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FA 시장 ‘부글부글’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올시즌 종료 후 총 12명의 선수가 FA 권리를 행사한 가운데 진갑용(3년 총액 26억원), 전병호(2년 총액 9억원), 김재걸(2년 총액 5억6,000만원·이상 삼성), 김원형(2년 총액 7억5,000만원), 박경완(2년 총액 10억원·이상 SK), 김종국(2년 총액 5억5,000만원·KIA), 권준헌(2년 총액 5억원·한화) 등 총 7명이 원 소속팀과 재계약에 성공했고, 나머지 5명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원 소속팀과 등을 돌렸다. 이병규(전 LG), 박명환(전 두산), 김수경(전 현대), 노장진(전 롯데), 차명주(전 한화) 등 원 소속팀과 재계약에 실패한 5명의 FA선수는 다음달 7일까지 나머지 7개 구단과 협상을 벌일 수 있다. 만약 이 기간에도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내년 1월 15일까지 모든 구단과 마지막 협상을 벌이게 된다. 과연 이들은 내년 어떤 팀의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될까.


5명의FA선수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선수는 호타준족의 상징인 이병규다. 지난 1997년 LG에서 데뷔한 이병규는 그해 타율 0.305 7홈런 69타점 23도루의 빼어난 활약으로 신인왕에 오르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이병규는 1999년에 30-30클럽(30홈런 30도루 이상)에 가입하는 등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성장했고, 올해에도 타율 0.297 7홈런 55타점으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내는 등 데뷔 후 10년 동안 줄곧 LG에서만 뛰며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를 굳혔다. 이병규는 특히 아시안게임, 올림픽,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드림팀이 참가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주전 외야수와 테이블세터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한국 프로야구 최고 외야수임을 입증했다.

이병규, 박명환, 김선우 일본행 채비
일본 진출과 LG 잔류를 놓고 고민하던 이병규는 일단 원 소속팀인 LG와의 계약이 불발되며 일본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이병규는 LG와의 협상 과정에서 구단의 서운한 대우에 적지않은 실망감을 느꼈다. 일단 금전적인 문제에서 LG는 이병규의 마음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이병규의 주장에 따르면 LG는 4년 40억원에 옵션을 포함해 최대 44억원을 제시했고, 이는 지난해 장성호가 KIA와 계약할 당시 받았던 4년 42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병규는 또 “언론에서는 LG가 4년간 총 48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구단에서 왜 정확한 금액을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LG가 사실과 다른 계약 조건을 흘렸다며 당혹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이병규는 LG의 구애를 뿌리치고 일본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이병규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일본 구단은 ‘흑곰’ 타이론 우즈가 뛰고 있는 주니치다. 주니치는 지난 17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정식으로 이병규의 신분 조회를 요청했다. LG의 자매구단이기도 한 주니치가 이병규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외야수 알렉스 오초아가 올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며 외야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주니치는 FA 강타자인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영입을 시도했지만 오가사와라는 4년 계약에 총 20억엔(추청치)을 제시한 요미우리행을 택했다. 주니치의 니시카와 사장은 최근 일본 스포츠닛폰과의 인터뷰를 통해 “외야수 보강이 포인트다. 이병규를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새로운 외야수를 영입한다면 이병규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해 이병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털어놨다.
문제는 결국 돈이다. 올해 LG에서 5억원의 연봉을 받았던 이병규는 일단 이 금액의 2배인 10억원 이상의 연봉을 기대하고 있다. 주니치가 생각하고 있는 금액 역시 이병규의 요구액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 닛칸스포츠는 ‘오치아이 히로미쓰 주니치 감독이 머니게임을 하지는 않겠지만 이병규 영입을 위해 올해 이병규가 LG에서 받은 연봉의 2배인 1억3,000만엔(약 10억4,000만원)을 상한선으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주니치, 이병규 영입 10억원 이상 투자
만약 2년 이상의 다년계약을 맺을 경우 계약금을 포함해 총액 3억1,000만엔~3억6,000만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병규가 주니치 유니폼을 입게 된다면 선동렬(삼성 감독), 이종범(KIA), 이상훈(은퇴)에 이어 4번째 한국인 주니치 선수가 탄생하게 된다.
