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발 경제위기…여당 발목 잡는다


천안함 ‘북풍’이 여당의 발목을 잡을 기세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천안함 정국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정권심판론과 ‘노풍’을 잠재운다는 지방선거 필승카드를 내세웠다. 하지만 ‘북풍’이 유럽발 경제위기와 맞물려 ‘역풍’으로 급 선회하면서 한나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 막판 이슈로 떠오른 천안함발 경제위기에 대해 알아봤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유세를 통해 경제살리기를 강조하고 있다. 천안함발 경제위기론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선거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최근 경제동향에 대해 “천안함에 대한 대책을 구상할 때 이런 경제 불안 요인까지 고려했어야 했는데 간과했다. 선거판도 자체를 뒤바꿀 수는 없지만 한나라당엔 감점 요인이다”라고 분석했다.

정 의원은 지방선거 전략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유럽발 경제위기가 환율 급등과 주가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위기론이 떠올랐지만 이 같은 국내경제 불안 요인에 불을 붙인 것은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킨 천안함 ‘북풍’ 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경제위기에 당혹

이 같은 돌발 상황이 선거 변수로 떠오르면서 한나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권 지지세력 상당수가 ‘돈’ 에 민감한 중산층 이상 계층에 결집돼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새로운 선거 전략 마련에 나섰다. 여권 내부에서는 지방선거를 안보 논쟁으로 끌고 가는 것은 이제 중단하고, 외교적으로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앞장섰다. 정 대표는 최근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지원 유세에서 “천안함과 관련해 야당을 공격하지 않겠다. 민주당도 천안함 문제를 정쟁 소재로 끌어들이지 말 것을 제안한다”며 사실상 휴전을 요구했다. 민주당을 북한비호세력으로 비하하며 천안함 안보 문제를 선거에 최대한 활용해온 정 대표가 페이스 조절에 나선 것이다. 보수세력의 비판도 이어졌다.

국내의 대표적 보수인사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최근 자신의 누리집을 통해 “주가가 떨어진다, 투자심리가 위축된다, 실업률이 높아진다든지 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처음 발동되었던 애국심도 식고 이기주의로 돌아간다”며 경제위기감 확산으로 인한 역풍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 같은 천안함발 경제위기감 확산은 야당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천안함 침몰로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 등 야당은 “이명박 정부가 안보무능을 넘어 경제까지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또 이명박 정권이 남북관계를 악화시켰다며 정권심판론을 강조하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충남 연기군에서 열린 충남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도 요동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은 경제가 어떻게 돼도 선거에만 승리하면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야당 ‘정권심판론’ 강조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도 브리핑을 통해 “천안함 후속 대책 발표 뒤 금융시장도 공황 상태로 빠져들었다. 한나라당을 찍는 표는 우리 국민을 다 죽이는 전쟁으로 되돌아온다”고 했다. 민주노동당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정권 안위를 위해 일으킨 북풍몰이로 인해 국가경제가 침몰하고 있다. 이른바 북풍발 경제위기”라면서 “오직 선거를 위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걸고 있는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을 반드시 심판해야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치권의 이 같은 경제위기론에 대한 지적이 실제 주식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외국인 순매도 현상이 이어지면서 주가 급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27일 오후 3시 코스피 시장은 외국인 3003억 원 순매도로 마감했고, 코스닥 시장 역시 외국인이 모두 185억 원 상당의 주식을 처분했다.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가 있는 다음날 금융시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며 “자신의 안보무능은 가린 채 대북 강경책으로 북풍을 선거에 이용하려다 경제마저 망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기치로 내건 정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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