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부활’ 메이저리거 박찬호 2006시즌 총정리


박찬호(33·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말을 빌리자면, 올해는 ‘아주 긴 시즌’이었다. ‘코리안 특급’은 숨 가쁘게 달려왔다.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남지만 보람도, 기쁨도 컸다. ‘다사다난’(多事多難). 이보다 더 정확하게 박찬호의 2006 시즌을 대변하는 사자성어가 있을까. 이제 심호흡을 한 번 할 때다. 그가 보여준 올해 성적을 총정리함으로써 내년 시즌 박찬호의 행보를 전망해 봤다.

박찬호의 재발견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박찬호의 볼에선 고추장을 듬뿍 바른 매운 맛이 났다.
올해 박찬호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다른 해보다 일찍 팬들을 찾았다. 박찬호는 WBC에서 메이저리그 선발투수의 자존심을 버리고 대만전(3월3일), 일본전(5일), 멕시코전(13일)에 마무리로 마운드에 올라 모두 세이브를 따냈다. 16일 일본전에선 본업인 선발로 등판해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박찬호가 마치 고교생 투수처럼 ‘전천후 출격’을 한 것은 애국심과 태극마크에 대한 사명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찬호는 WBC에서 4경기에 등판, 10이닝 동안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3세이브를 거뒀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2㎞까지 찍어 올 시즌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박찬호는 전지 훈련 중 “올해에는 (허리)통증 없이 던질 수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긴다”고 밝힌 바 있다.
메이저리그로 돌아온 박찬호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한 박찬호는 곧 선발로 전환해 위력적인 투구로 힘차게 제2의 전성기를 열어 나갔다. 화려한 전반기였다.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좋은 투구였다.
특히 지난 5월 6일 시카고 컵스전에선 9이닝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리를 거두진 못했지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인 경기였다. 박찬호의 전반기 성적은 18경기(선발 16경기) 등판에 6승 4패, 평균자책점 4.29. 지난 시즌 12승에 이어 2년 연속 10승 고지를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장 출혈’이라는 복병에 발목을 잡힐 줄이야.

시련과 축복
박찬호는 갑작스런 장출혈로 인해 일찌감치 시즌을 접어야 했다. 7월말 장출혈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각종 검사를 받은 박찬호는 15일 만인 8월 12일 현역에 복귀했다.
그러나 두 차례 등판한 뒤 장출혈이 재발했다. 박찬호는 8월 24일 장출혈의 원인이 된 메켈게실(태아 때 혈액을 보급하는 제장간막관이 퇴화되지 않고 남아 있어 생기는 장의 기형형태)을 제거하는 수술까지 받았다.
박찬호는 시련 속에서도 소중한 딸(애린)을 얻는 기쁨을 맛봤다. 박찬호는 “내 딸이 나를 살렸다. 8월 22일 무리해서라도 LA다저스전에 등판하려 했는데 팀 동료 우디 윌리엄스가 나를 불러 ‘가족과 아기를 생각하라’는 말을 했고 이것이 나를 일깨웠다”며 “내가 젊고 결혼하지 않아 태어날 아기가 없었다면 던졌을 것이고, 그때 만약 던졌다면 죽었을 수도 있었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회고했다.
박찬호는 최근 홈페이지(www.chanhopark61.com )를 통해 “병이 나서 수술을 하며 낙심하고 절망을 하게 됐던 시간은 육체는 물론 정신적으로 힘겨웠는데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실히 알았으며 가장 큰 축복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준 시간이었다”며 “특히 사랑의 결실로 얻어진 아기가 만들어 주는 엄청난 힘은 같이 힘겨워 하는 아내와 내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하늘이 주는 선물의 힘이 되었다. 이제는 진정한 인생의 목적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혀 한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박찬호는 올해 메이저리그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가을 무대에 서기도 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후 실전 등판이 한 번밖에 없었던 박찬호는 10월 4일 펫코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1차전 경기에서 팀이 1-5로 뒤지던 8회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아냈다.

