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북풍’, ‘역풍’으로 된서리… “국민은 정권심판 했다”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천안함과 함께 침몰했다. 그동안 선거직전 실시된 각 언론사 여론조사는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 딴판이었다. 당초 천안함 ‘북풍’ 은 집권여당의 악재를 블랙홀처럼 흡수할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되려 ‘역풍’ 을 맞았다.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으로 인한 제갈량의 화공에 무너지는 조조의 형국이 됐다. 북풍은 방통의 ‘연환계’ 처럼 작용 하면서 한나라당의 발목을 잡았다. 거대 정치공룡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은 무엇일까. [일요서울]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 지방선거 이후 여야 행보, 세종시·4대강 등 현안사업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여론조사 및 정치 컨설팅 전문가 4명에게 들어봤다. 김창권 한길리서치 대표(이하 김창권), 김미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이하 김미현), 정치컨설턴트 이경헌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이하 이경헌), 김능구 폴리뉴스&이원컴 대표(이하 김능구)가 인터뷰에 참여했다.

“여당의 참패다. MB정권에 대한 중간심판이 내려졌다. 민심은 안정보다는 견제론을 선택했다”

인터뷰에 응한 여론조사 및 정치 컨설팅 전문가 4명은 이번 지방선거를 모두 유사하게 평가했다.

정리하면 천안함으로 촉발된 국가안보 문제보다 이명박 정권과 집권여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표심에 더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정권 중간심판이다.


전문가들,
“여당 4민심 간과해 참패했다”

“(여당의) 완전 참패다. 선거 중반 이후 천안함 사건이 터지면서 여당 독주로 나간다는 것이 기정 사실화 됐는데 여당 스스로가 민심을 간과한 것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포장해서 나가면 되지 않겠냐는 자만심이 표심으로 작용했다. 천안함 역풍이 분 것과 20~ 30대의 투표참여율이 높아진 것도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줬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원유세 안하고 팔짱만 낀 양태는 여당 패인에 한몫 했다”(김창권), “일단 민심은 안정보다는 견제론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생각보다 북풍이 예상보다 약했고 역풍이 만만치 않았다. 천안함 사건이 그동안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악재였던 모든 사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드린 역할을 해서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4대강, 세종시 같은 현안문제가 유권자 표심을 자극한 것이다. 북풍보다는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책에 대해서 판단을 한 것이라고 본다”(김미현), “사실상 여당의 완패다. 서울 경기를 이겼지만 기초단체장 등 나머지 모든 선거들은 여당의 참패라는 결과가 나왔다. 유권자들이 견제론을 들어준 것이다. 경남의 패배는 정권의 근거지인 영남에서 파열부가 난 셈이다. 야당 입장에서 보면 서울, 경기는 졌지만 전국지역에 걸쳐 대부분 승리를 거뒀단 점에서 실질적 승리를 했다고 평가할수 있다”(이경헌), “MB 중간심판이 내려졌다. 그렇게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하지만 민주당이 잘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선거 막바지에 MB정권의 오만과 독선이 40대를 중심으로 투표율을 4.5% 높이면서 막판에 한쪽으로 쏠린 것으로 본다. 그래서 서울도 박빙이 됐고 경기도도 그만큼 추격했다. 경남, 강원, 충남 같은 경우 한나라당의 오만함에 대해 그대로 표심으로 드러난 것이다. 3월에 일어났던 천안함 정국이 역풍으로 불었는데 그 주역은 40대라는 것이다. 40대가 바로 386세대다”(김능구).


한나라당 조기전대론 급부상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이 남에 따라 향후 정치권의 구조조정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4명의 전문가들은 한나라당의 경우 지도부 전원이 사퇴의사를 표명했고, 이에 따라 조기전당대회를 통한 당 내 인적쇄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민주당은 그동안 위태했던 정세균 대표 체제가 선거 승리로 인해 더욱 굳건해 질 것이라 예상했다.

