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며 톱스타로 군림해왔지만 월드컵과는 거리가 먼 스타들이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나이베리아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조지 웨아. 그는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무대를 주름잡으며 화려한 선수생활을 했지만 월드컵에는 단 한 번도 얼굴을 보이지 못하고 쓸쓸히 퇴장해야 했다.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 동료이자, 유럽 최고의 윙백으로 불렸던 라이언 긱스도 월드컵엔 뛰어보지 못하고 사실상 은퇴하게 됐다. 그는 잉글랜드의 청소년 대표를 지냈지만, 어머니의 나라 웨일즈를 택하면서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게 됐다. 그러나 이번 독일 월드컵은 월드컵의 한을 푼 스타들이 대거 참여하게 될 전망이다.

비운의 스트라이커 세브첸코 월드컵만 3번째 도전에 성공

AC 밀란의 스트라이커이자 우크라이나 축구가 배출한 불세출의 영웅 안드레이 세브첸코. 그는 조국 우크라이나를 떠나 공격수들의 무덤으로 유명한 세리에A 입성 후 바티스투타, 크레스포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뒤로 하고 24골로 첫해 만에 세리에A 득점왕의 자리에 오르며, 밀란의 스타로 급부상했다. 그리고 2002∼2003 시즌에는 자신의 팀, 밀란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아 팬들은 그를 영웅으로 부른다. 화려한 개인기, 목표물을 찾아내는 드리블 능력 그리고 천부적인 골 감각은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스트라이커로 불리는 그는 네덜란드 축구영웅 요한 크루이프가 ‘완전무결의 스트라이커’라고 평할 정도다.

하지만 세브첸코는 클럽 축구를 통해서는 수차례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보았지만, 정작 월드컵은 물론 유럽선수권 대회에 단 한 번도 참여하지 못해 늘 비운의 스타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그는 월드컵 3번째 도전 만에 조국 우크라이나를 유럽국가중 가장 먼저 독일행을 확정짓는 데 공헌했다. 특히 죽음의 조로 불렸던 유럽챔피언 그리스, 2002 월드컵 3위 터키, 소리 없는 강국 덴마크 등이 속한 조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드디어 득점기계 세브첸코의 진면목을 월드컵 무대에서 수많은 축구 팬들이 눈으로 보게 된 것.

‘체코의 별’ 파벨 네드베드

체코의 영웅 파벨 네드베드(32)도 조국 체코를 16년 만에 월드컵에 진출시키며 첫 출전을 눈앞에 뒀다. 두 개의 심장으로 불릴 정도로 강철체력을 자랑하는 네드베드는 그동안 유럽컵 대회에는 꾸준히 출전했어도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체코는 조2위로 독일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뒤 대표팀에서 은퇴했던 네드베드를 삼고초려 끝에 설득하여 대표팀에 복귀시켰고 그는 조국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네드베드는 1990년 체코의 스코단 필센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두클라 프라하, 스파르타 프라하, 이탈리아의 라치오를 거쳐 지난 2001년부터 유벤투스에서 활약중인 체코의 간판 선수. 지난 2003년에는 ‘프랑스풋볼’이 선정하는 유럽최우수선수(골든 볼)에 뽑혔으며, 체코 ‘올해의 선수’에는 무려 4차례나 이름을 올린 바 있다.특히 그는 “하루에 12시간을 연습 했고 두 다리 중 어느 한 다리가 우월하지 않다고 느낄 때 처음으로 희열을 느꼈다” “나의 하루 일과는 연습장의 조명이 꺼질 때 끝났다”고 말할 정도로 지독한 연습벌레다.

호나우도도 인정한 세계 최고의 골잡이 루드 반 니스텔루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잡이 루드 반 니스텔루이(29), 그도 이번에 소원성취를 한 스타. 2002년 월드컵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조국 네덜란드를 이번엔 조 1위로 진출시키는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그의 활약으로 네덜란드는 8년 만에 다시 월드컵 무대에 복귀했다. 반 니스텔루이는 98∼99시즌, 99∼2000시즌 2시즌 연속 네덜란드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이후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골잡이이자, 현역 최고의 골잡이 중 한 명이다. 특히 최근 브라질의 대표 공격수 호나우도가 현역 최고의 골잡이로 그를 평가하기도 했다. 골문 앞에서의 강한 몸싸움을 즐기고 뛰어난 위치선정, 찬스를 놓치지 않는 천부적인 골잡이 기질을 모두 갖춘 그는 독일월드컵 대회의 유력한 득점왕 후보 중의 한 명이다.

