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초이’ 충격 파혼 결정적 이유

‘빅초이’ 최희섭(28·KIA)의 시련이 절정을 맞았다. 올해 5월 미국에서의 생활을 접고 기아타이거즈에 입단한 최희섭. 한국에서 맞은 첫 시즌의 부진을 씻기도 전에 약혼녀의 이별 통보를 받았다. 약혼 11개월 만인 지난달 27일 구단을 통해 약혼녀 야스다 아야(30) 씨와 결별을 선언한 최희섭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라며 “훈련에 열중해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팬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 한국과 일본을 넘나든 두 사람의 인연은 한때 최희섭이 부상과 방출 등 위기를 맞을 때도 끈끈했다. 일본말로 서로 ‘아가짱’(‘아기’라는 뜻)이라 부르며 애정을 쌓아왔던 두 사람이 갑자기 2년 동안의 열애를 접고 ‘남남’이 된 그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지난11월 24일 최희섭의 약혼녀 야스다 아야는 갑작스럽게 우리나라를 찾았다. 그녀가 한국을 찾은 ‘표면적’ 이유는 사업상의 일정과 연인 최희섭에게 ‘깜짝 이벤트’를 선물하기 위한 것. 각종 매체들은 앞다퉈 ‘최희섭의 군사훈련 퇴소 날짜를 잘못 전해들은 야스다가 준비한 이벤트를 보여주지 못해 섭섭해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사흘 후 긴 대화 끝에 결국 최희섭과 야스다는 남남이 됐다. 그야말로 ‘깜짝 이벤트’였다.


야스다는 ‘연상의 여인’

최희섭과 약혼 11개월 만에 파혼한 야스다 아야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의 딸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일본 재계 10위권인 후요그룹의 회장. 후요그룹은 후지은행과 쇼와해운 등 기반이 탄탄한 여러 자회사를 가진 일본 거대 기업집단 중 하나다.

명문가의 ‘아가씨’ 야스다는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고 LA지역 방송 리포터로 일하며 최희섭과 만났다. 2004년 7월 취재 리포터와 선수로 만난 두 사람은 2년 뒤 최희섭의 프러포즈로 연인이 됐다. 두 살 위인 야스다는 지난해 7월 최희섭이 마이너 리그 경기 중 당한 무릎부상으로 최대의 시련을 겪을 때도 함께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결혼은 기정사실인 듯 했다.

그러나 ‘조신한 여인네’로 살기엔 야스다 꿈이 너무도 컸다. 야스다가 약혼자 최희섭을 놓으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것은 사업가로서의 야망과 미국생활에 대한 동경이었다. 리포터 활동을 접고 일본에서 화장품사업가로 변신, 대박을 터트린 야스다는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야스다의 화장품은 내년쯤 한국에서도 팔릴 계획이다.


“한국보다 미국에 살고 싶어”

약혼식에 이어 결혼 뒤의 생활을 놓고 최희섭은 야스다와 적지 않은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희섭 측근들에 따르면 그가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하더라도 결국은 미국에 다시 들어와야 할 것 같다”며 고민해왔다고 한다. 이 측근은 한 일간지를 통해 “올해 최희섭이 이상하게 그분(야스다)과 통화조차 하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유를 물어봐도 별말이 없었다”며 최희섭과 야스다의 관계가 올해 중순부터 이미 식었다는 것을 암시했다. 최희섭은 KIA구단 관계자들에게도 “사정이 있어 결혼식이 미뤄질 수 있다”고 여러 번 말해왔다.


아들 파혼, 부모님도 몰라

두 사람의 파혼은 최희섭이 미국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온 올해 5월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어떻게든 미국에 남아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리길 바랐던 야스다와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생활을 원했던 최희섭은 끝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약혼 11개월 만에 파경을 맞은 두 사람의 결정은 부모님도 몰랐다. 최희섭의 아버지 최찬용(56)씨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구단 전화를 받고 “나도 몰랐다. 엊그제(11월 26일)도 서울에 있는 희섭이와 통화했는데 그런 얘기는 없었다”며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했다. KIA구단에 따르면 지난 11월 23일 4주간의 군사훈련을 마치고 퇴소하는 최희섭을 마중 나간 아버지는 그때도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모든 고통을 혼자 감내한 최희섭은 올 시즌 52경기에 출장해 7홈런, 타율 3할에 46타점에 그치는 부진을 맛봤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로 맹활약 하던 모습과는 상당한 차이다.


최희섭, “독해지겠다”

파혼을 공식 발표한 지난 11월 27일 훈련에 불참한 최희섭은 하루 만에 다시 광주구장을 찾았다. 4주간의 군사훈련을 받는 동안 허리와 발등에 통증을 느껴온 그는 심한 감기몸살까지 앓은 상태였다.

최희섭은 연습구장에서 기다린 취재진들에게 담담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부모님께서 제일 큰 충격을 받으셨다.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해 내년 시즌 잘해서 불효를 갚을 거다. 또 격려해주신 주위 분들과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야구에만 전념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또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어제까지 모든 것은 마음속에서 정리했다. 앞으로는 야구선수 최희섭으로 팀에 기여하고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독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해 마음의 정리가 어느 정도 끝났음을 내비쳤다.

지난 11월 29일 일본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KIA의 조범현 감독도 최희섭에게 힘을 실어줬다. 조 감독은 “내년 KIA의 도약은 희섭이 활약에 달렸다. 일단은 심신을 추스르는 것이 먼저다. 훈련은 그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최희섭은 이런 구단의 배려를 받아들여 이달 중순 미국으로 건너가 개인훈련을 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훈련을 한 뒤 최희섭은 내년 1월 10일 쯤 선수단 훈련에 합류할 것이라고 구단 관계자는 전했다.

“내년엔 밝고 즐거운 일로 팬들을 만나겠다”며 새 출발을 기약한 최희섭. 아픔을 딛고 대한민국의 거포로 부활할 그의 내일을 수많은 야구팬들이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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