“한나라당의 경우 빠른 조기전당대회가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사퇴했다고 해서 섣불리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면 과거와 달라질 것이 없다. 민의를 수렴하는 당지도부가 돼야 한다. 민주당은 선거 승리로 친노세력이 부상하면서 당 내부가 복잡해질 우려가 있다. 민주당은 승리 도취감에 빠져들지 말아야 한다. 잘해서 유권자가 뽑아준 것이 아니라 견제의미로 뽑아준 것을 알고 뼈를 깍는 아픔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김창권), “민주당은 정세균 체제가 더 굳건해 졌다. 이렇게 압승할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다. 여당이 문제인데 여당은 7월 전당대회 앞두고 조기전당론 나올 수밖에 없다. 여당은 현재 위기의 돌파구를 개헌론으로 보는데 친박계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활약해 접전지역에서 유리하게 전개 됐다면 모르지만 (지원유세를 안해)친이-친박간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할 수 있다. 여당이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인적쇄신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김미현), “여당은 선거 패배 이후에 위기 국면 맞았는데 선거패배에 대한 평가의 기준이 틀렸을 때 정부여당과 청와대가 위기국면을 수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여당 주류에서는 선거 패배를 정권심판으로 받아들이지만 청와대에서 선거결과와 상관없이 실제로 집권위기 플랜을 관철하는 쪽으로 간다면 선거패배 이후에 위기국면을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란 것이다. 정권을 견제한 민심이 확연히 드러났는데 이에 걸맞는 해결책이 청와대로부터 나와야 한다. 전면적인 쇄신, 개각, 견제민심을 반영한 새로운 국정 플랜을 내놓지 않으면 위기 국면 수습 어렵다”(이경헌), “민주당의 경우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야권정계개편이 예고되고 있다. 지금 보다는 좀 더 강성이 등장할 것이라 본다. 제휴와 연대를 뛰어넘는 통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발탄은 심상정의 사퇴가 될 것으로 본다. 한나라당은 지도부 교체가 전당대회를 통해 이뤄질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가 중요하다. 박근혜는 2012년 대선을 노리기 때문에 이번 전당대회에 안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당 대표 돼서 여야를 아우르는 지도부가 아니라 돌격형 지도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정국이 경직될 수 있다”(김능구).


세종시·4대강 청와대 입장정리 우선돼야

6월 임시국회에서 최대 쟁점이 될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문제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대체로 신중한 의견을 내놨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입장정리를 강조하며 그 결과에 따라 정국의 운명이 갈릴 것이라 입을 모았다.

“당장 사업을 중지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지금 상황에서 청와대 입장은 패배책임에 대한 인적쇄신을 한 다음 국민 입장을 생각해서 완화하는 방안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강력한 정치공세 할 것이 뻔하지만 이건 민심을 등에 없고서 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다시 한번 체계적, 과학적으로 연구해서 여당을 공격해야 설득력이 있다”(김창권), “선거에서 충청권을 다 내줬는데 지금 세종시 수정안 추진하겠다면 이건 또 민심을 반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세종시 수정안 추진은)어려울 것으로 본다. 말하자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 딜레마다. 4대강 같은 경우는 김 문수 지사가 오늘 아침 4대강 사업 핵심 지역은 한나라당이 당선됐다고 인터뷰 하는 것 봤는데 이건 계속 한다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 청와대에서 결정해야 하는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김미현), “당장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은 이제 완결해야할 현안이다. 4대강 같은 경우는 지자체장들이 물갈이 됐는데 지금 원래 계획대로 관철시킬지 아니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반영하면서 궤도 수정을 할지 결정을 먼저 해야할 것으로 본다. 이 결정이 정치권과의 협의를 통해 완급조절을 하느냐 그대로 관철시키느냐에 따라서 선거 이후 하반기 정국이 대립국면으로 갈 가능성 있다. 청와대가 예고했던 현안들에 대한 추진 방향을 어떻게 할지 입장 정리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 결정에 따라서 하반기 정국이 경직되거나 유기정국으로 순항할지 달라질 것이다”(이경헌), “MB의 스타일상 정국지도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돌격형 지도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야당 쪽은 국민들에게 더 보여줘야 하니까 세종시 원안사수에 나설 것이다. 전쟁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김능구).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지난 6월 4일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포스커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의 마지막 인터뷰에 감사드리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일요서울신문사 편집부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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