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수원, “ 김남일 이럴 수 있나 ”


12월 말 계약 끝나는 김남일, 일본 빗셀 고베로 이적
이적료 한 푼 못 챙긴 수원삼성, “김남일 이적은 불법”
수원 팬, “돈에 끌려 팀 버렸다. 그는 이미 떠난 사람”

그라운드의 ‘진공청소기’ 김남일(30·수원)이 결혼을 앞두고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12월 말 수원과 계약이 끝나는 김남일은 지난 3일 소문으로만 떠돌던 일본 빗셀 고베로의 이적사실을 공식발표했다. 12월 8일 KBS아나운서 김보민씨와 백년가약을 맺고 가장이 된 김남일은 “(일본행은)나와 가족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란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K리그 ‘얼굴마담’ 김남일의 일본진출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김남일의 이적설이 나돌 무렵부터 ‘재계약 원칙’을 고수하던 수원은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은 셈. “12월 한 달간 소속팀과 우선협상을 벌여야 하는 김남일이 규정을 무시했다”며 발끈하고 있다. 특히 팀의 ‘흥행 보증수표’를 내주며 이적료 한 푼 챙기지 못할 처지에 놓인 수원은 속이 탈 수밖에 없다.수원의 팬심도 흉흉하긴 마찬가지다. 서포터스인 ‘그랑블루’ 게시판엔 ‘한때 팀 주장으로 동고동락했던 김남일이 돈에 이끌려 팀을 버렸다’며 원색적 비난도 줄을 이었다. ‘김남일은 이미 일본팀 선수다. 신경 끄자’는 표현은 그나마 점잖은 편에 속한다. 지난 3년간 수원에 정착해 선수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그의 일본행, 삼각갈등으로 불거진 논란의 핵심을 짚어본다.

“현 소속팀(수원)이 김남일과의 재계약을 원한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다른 계약을 확정하나. 김남일은 그렇게 신의 없는 선수가 아니다. 수원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한다는 김남일의 바람은 변함없다.”
지난 11월 26일 김남일은 자신의 에이전트인 일레븐 매니지먼트의 김기훈 이사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일본 빗셀 고베 이적이 확정됐다는 모 일간지 보도를 접하고 ‘황당하고 불쾌하다’는 심정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정확히 4일 뒤인 지난 11월 30일 빗셀 고베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김남일 입단 사실을 발표했다. 구단은 ‘김남일과 입단 가계약을 맺었으며 그가 곧 일본을 방문, 메디컬 체크를 마친 뒤 정식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빗셀 고베에 입단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팀 승리를 위해 전력으로 싸워 J리그 우승을 목표로 하고 싶다’는 김남일의 입단 소감(?)까지 실었다.

말 바꾼 김남일, “일본 간다”

빗셀 고베의 갑작스런 발표로 당황한 김남일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지난 3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행사를 마친 뒤다. 그는 “일본 쪽에서 먼저 사실을 보도해 당혹스럽다. 입단하는 것은 맞다”고 털어놨다.
김남일은 “수원과 12월에 계약이 끝난다. 재계약과 관련해 지금껏 아무 얘기도 듣지 못했다. 그래서 내 미래에 대해 준비해야 했다”고 일본행을 추진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국제축구연맹이 정한 ‘보스만룰(계약만료 6개월을 남긴 선수는 다른 팀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음)’에 따라 이적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물론 수원에 미안한 마음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수원과 좋게 계약을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일본에서 성급하게 보도자료를 냈다. 수원의 섭섭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뒤통수 맞은 수원, 법대로 할까

한편 “김남일과 안정환, 송종국 등 모든 자유계약선수를 팀에 잔류시킬 것”이라고 누누이 말해온 수원은 초토화된 분위기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되면 12월 말까지 1개월을 소속팀과의 우선협상기간으로 정하고 다른 팀과의 접촉을 금하고 있다. 수원은 이 같은 국내 선수관리규정을 들어 ‘김남일의 일본행은 불법’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수원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법적 소송으로 맞서거나 김남일에 대한 소유권을 내세워 트레이드 하는 것. 그러나 이런 극약처방도 수원입장에선 결코 쉽지 않다. ‘구단이 선수발목을 붙잡는다’는 비판여론 때문이다.
안기헌 수원 단장은 “굳이 가겠다는 선수를 어떻게 붙잡겠나. 하지만 규정을 지키는 건 고사하고 최소한의 예의라도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
한때 주장으로 3년간 동고동락했으면 헤어지는 모양새라도 좋게 갖춰야 한다는 게 수원의 입장이다. 한쪽에선 “이렇게 쑥대밭을 만들어 놓고 12월 봉급까지 줘야하느냐”는 불만까지 터졌다고 한다.

김남일 이적, 정당성은?

FIFA규정과 국내규정을 놓고 팽팽하게 맞선 김남일과 수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사실상 김남일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지원팀 신명준 팀장은 “국가 간 이적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따르고 국내팀 간 이적은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을 따르는 게 맞다. 일본으로 리그를 옮기는 김남일의 경우는 FIFA룰에 따라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리그가 다르듯 각 국 규정에도 차이가 있다. 선수가 다른 나라 팀으로 이적하는 경우 FIFA규정을 따르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가대표팀과 국내 최고구단에서 특급대우를 받던 김남일이 이렇게 팀을 떠날 경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다는 게 부담스러울 뿐이다. 자칫 ‘국내규정은 무시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남을 수 있는 까닭이다.

수원, ‘결국 돈이 문제네’

연맹마저 김남일 손을 들어준 상황에서 수원이 내세울 명분은 많지 않다. 인간적 도리에 호소해 어떻게든 김남일과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고 싶어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수원이 계속 국내규정을 들어 김남일을 압박하는 이유로 돈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김남일이 국내 구단으로 옮긴다면 자유계약선수라 해도 일정 금액의 이적료가 생긴다. 그러나 해외로 나갈 경우 수원은 팀의 주축선수를 눈뜨고 뺏기면서 단 한 푼도 챙길 수 없다. 3년 전 수원은 김남일을 데려오기 위해 고종수, 조병국 등 ‘알토란’같은 선수 둘을 전남에 내줬다. 올해도 김남일에게 연봉으로만 7억원 이상을 챙겨준 수원은 당연히 배가 아플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한 축구관계자는 고액연봉을 받는 선수들 거품을 걷겠다는 수원의 ‘내부방침’도 김남일 이적에 적잖은 영향을 줬을 것이라 전했다.
그는 “31세로 노장대열에 들어선 김남일에게 사실상 연봉삭감을 예고한 수원의 방침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적어도 1억~2억원 이상 연봉이 깎일 게 불 보듯 뻔한데 상대적으로 체력부담이 적고 연봉도 높은 일본리그가 매력적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는 “나와 가족의 미래를 위해 일본행을 결정했다”고 말한 김남일 입장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주장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복잡한 규정준수 보다는 ‘돈’이 핵심인 셈이다.

새댁 김보민 아나, “일본 따라갈래”

한편 김남일의 ‘피앙세’ 김보민 아나운서는 남편과 함께 일본에서 신접살림을 차릴 뜻을 밝혔다. 김 아나운서는 축구협회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KBS아나운서직을 떠날 생각은 없다. 다만 결혼하면 남편과 함께 일본에서 생활하고 싶다. 휴직문제는 선배들과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8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에 이미 신혼집을 장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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