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프리미어리그 데뷔전
황선홍, 최용수를 잇는 국내 대표적인 골잡이 이동국(미들스브러). 그가 오랜 시련을 딛고 드디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데뷔무대에 올랐다. 데뷔무대임에도 불구, 이동국은 경기 내내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고 동료에게 직접 골을 달라는 손짓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인상을 심어줬다. 경기가 끝난 후 국내외 언론들은 “환상적인 데뷔무대였다”는 평가를 내리며 앞으로의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팬들 역시 “골이 안 들어가서 아쉬웠지만 주전 자리를 확보하면 골을 충분히 많이 넣을 수 있는 실력”이라며 그의 데뷔무대에서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이동국은 지난 2월 25일 레딩과의 홈경기에서 후반 10분을 남겨놓고 몸을 푸는 모습이 처음 카메라에 잡혔다. 미들스브러가 2대 0으로 앞선 상황이었다. 마침내 운명의 시간은 다가왔다. 이동국은 경기 종료 5분 전인 후반 40분, 이날 득점을 올렸던 팀의 주전 골잡이 야쿠부를 대신해 경기장에 투입됐다.

입단식을 가지고도 한 달 가량 공식데뷔무대에 나서지 못한 이동국은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초조하게 야쿠부와의 교체를 기다리는 이동국은 긴장이 되는지 손으로 얼굴을 비벼대고 관중들에게 박수를 유도했다. 그런 이동국에게 미들스브러 팬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미들스브러 홈페이지의 레딩전 경기 리뷰에서 “골을 넣은 야쿠부에게도 큰 박수가 쏟아졌지만 그를 대신해 들어간 이동국을 향한 박수가 더 컸다”며 당시 상황을 표현했다. 이동국은 팬들의 환호에 긴장감을 지우고 예의 밝은 표정으로 그토록 기다렸던 그라운드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동국은 데뷔무대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동국이 들어가자마자 미들스브러는 레딩에게 추격골을 허용했다. 2대 1의 상황, 자연스레 미들스브러는 수비위주의 경기를 펼치며 레딩의 공세를 막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미들스브러에는 이동국이 있었다. 이동국은 공격에 치우친 레딩의 수비허점을 노렸다. 후반 추가 시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공격에 가담했던 이동국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스튜어트 다우닝이 레딩의 수비를 뚫고 왼쪽 코너 부근까지 몰고 갔다. 패널티 에어리어에 있던 이동국은 자신에게 공을 달라는 손짓을 했다.


적극적 움직임=창의적 공간창출
창의적으로 공간을 만들었던 이동국에게 다우닝은 정확한 크로스를 선물했다. 오른발잡이임에도 불구, 이동국은 자신의 왼발 앞으로 떨어지는 공을 발리슛으로 날렸다. 정확한 슛은 레딩의 키퍼가 닿을 수 없는 위치로 향했지만 아쉽게 오른쪽 골포스트를 강타하고 튕겨졌다. 관중들의 환호와 탄식이 교차하고 이동국은 아쉬움에 양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그러나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이동국은 경기 종료를 앞두고 중앙 지역에서 공을 받았다. 골문 앞까지 30여 미터 거리로 중거리슛을 날리기엔 멀어보였다. 그러나 이동국은 수비가 없는 틈을 타 과감히 중거리슛을 날렸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슛이었다. 비록 공은 골대 위로 높이 벗어났지만 미들스브러 팬들은 이동국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결국 미들스브러는 이날 경기에서 레딩을 2대 1로 꺾으며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치솟는 기대감
이동국은 후반 인저리 타임을 포함해 9분만을 뛰었을 뿐이지만 잉글랜드 축구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로부터 평점 7점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들스브러의 지역지인 ‘이브닝가제트’는 2월 26일 이동국의 성인 ‘리(Lee)와 찬란한(brilliant)’의 영어 단어를 조합해 ‘brilLeeant’란 제목으로 이동국의 데뷔전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특히 이 신문은 레딩전에 대한 이동국의 활약상을 상세히 전하며 보로의 주전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들스브러 홈페이지도 이동국에 대해 “10분간의 카메오가 팬들의 식욕을 돋웠다”고 극찬하면서 “한국인 선수의 10분간의 카메오 출연이 팬들의 식욕을 돋우는데 충분했고 팬들은 열광적으로 이동국의 플레이에 환호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의 활약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각종 포털사이트의 인기 검색어에는 ‘이동국 발리슛’이 1위에 올랐다. 팬들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는 모습 보여 달라’, ‘오빠를 믿어요 힘내요’ 등 그에 대한 믿음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러나 이동국의 데뷔이후 그의 프리미어리그 주전확보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많았다. 특히 미들스브러의 팬사이트 ‘컴온보로(www.comeonboro)’에는 이동국의 데뷔전에 대해 실망을 표시하는 글이 눈에 띄었다.


