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주전경쟁을 뚫고 반드시 독일월드컵에 출전하겠다.”6주간 해외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축구국가대표팀의 핵심 키워드는 주전경쟁이다.현재 대표팀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영표(토트넘 홋스퍼) 등 팀전력의 근간인 유럽파 6명이 모두 빠진 가운데 국내파와 일본파 23명으로 구성됐다. 그 중 GK 3명을 빼면 필드플레이어는 20명이다. 오는 4~5월쯤 결정될 월드컵 최종 엔트리도 23명. 역시 GK 3명을 제외하면 필드 플레이어는 20명뿐이다. 따라서 유럽파 6명이 모두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다고 가정한다면 이번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20명의 필드 플레이어 중 최소 6명은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한다. 아직까지는 누가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고 누가 포함될지, 누가 주전이고 누가 후보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최종 엔트리 23명에 무조건 포함될 선수는 불과 3명 뿐이다. 세계최고 축구판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당당한 주전으로 뛰고 있는 박지성·이영표. 그리고 대표팀 부동의 골키퍼 이운재(수원)다. 이들 3명은 최종 엔트리 승선 ‘`유력’ 정도로 표현될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부상 등 이변이 없다면 무조건 월드컵 본선의 당당한 주전이다. 국내파는 말할 것도 없고 안정환(독일 뒤스부르크)·차두리(독일 프랑크푸르트)·설기현(잉글랜드 울버햄프턴)·이을용(터키 트라브존스포르) 등 다른 유럽파도 최종 엔트리 발탁이 ‘유력’할 뿐 어느 누구에게도 `‘확실하다’는 말을 붙일 수 없다. 그만큼 대표팀 주전경쟁이 치열한 데다 최종 엔트리를 결정하기까지는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멀티 플레이어 선호

최종 엔트리를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물론 아드보카트 감독이 밝힌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일반적인 몇가지 기준으로 최종 엔트리에 들 수 있는 조건들을 추론할 뿐이다.우선 기본적인 포메이션에 가장 알맞는 적임자가 누구이냐라는 점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원하는 포메이션은 4-3-3. 강한 체력을 앞세워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수적 우위를 차지하는 시스템이다. 체력이 강한 선수들이 좋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시스템과 관련된 또다른 기준은 수비력과 공격력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점. 아드보카트 감독은 수비수조차 공격형 선수를 선호할 만큼 공격축구를 좋아한다.또 다른 기준은 변화된 포메이션에 잘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4-3-3을 기본으로 하되 상황에 따라 3-4-3으로 변화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즉 4-3-3과 3-4-3을 가동할 경우 포지션에서 구멍이 나서는 안된다는 뜻이다.이와 관련해서는 멀티 플레이어가 좋은 점수를 받을 공산이 크다. 예를 들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유상철 같은 선수다. 유상철은 중앙 미드필더뿐만 아니라 스리백의 중앙 수비수와 측면 수비수를 고루 소화한 선수. 한 선수가 여러 포지션을 뛸 수 있다는 것은 감독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지금 대표팀에서는 김동진(서울) 같은 경우다. 김동진은 포백의 측면 수비수, 스리백의 측면 수비수 뿐만 아니라 사이드 미드필더까지 뛸 수 있으며 슈팅력과 패싱력을 겸비한 전천후 선수다.마지막으로는 포지션당 선수 2명이 필요하다는 점. 1명이 부상당할 경우 그 자리를 티나지 않게 메워줄 백업이 있어야한다. 최종 엔트리에서 필드 플레이어는 20명. 즉 주전 11명 중 GK를 뺀 10개 포지션에 포지션당 2명씩의 선수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동국 ‘유력’… 안정환 ‘글쎄’

