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동국 집중분석

음주 파문으로 1년간 태극마크를 달 수 없게 된 이동국(28.미들즈브러)이 안팎으로 시련에 부딪쳤다. 지난 8월 잉글랜드 FA컵인 칼링컵에서 데뷔골을 기록한 이후 리그에서는 단 한골도 넣지 못한 부진 속에 최근엔 홈팬들에게 마저 야유를 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더구나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려면 1년 동안 자국 대표팀 경기에 70% 이상을 소화해야만 한다. 현재 이 기준을 채울 수 없는 이동국에 대해 영국 언론은 거침없이 ‘방출’보도를 전하고 있다. 한 시즌 만에 날개가 꺾인 위기의 이동국. 그는 과연 어디로 가야할까.


“내게 방탄조끼는 없다”

11월 첫째 주까지 8경기 무승(2무 6패)의 부진 속에 허덕이는 미들즈브러 사령탑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남긴 한마디다. 이동국의 영입과정을 진두지휘했고, 그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이던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조만간 경질 될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영국의 대중지 ‘더 선’의 보도에 따르면 “미들즈브러의 구단주 시티브 깁슨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며 “쥬얼(前 위건 감독)이 후임을 맡을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최대 우군이었던 감독마저 낙마한다면 이미 리그 16위로 강등권에 처져있는 미들즈브러와 이동국의 12월 재계약은 물 건너간 상태다.


올 시즌 끝나면 불법체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려면 ‘워크퍼밋’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이는 유럽 국가 출신이 아닌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일종의 ‘취업비자’ 기준으로 해당 선수는 자국 대표팀 경기를 1년에 70% 이상 소화해야하고 해당국은 피파랭킹 70위 이상에 속해야 한다.

이미 음주파문으로 대표 자격을 상실한 이동국은 당연히 이 기준을 채우지 못한다. 물론 과거 박지성의 경우 무릎 부상으로 이 기준을 채우지 못했으나 퍼거슨 감독의 특별 추천으로 비자를 얻은 사례가 있다. 그러나 감독이 경질되고 팀 전력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 이동국에게 이 같은 ‘특별대우’가 주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러한 암초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감독직을 유지하고 있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말을 아꼈다. 그는 “(음주 파문이)감독으로서 매우 실망스럽지만 경기나 팀을 위해 뛰는 것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이동국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동국 본인도 극도로 말을 아끼며 자숙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도통 살아나지 않는 이동국의 경기력이다. 이동국은 지난 3일 토트넘과의 리그경기에서 볼을 못 받고 넘어지거나 백패스를 남발해 홈팬들의 야유를 들었다. 타 구단에 비해서도 충성도가 높은 ‘보로팬’이 ‘보로맨 이동국’에게 야유를 퍼부었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누가 첫골을 넣을까를 맞추는 미들즈브러의 스포츠 토토에도 이동국의 이름은 없다. 8명의 선수 이름과 배팅대비 지급액이 적혀있는 가운데 이동국의 공격수로서 입지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네덜란드 또는 일본행?

현재 이동국 측은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일절 내보내지 않고 있다. 이동국의 에이전트인 일레븐 매니지먼트 코리아의 김기훈 이사는 이동국에 대해 최대한 말을 자제하며 섣부른 추측을 경계했다.

“(대표팀 음주파문)사건으로 이동국이 현재 몹시 지쳐있는 상태”라고 밝힌 그는 “지금은 (이동국이) 소속팀에서 최선의 활약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팀의 적응기를 지나 출전기회만 주어진다면 본래의 컨디션을 곧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일부 언론에서 지적한 방출이나 이적에 대한 가능성은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축구팬들은 “이동국이 실력에 비해 너무 큰 무대를 선택했다”며 더 늦기 전에 네덜란드나 벨기에 등 다른 유럽 국가로의 이적을 주문하고 있다. 이미 독일에서 한 번의 실패를 맛 본적 있는 이동국에게는 가혹한 여론이다. 일각에서는 두 자녀를 둔 이동국에게 일본 J리그가 ‘돈 보따리’를 선사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아시아의 별인 이동국의 스타성이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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