와 견주어 관심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1면에서 ‘13세에 이미 타이거(우즈)를 눈앞에’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했다. 뿐만 아니다. ‘천부적인 자질에다 훤칠한 체격을 바탕으로 300야드가 넘는 장타를 날린다는 점에서 두 선수는 빼닮았다’, ‘타이거 우즈에 이어 미셸 위가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미셸 위는 이제 골프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의 소유자다. 타이거 우즈, 애니카 소렌스탐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

고 보도하는 등 뜨거운 애정을 나타냈다. 하지만 여전히 복병은 있다. 나이 규정 때문이다. 미셸 위는 나이 제한 규정 때문에 당분간 LPGA투어 입회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LPGA측은 “미셸 위는 전 세계 골프팬을 매료시킬 상품성과 재능을 갖고 있다”며 축하 메시지를 건넸으나 나이 제한으로 인해 LPGA투어 멤버가 될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결국 당분간 초청 선수 타이틀로 LPGA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밖에 미셸 위는 다음달에 벌어지는 일본PGA 카시오 오픈 등 각종 남자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초청장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당장 투어에 뛰어들더라도 상금 랭킹 5위권 이내에 들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압도적이다. 당대 최고의 여자골퍼로 평가받는 소렌스탐도 “앞으로 10년만 있으면 무조건 미셸 위 시대가 온다. 거의 모든 대회를 휩쓸 것이고 다른 선수들과의 격차도 엄청날 것”이라고 평가한바 있다.

나이 때문에 LPGA 참가제한

더욱이 경제적 문제는 고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화끈한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나이키·소니가 공식적으로 액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연간 1,000만달러, 약 100억원의 지원조건을 약속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선 최대 한해 4,0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을 관리하는 ‘윌리엄 모리스’사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으며 PGA투어에서 일했던 로스 벌린이 에이전트로 일하게 된다. 미셸 위는 당초 대학을 졸업한 뒤 프로에 진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 앞으로 5∼6년 후에나 투어에 뛰어들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변에선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고 현실화됐다. 실력과 흥행성을 겸비한 그의 프로 진출 이다. 그래서일까. <뉴욕타임스>는 오래 전에 미셸 위가 대학에 진학할 것이라고 가족들이 밝히고 있지만 그의 기량이 계속 향상될 경우 수백만 달러가 주어지는 프로 전향의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사실 이전까지 미셸 위 가족은 외부의 도움 없이 교통비, 숙박비를 포함한 대회 출전비용을 스스로 자급자족했다고 한다.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한편 하와이에서 태어난 미셸 위는 아버지 위병욱(키 187㎝)씨로부터 좋은 신체조건을 물려받았다. 183cm의 큰 키지만 어디 하나 군더더기 없이 균형이 잡혀있는 게 특징. 긴 팔과 긴 하체는 골프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곧 스윙 궤도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골프 전문가들은 이 덕에 남자들 못지 않게 비거리가 많이 난다고 분석한다. 웬만한 성인 남자 선수들을 능가하는 체격조건이라는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골프채는 4세 때 처음 잡았다. 어린 시절부터 공을 갖고 노는 것을 좋아했던 미셸 위는 테니스, 농구, 배구 등도 해봤지만 여타 운동종목이 골프만큼 재미가 없었다고 한다.

당연히 부모가 코치가 됐고 후원자 역할을 자임했다. 골프 애호가인 아버지 위병욱(47)씨는 핸디캡 2인 수준급 아마추어 골퍼다. 어머니 서현경(42)씨도 대학시절 골프선수로 활약했을 만큼 수준급 실력을 자랑한다. 미셸 위는 10세 때 아마추어 대회에서 9언더파 64타(파73)를 기록, 일찌감치 천재성을 과시했다. 2001년 하와이 주니어골프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하와이여자아마추어대회 중 최고 권위의 대회인 제니K윌슨 인터내셔널대회에서는 최연소(11)로 정상에 올랐다.참고로 위성미의 우상은 타이거 우즈. 그의 침대 벽엔 온통 우즈에 관한 것들로 도배되어 있다. 우즈가 수년에 걸쳐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우즈의 골프 연속동작 스윙폼을 붙여놓았다고 한다. 아버지도 우즈의 드라이버 스윙 사진을 지갑에 넣고 다니며 딸의 스윙을 교정해줄 정도라고 하니 그의 우즈 우상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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