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식 경찰청 차장의 수행비서 강희도(40) 경위의 자살을 둘러싼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강경위의 자살은 그가 수행을 맡고 있던 최광식 경찰청차장이 윤상림씨와 석연찮은 돈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시점에 일어난 것이기에 더욱 의혹을 사고 있다. 강경위의 자살배경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 석연치 않은 강경위의 자살, 풀리지 않는 3대 미스터리를 알아봤다.

의혹1, 검찰수사에 부담느꼈나

강경위의 자살원인으로 가장 먼저 제기되는 것은 검찰수사에 대한 부담감이다. 강경위의 고향인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의 한 야산에서 강경위의 시신이 발견된 날짜는 지난 1월 21일 , 최차장이 윤씨에게 돈을 건네는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강경위가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강경위의 자살이 소환통보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으로 짐작해 볼 때 현재 유력한 자살 이유로 제기되고 있는 것은 검찰수사에 대한 부담감이다. 실제로 최차장은 모 매체와의 전화통화에서 “검찰이 강경위가 (내 친구)박모씨에게 보낸 돈과 박씨가 윤씨에게 보낸 돈이 전혀 상관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강경위를 소환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최차장은 또 “소환통보를 받은 강경위가 ‘제가 언제 검찰 조사를 받아봤습니까’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강경위는 윤상림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뿐더러 윤씨사건의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자격이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단순히 검찰수사에 대한 중압감으로 죽음을 택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의혹2, 결백 주장하려 했나

둘째,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지난 2001년부터 자신이 수행해온 최차장이 윤상림과의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이상, 강경위 역시 이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을 의혹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경위는 최차장-박씨-윤씨간 돈거래 과정에서 중간통로 역할을 했다는 점이 드러남에 따라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로 지목될 수밖에 없는 위치였던 것. 이러한 정황을 파악한 듯 강경위는 유서에서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어”라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윤상림은 잘 모른다”며 검찰이 윤씨와 최차장, 자신을 연결짓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나타냈다. 돈거래에 대해서도 강경위는 “돈 좀 벌어서 살겠다고 박사장님께 이야기 듣고 송금시킨 것이 무슨 죄가 된다고 더러운 검사 앞에서 조사를 받냐. 정말 난 검새들 앞에 가기 싫다”고 적어놓았다. 그러나 강경위의 주장대로 결백하다면 죽음을 택할 필요가 있었을까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특히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아직 하고싶은 게 많다’는 내용으로 미뤄보아 강경위는 세상에 많은 미련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백을 밝히기 위해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을 두고 자살했다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마지막으로 검찰에 대항하는 뜻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추측이다. 이는 현재 수사권 조정을 두고 검경이 대치하고 있는 배경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의혹3, 조직보호하려 했나

이는 60년 숙원인 수사권을 놓고 검찰과 싸움을 벌이던 허준영 전경찰청장이 낙마한 상황에서 자신이 보좌해온 최차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실무자로서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또 최차장이 윤씨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경찰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는 가정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더구나 수사권 조정이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자신이 검찰조사를 받을 경우, 경찰조직에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결정일 수도 있다.

실제로 경찰내부에서는 “수사권 조정을 견제하기 위한 검찰의 표적수사가 강경위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한편 유서에는 ‘검새없는 세상으로 가자’, ‘더러운 검새들’, ‘난 정말 검새들 앞에 가기싫다’는 검찰에 대한 불만 및 수사에 대한 거부반응도 나와있어 검찰에 대한 항의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조직보호를 위해 자살을 했다는 것은 한달전 초급간부로 승진한 그의 직급으로 볼때 납득하기 어렵다. 또 한 가정의 가장인 그가 조직을 위해 가정을 버렸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특히 아내와 두딸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수차례 표현한 유서로 보아 이는 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


# 강 경위 “눈감고 귀막아도 좋은날 없더라”

강경위의 자살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유서를 종합하면 강경위는 주식투자 목적으로 최차장의 친구인 박씨에게 2,000만원을 보냈는데, 이 돈은 강경위가 최차장에게 받은 용돈과 개인 돈을 모은 것으로 현재 의혹을 받고 있는 최차장과 윤씨간 돈거래와는 무관한 것이다. 그렇다면 강경위가 자살한 이유는 무엇일까.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 강경위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렇다할 이유는 드러나지 않은 채 의혹만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눈 감고 장님 되고 입 다물고 벙어리 되고 귀 막고 귀머거리 되어 살다보면 좋은 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라는 유서내용은 강경위가 뭔가 알고서도 말할 수 없었던, 모른척할 수밖에 없었던 ‘중대한 사실’이 있음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관건은 강경위가 눈감고 귀를 막아야했을 사안이 도대체 무엇이었느냐인데, 이것을 풀 수 있는 열쇠는 전현직 경찰 최고위층이 쥐고 있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경위가 최차장-박씨-윤씨간 있었던 돈거래의 감춰진 진실을 알고 있었을거라는 소리가 들린다. 또 최차장과 윤씨간 알려지지 않은 거래 및 경찰 수뇌부와 윤씨간에 모종의 검은 커넥션이 있었다는 루머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강경위에 대한 경찰 수뇌부의 압력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극단적인 추측까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실을 알고 있었던 강경위는 비록 죄가 없을지라도 심적인 압박으로부터는 결코 자유롭지 못할 수밖에 없다. 확실한 것은 강경위가 이번 검찰 소환을 앞두고 무척이나 불편한 위치였다는 것이고, 이를 확대해석해보면 결국 강경위는 ‘진실’이 밝혀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죽음을 택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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