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영표…에코토 이어 심봉다까지 영입추진
박지성, 이번 시즌 활약에 따라 운명 결정
기술이사 극찬, “설기현 잘 적응…대단한 선수”

박지성·이영표·설기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2년차 박지성과 이영표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피 말리는 주전경쟁의 격전장으로 내몰렸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지난 시즌 현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잉글랜드에 데뷔해 당당히 팀내 주전자리를 차지하며 국내의 수많은 축구팬들이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박지성은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라이언 긱스를 밀어내고 왼쪽 미드필더로 꾸준히 경기에 나섰으며, 이영표는 박지성보다 더욱 굳건하게 왼쪽 윙백자리를 독차지했었다. 하지만 이번 프리미어리그에 설기현 또한 가세한 데다 팬들의 기대가 한층 높아진 올 시즌은 출발부터 무한경쟁 속에 내던져지는 바람에 험난한 앞날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프리미어리거,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29·토튼햄 핫스퍼)가 피 말리는 주전경쟁의 격전장으로 내몰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유와 토튼햄이 2006~ 2007 시즌을 앞두고 큰 폭의 새판 짜기를 하면서, 이들이 확보했던 1년차 때의 지정석이 위협을 받고 있다. 먼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초롱이’ 이영표이다. 마틴 욜 토튼햄 감독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각) 구단 홈페이지(www.totten hamhotspur.com)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에는 왼쪽윙백에 이영표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두명의 옵션을 가지게 됐다”고 본격적인 포지션 경쟁을 예고했다. 올해 프랑스 1부리그 랑스에서 영입한 왼쪽윙백 베누아 아수 에코토(22·카메룬)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욜 감독은 특히 에코토에 대해 “프리시즌에 치른 친선경기에서 매우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고 칭찬했다. 홈페이지도 공수에 능한 플레이 스타일의 에코토가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고 전했다.

지성ㆍ영표 피말리는 ‘주전경쟁’

정규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컵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팀의 사정으로 한 포지션에 여러 명의 선수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에코토의 등장으로 ‘누가 주전을 꿰차느냐’ 하는 문제가 이영표에게 나타난 셈이다. 하지만 욜 감독이 “에코토는 왼쪽윙백도 소화가 가능하지만 왼쪽 미드필더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혀, 이영표가 초반에 왼쪽윙백으로 확실한 믿음을 보여준다면 에코토를 밀어내고 계속 순항을 할 가능성이 크다.

맨유의 ‘신형 엔진’ 박지성도 최근 팀 훈련에 참가한 이후 벌어진 3차례의 평가전에서 잇달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주전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잉글랜드대표팀의 미드필더 마이클 캐릭이 토튼햄에서 넘어오면서 그의 입지를 넌지시 압박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맨유 이적이 유력했던 프랑스대표팀의 미드필더 파트리크 비에라(유벤투스)가 막판에 인터밀란으로 방향을 선회해 주전경쟁에서 협공을 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박지성에 대한 현지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맨유 홈페이지는 지난달 31일 박지성 특집기사를 통해 “박지성이 짧은 시간에 올드 트래퍼드 팬들의 사랑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영표와 박지성 입지가 ‘단단해지느냐, 흔들리느냐’는 것은 시즌 시작 전에 열리는 평가전에서 얼마나 활약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맨유는 지난 5일부터 아약스 초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컵에 참가해 19일의 프리미어리그 개막을 앞둔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 토튼햄도 리그 개막에 앞서 몇차례의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영표, “플래툰 시스템을 뚫어라”

‘초롱이’ 이영표는 지난달 29일 케임브리지 시티(5부)와의 연습경기에 선발출장해 선제 결승골까지 터뜨리며 탄탄한 수비는 물론 공격적인 플레이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 마틴 욜 감독에게 주전으로서 눈도장을 찍는 등 한숨을 돌리는가 했지만, 새로운 풀백 선수들의 영입 추진 소식에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경쟁은 각오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벅찬 상대일지 몰랐다. 이영표는 새로 팀에 가세한 베누아 아수 에코토(22)와의 주전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토튼햄이 왼쪽 풀백 아수 에코토를 이미 영입한데 이어 오른쪽 풀백요원도 새로 데려오려는 움직임까지 보여 이영표의 포지션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영국 ‘타임즈’지는 지난 1일(한국시간) ‘토트넘이 지난 밤 위건 애슬레틱의 파스칼 심봉다를 영입하기 위한 새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타임즈에 따르면 토튼햄은 프랑스 출신 오른쪽 풀백 심봉다를 데려오는 조건으로 토튼햄의 대니 머피와 앤디 레이드를 주겠다고 했지만, 위건이 심봉다의 몸값으로 600만 파운드(약 107억원)을 요구했다. 또 이 신문은 토튼햄이 블랙번 로버스의 오른쪽 수비수 루카스 닐과 사인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에코토가 오면서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 이영표는 보직변경마저도 쉽지 않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 그야말로 전방위로 이영표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튼햄 핫스퍼의 마틴 욜 감독은 지난 2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2006~2007시즌 선수 운용 방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시즌에는 기용 가능한 자원이 이영표 한 명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에코토라는 새로운 옵션이 있어 더욱 믿음직스럽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이는 하나의 포지션에 두명 이상의 선수를 확보해서 운영하는 ‘플래툰 시스템’의 도입을 예고하는 것과 다름없다. 상황에 따라 여러 선수를 주전으로 투입할 수 있는 플래툰 시스템은 포지션 중복 선수들의 경쟁심리를 부추겨 전력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는 잔인하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반길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지난 시즌 토튼햄의 왼쪽 붙박이 수비수로 활약한 이영표는 토튼햄이 에코토와 계약을 하면서부터 주전 자리에 대한 위협을 느껴야 했다. 지난달 30일 프레시즌 매치로 가진 이탈리아 세리에A, 인터밀란과의 친선경기에서도 에코토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독일월드컵 출전 선수 등 주전이 대거 빠진 경기라는 사실에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지만, 주전 경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위기의 ‘체감지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지성, 해외원정서 눈도장 찍는다

