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향남

‘부산 사나이’ 로이스터 감독(롯데)이 최근 미국 진출을 확정 지은 최향남(39)의 ‘성공 보증수표’를 자처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달 28일 롯데카드 CF 촬영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향남의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을 점쳤다.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해 부상하기 전의 좋았던 모습처럼만 한다면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로이스터 감독이 ‘좋았던 모습’이라고 표현한 것은 최향남이 ‘향운장’으로 통하며 마무리로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지난 시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최향남은 당시 빠른 템포의 투구에 과감한 몸쪽 승부로 기세를 올렸다. 구속이 빠르지는 않았지만 제구력이 좋았고,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구종도 다양해 상대를 꼼짝 못하게 했었다.

150㎞가 넘는 빠른 공 투수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최향남의 투구 스피드가 너무 느리지 않냐는 질문을 던지자 “좋았을 때는 최향남도 140㎞ 초반을 던졌다. 그 정도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또 “최향남은 메이저리그에 오르기 위해 최선을 다할 선수다. 한국 프로야구 대표로 가는 만큼 더 좋은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덕담을 했다.

그러나 로이스터 감독은 최향남을 보내며 마냥 밝게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그의 공백을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최향남 만큼 중간에서 확실한 셋업맨 역할을 하고 때에 따라서는 마무리까지 소화하는 ‘믿을맨’을 찾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올 시즌 최향남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지는 못할 것이다”라며 걱정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곧 “롯데엔 젊은 투수들이 많기 때문에 투수운용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최향남은 우여곡절 끝에 미국 무대에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지난달 24일 미국 프로야구 포스팅시스템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101달러의 금액을 적어냈고, 소속팀 롯데가 수용 의사를 밝힘에 따라 그는 메이저리그 문을 다시 두드리게 됐다.

낙찰가가 지나치게 헐값인 것에 대해 최향남은 “어차피 그 돈은 의미가 없는 상징적인 금액이어서 섭섭하지 않다”고 밝혔다. 최향남은 과거 미국프로야구를 경험해본 바 있다. 지난 2006년 35세의 나이에 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클리블랜드 산하 트리플 A팀 버펄로 바이슨스에서 8승5패 평균자책점 2.37의 눈에 띄는 성적으로 올린 것.

따라서 이번은 그에게 두 번째 도전인 셈이다. 2006년에 비해 대우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2006년에는 최향남이 통역도 없이 직접 발로 뛰며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세인트루이스가 숙소도 혼자 쓸 수 있도록 배려했고, 전담 통역까지 붙여줬다. 물론 이 같은 편의를 제공받는 기간은 두 달 동안만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3월 초 출국해 세인트루이스와의 계약을 마무리짓고 트리플A 팀인 멤피스 레드버드에 합류하는 최향남은 팀 합류 전인 2월 한 달 동안 개인훈련을 할 장소를 물색 중이다.

최향남은 메이저리그를 고집한 이유에 대해 “인생을 살면서 마지막으로 남겨 놓은 희망인 메이저리그의 진출을 꼭 이루고 싶었다. 좋아하는 야구를, 그것도 본고장 미국에서 내 꿈을 펼칠 수 있어 한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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