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꽃놀이 패’ 쥔 채 ‘시름’ 깊어가는 이유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앞날이 순탄치 않게됐다. 지방선거전 한나라당의 ‘승리’가 예견된 상황에서 ‘당권 도전설’, ‘7·28재보선 출마설’, ‘정부 요직 중용설’ 등 다양하게 관측됐다. 하지만 지방선거 패배로 인해 이 위원장의 정치 일정이 완전히 헝클어졌다. 당장 이 위원장측은 ‘전대 불출마’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또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지역구인 은평을 재보선 출마에도 신중한 입장으로 바뀌었다. 지방선거 결과 MB 정권에 대한 심판 성격이 드러난 이상 ‘2인자’로 알려진 자신의 출마로 인해 MB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럴 경우 이 위원장이 선택지는 많지가 않다. 일단 국민권익위원장직을 유지하며 내년 4월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조기전당대회에 출마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자신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을 통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한나라당전당대회에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함께 내일로’ 등 친이재오계에선 ‘전대 연기’를 통해서라도 이 위원장의 정치 복귀를 기대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패배로 당·정·청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친박근혜계의 반발이 불 보듯 훤해 이 위원장의 출마는 자칫 이명박 정권 집권 3년차를 부담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대 이어 재보선 불출마… 이재오 선택은

이 위원장으로선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현재 친이계뿐만 아니라 친박계에 출사표를 던지거나 던질 예정인 인사중 중량감 있는 후보가 없다. 이 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진 다면 대표 최고위원이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친이 진영 후보로는 안상수, 홍준표, 이윤성 의원에 정몽준 대표가 재차 거론되고 있고 친박 진영에는 홍사덕, 허태열, 서병수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정 대표의 경우엔 지방선거 패배가 홍사덕 의원은 6선이지만 친박 인사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위원장의 정치 복귀 무대인 전대가 물 건너간 이상 기회는 다음달 열릴 7·28재보선이다. 자신의 지역구가 빈 상황에서 출마는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7·28재보선 출마를 묻는 질문에 “아직 권익위에 할 일이 많다”며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동안 ‘7·28 재보선 출마’가 기정사실화한 분위기에서 다소 신중해진 답변이다. 정치권에선 ‘지역구에서 떨어지면 정치 인생이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靑·政 요직행? 반이재오계 ‘십자포화’ 전망

실제로 지난 6·2 은평구 선거표심은 이 위원장으로서 충격이었다는 후문이다. 은평구청장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한 후보보다 민주당 후보가 54.2% 득표로 압승한 것은 물론 시의원 역시 은평구 4곳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지역구 민심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및 야권에서는 이번 지방선거로 ‘야권후보 단일화’로 재미를 톡톡히 본 상황이다. 이 위원장의 출마는 곧 이명박 정권의 2인자로 정권 심판전이 될 공산이 다분하다. 또한 친박계와 갈등 정점에 서 있는 이 위원장의 출마는 곧 박사모 등 친박 성향의 유권자들을 뭉치게 만들어 적전분열까지 초래할 수 있어 이 위원장으로선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7월초 개최될 전당대회나 재보선에 출마가 힘든 상황에서 이 위원장이 당분간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의 말대로 ‘권익위’에 충실하거나 오는 7월말에서 8월초 있을 예정인 개각에서 청와대 실장이나 장관, 국무총리 등 정부 요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민심이 ‘MB 정권의 독주’에 대한 견제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점에서 ‘왕의 남자’인 이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정국 운영에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친이 강경파에 당내 최대 모임인 ‘함께 내일로’의 사실상 수장인 이 위원장으로 당내 50여명에 해당되는 친박근혜계를 비롯해 50여명 되는 초선 의원 등 소장파들의 ‘세대 교체’ 등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 위원장은 소장파들이 ‘국정쇄신’과 ‘세대 교체’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세대 교체는 어느 시대고 필요한 것이지만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내용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문제”라며 “‘40대 기수론’, ‘세대 교체론’이 또 다른 개인의 정치적 출세의 도구로 내세운다면 국민들이 외면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나라당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 위원장이 당분간은 권익위원장직을 수행하고 내년 4월 재보선 이후 지도부 사퇴로 조기전당대회가 개최된다면 그때 나서는 것이 가장 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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