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심상치 않은 움직임 기민하게 움직이는 軍


외신들이 한반도 긴장감 고조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ㆍ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국 언론들은 “북한의 전군 전투태세 명령과 한국의 심리전 재개 등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한반도의 안보 위기를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외신은 “지난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남북한 간 공개적 충돌이 없었고 북한이 천안함 사태 이후 호전적 발언을 쏟아내는 가운데서도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직접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국민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뉴스와 신문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매일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도 강경노선을 채택하는 분위기다. 최근 북한이 취하고 있는 제스처는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하다. 전쟁 불사를 강조하고 있고 개성공단 폐쇄 경고와 더불어 금강산 관광을 전면 중단했다. 남한과 연결되는 모든 통로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전면전은 아니더라도 국지전의 가능성은 다소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해상이나 휴전선 일대에서 국지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군 내부에는 그 어느 때 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외신들은 “안보 불안 여파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ㆍ유럽ㆍ북미 등 대부분의 주요 증시가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았다”며 “세계경제가 겨우 회복세를 보이는 국면에서 예기치 못한 악재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 타임즈(FT)는 지난달 25일 “김정일이 전군에 전투태세 명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됐고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며 “한국이 확성기 설치 등을 통해 심리전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데다 북한과의 교역 중단까지 선언하자 시장이 더욱 예민한 반응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반도의 균열이 확대되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북한과 동맹국 중국의 다음 행보에 대해 의문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북한이 자주 국경선에서 소요를 일으켜왔지만 이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자 지난 20여 년 동안 의례화된 상호작용 패턴에서도 벗어나는 것”이라며 “북한이 여전히 협상을 원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긴장 고조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위기는 있어도 전쟁은 없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의 최근 대응 태도를 내부 결속 강화책의 하나로 분석하기도 했다. WP는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외부와의 갈등을 내부 결속 강화에 이용하는 북한의 오랜 행동 패턴이 다시 작동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적으로도 남북한 긴장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CNN머니는 “남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한반도 리스크까지 발생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지금은 투자자들이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한국이 천안함 사태의 범인으로 북한을 지목한 후 남북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남북한이 전쟁을 벌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로이터는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인용해 “남북한은 6ㆍ25전쟁 이후 한번도 공개적으로 충돌한 적이 없다”며 “현재의 적대적 상황이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보도했다.

AP통신 역시 북한이 개성공단 인력에 대해서는 국경 통과를 허용하고 있는 점을 들면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인민군은 ‘빈말’로 상황을 종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개성공단 인력의 국경 통과는 허용하고 있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뉴욕타임즈(NYT)도 “남북한이 합작한 개성공단이 여전히 열려 있다”며 “남북한 모두 지난 10년간 남북한 관계 진전의 상징을 해체하고 수만명의 일자리를 없애는 최종 단계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반도 국지전 시나리오

천안함 사태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자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3개의 한반도 국지전 예상 시나리오를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타임은 같은달 26일 인터넷판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 :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생각하기’란 기사를 통해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전면전이 발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제한 뒤 군사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발발 가능한 국지전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첫번째 서해상에서의 남북한 해군간 재충돌 가능성이다.

타임은 지난 3월 26일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서해상에서는 이미 3차례 남북한간 충돌이 발생한 위험한 해역이라면서 특히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무효화를 주장, 새로운 해상분계선 획정을 주장하는 만큼 유사한 충돌이 재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번째 비무장지대(DMZ) 주변에서 남한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하고, 북한이 이에 강력 대응하고 나설 경우 국지적 교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특히 “확성기 설치는 북남 군사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파기이자, 군사적 도발”이라면서 확성기가 설치되면 조준 격파사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남한도 정면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확성기가 남북한 충돌의 핵심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세번째 DMZ 주변에서의 우발적인 충돌이나 교전이 통제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지적됐다. 특히 한국정부가 “앞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적극적 억제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며 북한의 무력침범시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천명함에 따라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외교전문가들은 국지전 위험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남북한 간 소통수단이 모두 단절됨에 따라 한국정부의 단호 의지를 북한에 전할 유일한 방법은 중국을 통하는 길 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28일 이뤄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이명박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되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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