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이라도 어떤 기수가 모느냐에 따라, 같은 기수라도 어떤 말을 타느냐에 따라 경주성적이 달라진다. 아무리 강력한 우승후보마라 하더라도 30%의 열쇠는 기수가 쥐고 있으며, 또한 아무리 유능한 기수라 할지라도 좋은 말을 만나지 못하면 70%의 가능성이 흔들리게 되는 것. 때문에 경마에서 베팅전략을 세울 때는 말의 능력이 70%라는 비중을 감안, 기수보다는 상대적으로 말의 역할이 더 크므로 말의 상태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살찐 말은 못 달린다!
출전을 앞두고 있는 육상선수는 체중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 비만하면 몸이 둔해 속도가 떨어지고, 너무 야위면 근육수축강도가 약해져 스피드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체중이 무거운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관절이나 건, 인대 등에 무리를 줘 운동기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주마에게도 적정한 체중을 유지시키는 관리가 중요하다.서울경마장 경주마들의 평균체중은 446kg 정도. 연령별로도 차이가 있다. 특히 2세마는 아직 어려서 평균체중이 430kg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3세가 되면 평균체중이 440kg을 넘게 되어 2세마의 경우 1년 만에 10kg 이상의 급격한 증가를 보인다. 그러나 그 후부터는 그다지 큰 차이가 없이 한 살씩 먹음에 따라 대략 1~2kg씩 체중이 늘어난다.계절별로도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에 체중이 가장 많이 나가고 봄철에 가장 적게 나간다.

평균체중을 기준으로 보면 봄에 약 5kg이 적으나 가을에는 약 4kg이 많아 봄과 가을의 차이가 8~9kg 정도 된다. 이런 연령별·계절별 체중 변화는 정상적인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외에 체중이 갑자기 증가한 말은 경주에서 패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15kg 이상 증가한 말은 주의해야 한다. 보통 출주간격이 길다든가, 장기간 휴양을 한 말이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대략 2개월 만에 출주하는 말은 전번 출주시보다 15kg 정도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현상은 그동안 운동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체중이 감소한 경우도 마찬가지로 주의해야 한다. 체중 감소의 원인은 대개 영양부족, 질병, 무리한 운동에 의한 탈수 등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역시 경주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가 어렵다.

어쨌든 전번 경주 때 보다 15kg 이상 체중에 차이가 날 경우 말의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경마일에 출주마 체중을 공지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경주마라 하면 항상 규칙적인 운동을 하기 때문에 그다지 살이 찌지 않는다. 그러나 간혹 사양관리의 실수나 운동부족 등으로 비만이 되는 경주마도 있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말이 살찌지 않도록 주의깊은 관리가 필요하며, 경마팬 입장에서는 말의 비만여부를 판단해 우승마 예측에 참고해야 한다. 경주마의 야위고 살찐 여부의 분류는 대략 9단계로 나뉜다. 경주마의 경우 뒤에서 볼 때 등 중앙이 편평한 상태의 말(5단계)이 컨디션 발휘의 안정권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외 등 중앙이 함몰부가 형성됐거나 어깨 후방 및 목 근육이 지방으로 충만된 말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거세하면 성적이 좋아질까?
현재 경주마 중 외국산마는 거세마가 월등히 많은데, 이들 중 대부분이 외국에서 거세된 후 도입된 말들이라 외국에서는 거세가 일반화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거세는 수말의 ‘성적인 행동’과 공격적인 기질을 없애거나 혈통 또는 경주 성적, 말의 생김새 등이 좋지 않아 씨수말로서의 자질이 없을 때 말의 번식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 또 많은 사람들은 수말로서의 기질을 발휘함으로써 말의 경주 성적이 일정하지 않거나 좋지 않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거세를 선호한다. 말을 거세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목장에서 말을 관리할 때 씨수말은 각각 1두씩 방목되지만 거세된 말은 여러 마리를 함께 관리할 수 있어, 마필 관리상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실제 거세마가 수말보다 경주성적이 좋은지, 좋다면 왜 그런지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는 없다. 그러나 굳이 거세마의 성적이 수말보다 좋은 이유를 규명한다면, 그것은 거세 후의 장점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공격적이며 다루기 어려운 수말은 거세시 성격이 온순해지는 경향이 있다. 말의 성격이 온순해진다면 말을 다루기 쉬워지고, 그렇다면 조교를 좀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둘째, 수말은 2살이 넘으면 수놈 구실을 하려고 한다. 본능적으로 다른 수놈에게는 공격적인 행동을, 암말에게는 수놈임을 내세우려고 한다. 이러한 행동들은 말의 에너지를 빼앗을 것이고, 관리자에게는 여러가지 번거로움을 줄 것이다. 거세로 인해 이러한 행동들이 방지된다면 말의 에너지가 분산되는 것을 막아 경주 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마필 관리를 담당하는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거세시 경주마로서의 수명이 다소 연장된다고 하는데, 이것도 위에서 언급된 장점과 연관되어 설명할 수 있다. 서울경마공원에서의 성별 경주성적을 통계로 나타낸 것을 보면, 거세마의 승률이 암말과 수말보다 다소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년간의 경험으로 생각할 때 거세 후 모든 말의 경주 성적이 좋아진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우승마 예측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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