박명환은 올시즌 중에도 이미 일본 진출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밝혀왔다. 김경문 두산 감독 역시 박명환의 일본 진출을 허락했다. 일본 진출의 뜻을 굳힌 박명환은 두산과 FA 협상 테이블 자체를 열지 않은 채 잠실구장에서 개인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박명환에게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일본 구단은 이승엽이 뛰고 있는 요미우리다. 박명환과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이승엽은 구단측에 “박명환은 일본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훌륭한 투수”라고 말하며 박명환 영입에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요미우리의 라이벌인 한신도 박명환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박명환이 요미우리는 물론 어느 일본 구단에 입단하더라도 선발 투수로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명환은 고질적인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한국에서 뛴 11년 동안 단 한번도 190이닝 이상을 소화한 적이 없다. 올해에도 122.1이닝만을 던졌고 최근 4년 동안 단 한 차례만 150이닝 이상을 투구했을 뿐이다. 언제 또 어깨 부상이 도질지 모르고 검증이 확실히 되지 않은 투수에게 붙박이 선발을 맡길 일본 구단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본 현지에서는 박명환이 일본에 진출할 경우 선발이 아닌 셋업맨이나 마무리 투수로 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박명환은 최근 “3년에 4억엔(약 43억원)이면 일본에 가겠다”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국내에 잔류하더라도 두산은 아닐 것”이라고 말해 일본 진출이 좌절될 경우 두산이 아닌 다른 팀에서 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병규, 박명환과 같은 국내 FA는 아니지만 최근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에서 방출된 김선우의 일본 진출 여부 또한 관심을 모은다. 김선우는 최근 일본 진출과 한국 컴백을 놓고 고민을 하고 있고, 메이저리그 복귀가 가능한 일본 쪽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선우에게 흑심을 보이고 있는 구단 역시 요미우리다. 지난 21일 일본 산케이스포츠는 ‘요미우리가 WBC에서 한국을 대표해 참가했던 강속구 투수 김선우에 대한 조사 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한편 김선우가 한국에 올 경우 우선지명권을 보유하고 있는 두산은 지난 여름 LG로 컴백한 봉중근(계약금 10억원, 연봉 3억5,0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의 대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경과 노장진 차명주 엇갈린 희비
한편 올해 만 27세로 통산 90승(70패)을 거둔 김수경은 원 소속팀인 현대와 계약 기간(김수경 4년, 현대 3년)의 차이를 좁히지 못해 재계약에 실패했다. 김수경은 비록 지난 2년 동안 어깨와 무릎 부상에 시달리며 11승(14패)을 올리는데 그쳤지만 아직 어리고 부상만 떨쳐낸다면 충분히 10승 이상을 거둘 수 있는 투수라는 점에서 몇몇 팀들의 영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얼마전 김재박 전 현대 감독이 새롭게 사령탑을 잡은 LG와 김수경의 고향인 인천을 연고로 하고 있는 SK, 경험이 많은 선발 투수 영입을 원하고 있는 KIA 등이 김수경을 노리고 있는 구단들이다.
노장 투수인 노장진과 차명주는 원 소속팀은 물론 나머지 7개 구단과의 협상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노장진은 원 소속팀인 롯데가 이미 포기를 선언했고, 나머지 구단들 역시 노장진의 돌출 행동과 높은 연봉(3억원) 때문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프로야구 역사상 좌완투수로 2번째로 많은 경기에 나선 차명주는 원 소속팀인 한화에 계약금 2억원을 포함 2년에 4억2,000만원을 요구했지만 한화는 별도의 계약금 없이 연봉 1억원을 제시해 협상이 불발했다. 차명주를 영입하는 구단은 보상선수 1명에 보상금 2억8,500만원 또는 4억2,750만원의 보상금을 한화에 지불해야 한다. 차명주에게 선뜻 러브콜을 보내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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