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에도 음주가무” 정권실세 명단 나왔다


천안함 발(發) ‘이재오 리스트’에 정·관계가 뒤숭숭하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5월 23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천안함 애도 기간 중 룸살롱을 들락거린 고위 공직자가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공직자들이 주로 찾는 룸살롱은 서울 역삼동의 T, L룸살롱”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자체 조사를 통해 관련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외유 사실을 상당부분 파악했으며 문제 인사들의 ‘명단’을 확보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명 ‘이재오 리스트’로 불리는 명단에는 현 정권 최고 실세와 장관급 인사들의 실명이 줄줄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방선거 이후 이 명단이 각 부처 개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천안함 데스노트’ 누가 올랐나

권익위는 자체 조사를 거쳐 물의를 빚은 공직자 명단을 해당 기관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에게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요서울] 취재결과 현재까지 확인된 외유 공직자는 장관급 인사 4명을 포함해 10여명 안팎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현 정권 최고위 공무원에 속하는 A씨로 천안함 애도 기간 중 골프장 출입을 해 말썽을 빚었다.

정치권에서는 MB정권 2기 실력자인 A씨가 이번 개각에서 최우선 순위로 방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취재진 앞에서 공공연히 문제적 발언을 내뱉는 바람에 신임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인 출신 유력 정치인 B씨 역시 이재오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B씨는 과거 방송인시절 이 대통령과 ‘호형호제’ 할 만큼 각별했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정계에 입문한 입지전적 인사이다. 유력기관 수장 C씨와 또 다른 장관급 인사 D씨는 각별한 우정이 화를 부른 경우다. 두 사람은 천안함이 차가운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바로 다음날 나란히 뮤지컬 관람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밍 딱 맞춘 ‘존안카드’

공직 사회를 향한 이재오 위원장의 일갈은 이달 중순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교육과학기술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천안함 애도기간 중 공직자 차량의 골프장 출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23일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는 대놓고 천안함 애도 기간 중 고위 공직자들이 룸살롱 ‘2차’(성매매)를 나갔다는 주장을 펼쳤다. 서울 역삼동의 L, T룸살롱 등을 예로 든 이 위원장은 “이 업소들은 여종업원이 100여명이나 되고 모텔까지 겸하고 있다”며 “술 먹으러 들어가면 자고 나오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이 문제 공직자의 소속이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명단’ 내용이 조금씩 베일을 벗음에 따라 해당 공무원들의 입장은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그는 이날 일부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사용 현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권익위는 공공기관이 업무용 경비로 특정 기관원들에게 술과 식사를 대접한 것을 ‘로비’로 규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가 정치적 노림수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직사회 부패 척결이 공익위 임무라고는해도 그 시기가 미묘한 까닭이다. 6·2 지방선거를 불과 열흘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 선거 직후 대규모 개각이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민감한 때 이 위원장의 발언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정황으로 미뤄 정치권에서는 ‘이재오 리스트’가 부처 물갈이를 위한 사전 포석이자 방출 대상 인사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일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명단이 정보기관 등에서 특정 인물을 공략하기 위해 이용하는 일명 ‘존안카드’라는 얘기다.

개각이나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내 ‘존안카드’가 동원되는 예는 흔하다. 올해 모 광역단체장의 불출마 선언이 ‘존안카드’에 굴복한 결과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단체장 F씨는 지난 1월 서울 모처에서 당 중진 인사로부터 자신의 약점이 고스란히 집약된 ‘문건’과 함께 출마 포기를 권유 받고 수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pot.co.kr


#이재오 “北 검열단, 도둑이 현장검증 하는 꼴”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북한의 검열단 파견 제의와 관련해서는 “도둑이 직접 현장검증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미국 워싱턴 방문 중이던 지난 24일(현지시각) 북한의 천암함 검열단 파견 수용 문제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도둑이 자기가 현장검증 하겠다는 것으로, 어불성설이며 시간벌기를 위한 생떼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개성공단 체류 직원을 정치적 인질로 삼을 경우 국제사회에서 더 큰 비난과 고립을 자초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북한이 강경 일변도로 나올수록 한국의 강도 높은 제재조치가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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