드로그바, 에시앙, 요크 등 떠오르는 아프리카의 샛별들

독일 월드컵 예선에서 가장 큰 이변이 일어난 대륙을 꼽는다면 단연 아프리카다. 전통의 강호 카메룬, 남아프리카 공화국, 모로코, 나이지리아가 대거 탈락해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그 이변의 중심에 있던 나라가 바로 코트디부아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세네갈이 일으켰던 돌풍을 재현할 팀으로 벌써부터 조명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무적함대 첼시의 스트라이커 디디에 드로그바(27)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세브첸코, 반니스텔루이 등과 함께 독일월드컵에서 최고의 공격수로 주목을 받고 있는 스타 플레이어 중 한 명.아르헨티나의 스트라이커 크레스포를 후보로 전락시킬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어 코트디부아르와 조 편성이 될 경우 다른 팀의 경계대상 1호가 될 전망이다.

아프리카 예선에서도 프랑스 랑스 소속의 딘다네 아루나(24)와 함께 팀이 올린 20득점 중 14골을 합작하는 파괴력을 선보였다. 올림픽에서는 우승까지 차지했을 정도로 강국으로 꼽히지만 유독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던 가나. 그러나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최고의 이적료를 받으며 잉글랜드 첼시로 옮긴 미셸 에시앙(23)을 필두로 드디어 월드컵 무대에 섰다. 에시앙은 지난 시즌 리옹의 프랑스 프로축구 4연패를 이끌며 리그 ‘올해의 선수’에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한 미드필더. 올 초 유럽의 명문구단들은 그를 붙잡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지만 에시앙은 무적함대 첼시에 합류했고 현재 팀이 1위를 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는 유럽 프로리그 무대를 넘어 조국 가나의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에서 자신의 몸값을 증명할 기회를 맞은 것이다.

트리니다드토바고의 골잡이 드와이트 요크(34·시드니 FC )도 월드컵에 첫 출전한다. 34살이란 나이에도 불구, 바레인과의 플레이오프에서 결정적인 골 찬스를 제공하며 130만명의 인구와 국토면적이 300평방 킬로미터에 불과한 북중미의 ‘초미니 국가’ 트리니다드토바고에 역사적인 월드컵 첫 출전이란 기쁨을 선사했다.

사실 그는 세계 축구 무대서 ‘한물 갔다’는 평가를 받아온 선수였기에 다른 누구보다 더 큰 기쁨을 누렸을 듯하다. 1990년 말 아스톤 빌라에서 잉글랜드 무대 데뷔전을 치렀던 요크는 1998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성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앤디 콜과 투톱을 이뤄 맨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그는 1998∼1999시즌 총 29골을 터뜨리며 득점왕 타이틀과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반 니스텔루이에 밀려 맨유를 떠난 뒤 서서히 하향세를 겪었다. 어쩌면 2006 독일월드컵은 그가 ‘마지막 불꽃’을 태울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 독일월드컵서 보지 못할 축구스타들 긱스·레코바·에투독일엔 그들이 없다

카메룬의 사무엘 에투(FC 바르셀로나), 우루과이의 알바로 레코바(인터 밀란), 웨일스의 라이언 긱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세계 최고의 스타들은 독일월드컵 무대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이들은 아쉽게 소속 국가대표팀이 예선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본선에 얼굴을 내밀지 못하게 된 것. 스페인 명문 FC 바르셀로나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사무엘 에투는 조국 카메룬이 아프리카에 분 이변의 희생양이 되면서 본선무대를 밟지 못하게 됐다.

인터 밀란의 미드필더 알바로 레코바 역시 호주와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며 월드컵 본선행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지만, 승부차기에서 져 눈물을 흘려야 했다. 박지성의 소속팀인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라이언 긱스도 본선에 참가하지 못한다. 잦은 부상과 나이로 인해 예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는 세계 최고의 왼쪽 윙으로 평가받는 스타다. 그러나 이번에도 웨일즈가 본선행에 실패하면서 월드컵에는 더 이상 출전이 불가능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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