프리미어리그 빅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아무리 유명한 선수라도 아차 하는 순간 주전에서 후보로 전락하는 것이 프리미어리그라는 밀림의 생태. 좌우 풀백이 모두 새로 팀에 합류하게 될 경우 이영표가 설 곳은 과연 어디가 될 지 시선이 집중된다.

‘신형엔진’ 박지성이 대망의 2006~ 200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을 앞두고 네덜란드 전지훈련에서 막판 담금질에 나섰다. 박지성은 1년만에 ‘제2의 고향’ 네덜란드로 귀향하며 유럽의 대표적인 명문 4개 클럽이 참가하는 LG 암스테르담 토너먼트 2006 출전을 앞두고 있다. 박지성은 지난 달 23일 팀에 합류한 이후 3경기 연속 벤치에 앉아 있었다. 4부리그 팀과의 친선경기였기 때문에 선수들을 두루 기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퍼거슨 감독은 지난 시즌 애제자처럼 아꼈던 박지성을 한번도 불러내지 않았다.

박지성은 3차례 평가전서 결장하며 ‘암스테르담 컵’ 출전을 준비해왔다. 이 대회는 매년 명문 4개팀을 초청해서 벌이며 올해는 맨유를 비롯해 아약스(네덜란드) FC 포르투(포르투갈) 인터 밀란(이탈리아) 등이 참가했다. 박지성은 암스테르담서 벌어지는 포르투갈의 최고 명문 포르투와의 대회 개막전에 출전해 그의 가능성에 대해 첫 테스트를 받았다. 맨체스터 지역신문인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지난 2일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 보다 나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지난 시즌 2골에 그친 박지성이 강한 골 욕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지성이 지난 2003년 2월부터 2년 6개월간 PSV 아인트호벤서 뛰었던 네덜란드를 밟기는 1년만의 일이다. 그는 지난 3월 23일 옛 홈구장이었던 필립스스타디움서 열린 아인트호벤 홈커밍데이 때도 조부상 등이 겹쳐 참가하지 못했다. 네덜란드에서 박지성은 더욱 치열해진 주전경쟁구도를 뚫을 수 있는 강렬한 인상을 퍼거슨 감독에게 전해야 한다.

“설기현 대단한 사나이” 레딩 반했다

한편 처음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게 되는 레딩FC 구단의 수뇌부 공기는 화기애애하다. 바로 팀 사상 최고 이적료(100만 파운드)로 데려온 ‘스나이퍼’ 설기현이 너무 잘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스티브 코펠 감독은 설기현에 대해 “미드필드, 공격 어디를 맡겨도 되는 멀티플레이어”, “우리 팀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선수” 등의 좋은 평가를 내렸다.

이번에는 레딩FC의 닉 해먼드 기술이사가 설기현을 극찬했다. 해먼드 이사는 챔피언십리그(2부리그)의 울버햄튼에서 설기현을 영입해온 주역. 코펠 감독과 함께 설기현의 발전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사람이다. 해먼드 이사는 지난 2일 레딩 지역지 ‘IC버크셔’ 인터넷판(www.icberkshire. icnetwork.co.uk)과의 인터뷰에서 “설기현이 레딩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어 만족하다. 모든 것이 완벽한 만큼 설기현은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기현은 정말 멋진 사내다. 그런 선수를 영입한 게 정말 기쁘다”고 덧붙였다.

해먼드 이사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기현을 칭찬한 것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설기현은 그동안 열린 레딩의 프리시즌 연습경기에서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또 인터넷 투표에서 러시덴전 대포알 슛이 ‘최고 멋진 골’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근 레딩을 방문한 K리그의 한 관계자는 “레딩이 품고 있는 설기현에 대한 기대감은 상상 외다. 설기현 역시 이를 잘 아는 만큼 이를 악물고 새 시즌을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팀내 주전 경쟁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을 정도로 출발이 너무 좋다. 낯선 프리미어리그에 순조롭게 연착륙하고 있는 단계이다.

해먼드 이사가 설기현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기대했던 대로 설기현이 잘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해먼드 기술이사는 “우리가 오래도록 지켜본 설기현은 대단한 사나이다. 그와 함께 일하고 있는 우리는 기쁘다. 또 설기현은 매우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설기현은 레딩의 스웨덴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돼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 4일 스웨덴 갈스타트 FK전을 시작으로 라나전(6일) 오르기테전(9일) 등 3차례 평가전을 치른 후 잉글랜드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번 전지훈련에는 그동안 부상으로 쉬었던 데이브 키슨 등 팀내 주전 골게터들도 참가했다. 설기현의 진짜 실력을 보여줄 때가 됐다. 스웨덴 전지훈련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경우 오는 19일 벌어지는 2006∼2007시즌 미들즈브러와의 정규리그 개막전에 선발로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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