가을 무대에 서다
박찬호는 경기 후 “나이를 먹고 경험을 쌓은 것이 부담이 덜 된 것 같다. 젊어서 이렇게 수술을 받고 복귀했으면 체력은 좋았을지 모르지만 기복이 심했을 것 같다. 일단 점수를 주지 않고 나름대로 좋은 경기를 해서 기쁘다. 선수들도 기뻐하고 인정해 주어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박찬호는 본인도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포함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동료들을 찾아다니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기념 T셔츠와 모자에 일일이 사인을 받았다. 마치 작별 인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수술까지 받은 상황에서 보여 준 성실함, 투지 그리고 철저한 자기관리가 코칭 스태프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박찬호는 올해 방망이 실력도 한껏 뽐냈다. 타율 0.268(41타수 11안타) 5타점을 올려 최소 40타수 이상을 기록한 투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의미 있는 기록도 남겼다. 박찬호는 지난 6월 14일 메이저리그 데뷔 시절 몸 담았던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통산 110번째 승리를 따내며 내셔널리그 전 구단 상대 승리투수 대열에 합류했다. 7월 26일 LA 다저스 원정경기에선 메이저리그 역대 161번째로 통산 1,500탈삼진을 달성하기도 했다.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생애 두 번째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박찬호가 내년 시즌에도 샌디에이고에서 뛸 수 있을까. 가능성은 반반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장출혈로 쓰러지기 전까지 박찬호는 7승6패에 평균자책점 4.63으로 무난한 선발 역할을 해냈다. 19차례 선발 등판해 121.2이닝을 던져 경기당 평균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에 2자책점 이내)도 9번 기록했다.
박찬호는 샌디에이고가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지역에 있고 팀 분위기도 좋아 잔류를 원한다. 연봉이 1,500만 달러에 달하는 박찬호가 내년 시즌 샌디에이고에 남으려면 자존심을 버릴 필요가 있다. 다소 불리한 계약서에 사인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샌디에이고는 박찬호에게 선발 등판 횟수, 승수, 이닝 수 등 다양한 인센티브 보너스 조항이 포함된 계약서를 들이밀 가능성이 높다.
박찬호가 내년 다른 팀을 찾아 떠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장출혈로 인한 수술 때문이다. 나이도 문제가 된다. 박찬호는 내년이면 34세가 된다. 샌디에이고로선 박찬호의 나이와 신체 조건을 고려해 봤을 때 거액의 연봉을 주고 붙잡을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샌디에이고가 시즌 중반 비밀리에 박찬호의 트레이드를 추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키 마운틴 뉴스’의 콜로라도 로키스 담당 전문기자인 트레이시 링골스비는 지난 8월 기명 칼럼에서 “샌디에이고가 박찬호의 올해 연봉 1,500만 달러 중 잔여액과 함께 트레이드를 원했다. 그러나 박찬호가 장 출혈로 인해 부상자명단에 오르면서 (박찬호 트레이드) 시장은 증발됐다”고 밝혔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샌디에이고는 여전히 박찬호의 몸값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박찬호는 11월 중으로 미국으로 돌아가 샌디에이고 잔류 또는 다른 팀 이적 등 진로를 놓고 본격 협상에 돌입한다. 박찬호는 오는 12월 7일 이전에 샌디에이고와 재계약을 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한다. 박찬호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연봉의 대폭 삭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찬호는 오는 29일 아내 박리혜씨와 함께 일시 귀국할 예정이다. 11월 중 출국할 계획이기 때문에 국내 행사는 최소한으로 줄였다. 박찬호는 11월 1∼6일 충남 공주시 금강둔치공원에서 열리는 제7회 박찬호기전국초등학교 야구대회에서 시구하고 ‘박찬호 장학금 전달식’ 행사를 치른다.



# 이영표 로마 이적설에 또 한 차례 ‘곤욕’

에이전트사 “근거 없다” 일축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영표 선수의 로마 이적설이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19일 로마 일간지 <일 로마니스타>는 이영표가 다시 로마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도해 잠잠해진 이적설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일 로마니스타>는 토트넘에서 입지를 찾지 못한 이영표가 지난 8월 ‘불가사의한 이유’로 로마행을 거부한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이영표는 현재 자신의 에이전트를 통해 로마의 다니엘레 프라데 단장과 다시 접촉하고 있으며, 토트넘 역시 여전히 이영표를 이적시킬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일 로마니스타>는 이영표의 로마행이 오는 1월에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이탈리아 축구 사이트 <칼치오메르카토웹>도 <일 로마니스타> 보도를 인용, 이영표의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로마는 올 시즌 세리에 A에서 선두 인터밀란에 승점 2점이 뒤진채 2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다.
이에 대해 이영표의 에이전트사 (주)지쎈 김동국 사장은 이탈리아 언론에 의해 보도된 이영표의 로마행 재추진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김 사장은 이와 관련,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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