이동국의 과제
컴온보로에 특별히 마련된 ‘이동국 데뷔전 의견’ 코너에는 작성자의 사진까지 담긴 비난 글로 가득했다. 빅토리아 오말리라는 ‘이동국이 6야드(5.4m) 거리의 슛도 성공시키지 못 하는 선수가 아니길 바란다. 우리 팀에는 그런 선수는 많이 있기 때문’ 이라고 했고, 리오넬 에버렛은 ‘한국에서는 데뷔전에서 골을 넣으면 나쁜 취급을 받느냐’며 비아냥거렸다.

한국 팬들도 이동국에 대한 기사의 꼬리말에서 그의 성공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꼬리말에는 ‘오늘도 보았구나 대기권 돌파슛’이라며 허공으로 치솟은 그의 중거리슛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또한 ‘솔직히 주전 자리는 힘들어 보인다’는 의견도 보였다.

이동국은 분명 K리그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다. 그가 이런 우려를 씻는 길은 단 한 가지, 골망을 흔드는 호쾌한 슛뿐이다. 스트라이커는 말이 필요 없다. 2006년 부상으로 그토록 기다렸던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이동국은 다시 일어섰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멋진 골로써 팬들의 우려를 씻는 그날이 기대된다.




이동국, 결국 동화같은 데뷔전 실패
정확한 슛으로 골대 흔들 수 있도록 집중력 길러야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이동국은 데뷔전에서 환상적인 왼발 발리킥으로 골대를 맞췄다. 외신을 비롯한 언론들은 일제히 이동국의 슛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렸다. 스카이스포츠는 이동국이 후반 인저리타임 때 발리슛으로 골포스트를 맞춘 것에 대해 ‘꿈의 데뷔에 가까웠다’고 했다. 사우스게이트(미들스브로 감독)는 “골포스트를 맞고 나온 슈팅이 골로 연결됐다면 동화같은 데뷔전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골과 골포스트를 맞추는 것은 다른 일이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동화 같은 데뷔전이 됐을 것’ 의 앞에 ‘골이 들어갔다면’ 이란 전제를 붙였다. 결국 이동국은 골이란 ‘동화’를 쓰지 못했고 골포스트를 맞추는 ‘현실’에 머무른 것이다.

이동국 역시 골포스트를 맞춘 당시 머리를 양손으로 움켜쥐며 아쉬움을 표했다. 아쉬움이 너무 커서였을까.

이동국은 지난 2월 28일 새벽에 치러진 2006-2007 잉글랜드 FA컵 16강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과의 재경기에서 1대 1로 비기고있는 후반 41분경 비두카와 교체 투입됐다. 이동국은 연장전을 포함 총 39분을 뛰면서 위력적인 중거리슛을 비롯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 중거리슛은 미들스브러 홈페이지의 경기 후 리뷰에서 “골에 가까운 기회였다. 연장전 돌입 전에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라고 설명될 만큼 인상적인 슛이었다. 그러나 아쉽게 골과는 연결되지 못했다. 결국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이동국은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페널티 킥을 전담할 정도로 킥이 정확한 선수. 운명의 승부차기, 팀의 두 번째 키커로 나선 이동국은 상대팀 골기퍼인 카일리를 속여 왼쪽으로 정확하게 깔아찼다. 그러나 이 슛이 그만 왼쪽 골포스트 밑쪽을 맞고 나온 것. 다행히 이동국은 상대팀 선수인 닐 클레멘트와 쉐르질 맥도날드의 연이은 실축으로 팀 패배의 원흉으로 전락하지는 않았다.

이날 이동국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승부차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자꾸 골대를 맞출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는데 실제로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하면서 “빨리 떨쳐버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골포스트와의 불운에 사로잡힌 이동국. 그러나 이동국은 밝은 목소리로 “동료들도 더 잘하라고 격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동국이 골포스트의 저주에서 풀려날 길은 역시 자신감뿐이다. 이동국이 골포스트의 불운에서 벗어나서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을 넣는 그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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