이런 저런 기준과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4-3-3에서 대략적으로 최종 엔트리를 예측해볼 수 있다.우선 스리톱 공격수 중에서 원톱 공격수는 이동국(포항)·안정환의 발탁이 유력하다. 발탁이 확실시되는 이동국에 비해 안정환은 활동량이 많고 움직임의 폭이 넓은 조재진(시미즈)이 있어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다.측면 공격수 중 승선이 확실한 선수는 아드보카트 감독으로부터 “오른쪽 윙포워드로 뛸 때 가장 위협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박지성 뿐이다. 설기현·박주영(서울)·차두리·정경호(광주)·이천수(울산)는 아직 경합 중이다. 그 중 설기현은 유럽에서 이미 7년이나 뛴 경험이 있고 크로스도 정확한 편이라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K리그 MVP 이천수 또한 승선이 유력하다. 하지만 최근 A매치를 치르면서 인플레이 상황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박주영, 개인돌파에 이은 크로스 등 나름대로 장점은 있지만 주전으로 쓰기에는 다소 부족한 정경호, 프랑크푸르트에서 경기종료 직전 투입되는 백업멤버에 그치고 있는 차두리는 월드컵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3명으로 구성된 미드필더진은 포지션당 2명씩 총 6명의 선수가 사실상 굳어진 분위기다. 김두현(성남)·김정우(나고야)·백지훈(서울)·김남일(수원)·이을용·이호(울산)다. 그러나 1명 정도는 최종 엔트리에서 빠질 수도 있다. 박지성이 상황에 따라 공격수가 아니라 미드필더로 한칸을 내려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포백의 측면 수비수 중 왼쪽은 이영표·김동진, 오른쪽은 조원희·송종국(이상 수원)으로 짜여질 것 같다. 다만 송종국의 부상 회복여부가 변수다.반면 중앙 수비수는 아직도 주전이 없다. 이번 전훈 기간 동안 김영철·김상식(이상 성남)·유경렬(울산)·최진철(전북)·김진규(주빌로)가 돌아가면서 짝을 이뤄 번갈아 중앙 수비를 맡았다. 현재까지는 김영철·김상식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유경렬·최진철·김진규는 다소 저치는 성적표를 쥐어들었다. 대인마크가 좋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이 가능한 유경렬, 2002년 월드컵 주전으로 경험이 풍부한 최진철, 수비력은 약하지만 공격력이 좋은 김진규의 가치를 아드보카트 감독이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관건이다.GK는 이운재의 주전이 확실하고 김영광(전남)보다는 조준호(부천)가 이운재의 백업이 될 것 같다.

수비수 ‘경합치열’

아직까지 뚜렷한 윤곽을 드러내지 않은 선수나 포지션은 감독이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 현재 기량이 떨어져도 경험있는 선수를 고른다면 안정환·최진철·차두리가 ‘왕의 선택’을 받을 공산이 크다. 현재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안정환·차두리의 경우 아드보카트 감독이 ‘`독일 프리미엄’을 중시한다면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특히 한국의 조별예선 첫경기인 토고전이 열릴 장소가 차두리의 홈인 프랑크푸르트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반면 아드보카트 감독이 현재 기량을 중시한다면 최진철은 김영철·김상식에게, 차두리는 정경호·이천수에게 밀릴 수도 있다.

선수 선발에 남은 변수는 최적의 중앙 수비수 조합을 찾는 것과 잠정적인 오른쪽 풀백 주전 송종국의 부상회복 여부다.아드보카트 감독은 최근 평가전에서 잇단 테스트를 해본 결과 현재까지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조합은 김영철·김상식, 최진철·김상식이다. 중앙 수비수 조합의 또다른 변수는 공격력. 강한 장거리 슈팅력을 갖춘 김진규, 종종 골을 넣는 최진철은 수비력을 공격으로 커버할 수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공격형 수비수를 기용할 경우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변수는 송종국. 송종국은 지난시즌 발가락 수술을 받은 뒤 현재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이번 전훈 명단에 포함됐으나 본인이 훈련을 소화할 수 없는 몸이라며 전훈을 포기했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몸이 되면 언제든지 부를 테니 몸을 빨리 만들라”며 무한신뢰를 보냈다. 따라서 송종국이 2~3개월 안에 몸을 추스른다면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은 높다. 만일 송종국이 여의치 않다면 최태욱(시미즈)·정경호가 조원희의 백업으로 활용될 수 있다.


# 2002년 한·일 월드컵 히딩크호 최종엔트리차두리·윤정환 ‘깜짝 발탁’

2002년 한·일 월드컵 최종엔트리는 어떻게 결정됐을까.히딩크 감독은 2002년 4월30일 마지막 제주도 전훈에 참가할 선수 23명을 발표했다. 당시 발표된 명단 중 의외로 받아들여진 부분은 이동국·김용대의 탈락과 차두리·윤정환의 발탁이었다.우선 이동국은 공격수로 많이 뛰면서 수비를 해야한다는 히딩크 감독의 생각과 맞지 않아 결국 최종 낙점을 받지 못했다. 지금까지 대표선수들은 2002년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빠진 가장 아쉬운 선수로 이동국을 꼽는다. 어릴 때부터 한국축구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간판 공격수로 떠오른 터라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김용대의 탈락도 의외였다. 당초 이운재·김병지와 함께 승선이 유력했던 김용대는 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실파’ 최은성에게 밀렸다.차두리와 윤정환의 발탁은 예상밖이었다. 신체조건과 체력, 스피드는 좋지만 세기가 부족해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던 차두리가 월드컵 본선 엔트리에 포함된 것은 놀라움 자체였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차범근 감독과의 화해 제스처로 차두리를 포함시켰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윤정환의 발탁은 여론의 힘이 컸다. 당시 성적 부진의 원인을 플레이메이커 부재라고 판단한 여론 때문에 히딩크 감독은 당시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힌 윤정환을 포함시켰다는 후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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