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後 여권 잠룡 5人 행보 집중 분석

박근혜 ‘공천권·대권’ 두 마리 토끼 다 잡는다

6·2 지방선거 결과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으로 끝났다. 민주당이 완승을 했지만 ‘민주당이 잘했다’는 평은 나오질 않고 있다. 이번 선거를 책임지고 이끌어왔던 정세균 당 대표의 차기 대권 선호도는 1%대에서 머물러 있는 게 반증이다. 오히려 지방선거와 떨어져 지역구에서 칩거한 박근혜 전 대표의 차기대권 이미지만 더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이 완승을 했을 경우 ‘박근혜 무용론’이 퍼질 수 있었던 위기의 순간도 존재했다. 반면 선거를 안팎에서 이끌었던 정운찬 총리와 정몽준 전 대표의 위상 추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친이 진영 후보군들의 ‘박근혜 대항마’ 찾기에 절치부심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이명박 정권 3년차를 맞이해 차기와 차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한나라당내 잠룡들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잠룡군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대표, 정운찬 총리 등이 대권 후보로 분류된다.


한나라, “열린우리당 닮아가는 것 아니냐” 초긴장

그러나 지방선거 결과 민심이 ‘줄 투표’가 아닌 ‘MB 정권 심판 투표’ 양상을 보여 MB 정권의 오만함과 독선에 제동을 걸었다. 친이 후보군들의 표정이 밝지 않은 이유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잘했다’는 평 역시 부재하다는 점에서 야권 후보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예외다. 오히려 지방선거 완패 이후 ‘역할론’이 친이 친박을 뛰어넘어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완패와 7·28 재보선 참패가 예상되면서 “참여정부 시절 의회, 지방, 중앙권력을 다 잃었던 열린우리당을 닮아가는 것이 아니냐”며 초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차 ‘박근혜 대표 추대론’, ‘총리론’ 등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역할론’이 나올 때마다 ‘당 지도부가 중심이 되어 치러야 한다’고 선을 그었던 박 전 대표였다. 지방선거 투표일 전 한나라당 승리가 예견될 당시에는 ‘박근혜 책임론’, ‘출당론’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밖으로 한나라당이 완패하자 박 전 대표의 행보가 다시 주목을 받는 모습이다. 물론 박 전 대표는 ‘총리설’이나 ‘대표 출마설’에 일체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친박 진영에서는 MB를 겨냥해 ‘하던 대로 잘 하시라’는 냉소적인 분위기다. 박 전 대표 역시 향후 정치 일정에서 ‘정중동’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항마, ‘김문수 부상’ 양정 ‘몰락’

나아가 오는 7월초 대전에서 치러질 전당대회에서도 친박 후보가 나서질 않기를 바라는 기색이다. 현재 6선의 홍사덕 의원과 3선의 허태열 의원, 재선의 서병수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부정적일 경우 무리하게 출마를 하지 않을 것으로 친박 진영에서는 보고 있다.

오히려 한 친박 인사는 “오는 7월 재보선과 10월 재보선, 그리고 내년 4월 재보선에서 연이어 패할 경우 조기전대 요구가 당내에서 폭넓게 퍼 질 수 있다”며 “오히려 그때가서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든지 아니면 대리인을 내세워 당권을 잡는 게 낫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박 전 대표는 정치 전면에 나설 공산이 낮다는 관측이다. 또한 그는 “박 전 대표는 차기 대권에 방점을 찍고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2012년 4월 총선을 전후로 본격적으로 정치행보에 나설 것”이라며 “당권을 직접 잡지 않더라도 선거를 전면에서 진두지휘하고 이후 바로 당내 대통령 경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공천 관련 영향력은 무시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박 전 대표가 유일하게 자기의 지역구인 한나라당 후보 선거 지원에 나섰지만 패배한 달성군수 선거에 따른 정치적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달성군수 선거를 지원한 한 친박 인사는 “달성군수의 패배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평가보다는 박 전 대표의 오른팔로 호가호위한 박모씨의 공천 전횡을 심판하는 분위기였다”며 “지역주민들은 박 전 대표의 눈과 귀를 막는 박씨를 멀리해야 한다는 애정을 표로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전 대표의 정중동 행보와는 달리 친이 진영 후보군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당장 지방선거 결과 세종시 수정안이 민심으로부터 외면당하면서 ‘세종시 총리’로 불렸던 정운찬 총리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충청 출신으로 충청민심을 대변해 세종시 수정안을 적극 추진했지만 한나라당이 충청도에서 참패하면서 민심을 파고드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장 이로 인해 야권뿐만 아니라 여권내부에서도 ‘총리직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정몽준 전 대표는 지방선거 완패와 함께 대표직을 사퇴했다. 당내 기반이 약한데다 ‘월급 대표’, ‘관리형 대표’로 불리던 정 대표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 전 대표 주변에서는 재차 ‘당 대표 도전설’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차기 대권 후보로서 ‘당권 대권 분리 조항’으로 인해 2012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기 힘든데다 지방선거 완패로 인해 출마가 힘들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설사 출마해서 1위가 아닌 턱걸이로 최고위원이 되거나 지도부에 들지 못할 경우 대권 후보로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점 역시 걸림돌이다.

차기보다는 차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오세훈, 김문수 후보는 광역단체장 재선에 성공했지만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차기 여권내 유력한 대권 주자인 유시민 후보를 이긴 김 도지사측 분위기는 한껏 고조돼 있다.


‘강남 시장’된 오세훈 대권가도 ‘빨간불’

지방선거 이후 지난 주 한 일간지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28.8%) 뒤를 이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9.4%) 2위로 기록했다. 국민들은 야권에서 ‘박근혜 대항마’로 유 전 장관을 지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김 지사측은 20여 만표 차이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친이내 ‘박근혜 대항마’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나아가 김 지사 주변에서는 “도지사 임기를 중간에 그만두고 차차기가 아닌 차기 대권을 넘볼 수 있다”, “대권 가동팀이 벌써 꾸려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고조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임기중 도지사직을 관두고 대권에 도전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민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차기 대권 도전의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선에 성공했지만 김 지사측과는 다른 분위기다. 오히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떨어지는 게 차기 대권에 도움이 됐을 것”, “한명숙 후보가 아닌 김성순, 이계안 후보가 나왔더라면 100% 졌다”는 등 냉소적인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검찰발 수사에다 ‘준비되지 않은 후보’, ‘여성후보’라는 한계에 현역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오 후보는 2만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신승했다. 또한 강남, 서초, 송파 등 부자 동네에서 몰표를 받아 당선된 바람에 ‘강남 시장’, ‘강남 대통령’이라는 별칭을 얻어 차기 대권가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렸다. 하지만 오 시장의 나이가 올해 49세로 아직 젊다는 점에서 향후 어떤 행보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대권 후보로서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