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흥 의원은 17대 국회 출발이 늦었지만, 시작부터 강행군이었다. 그의 지역구인 연천지역 ‘GP총기난사사건’ 때문이다. 국방위 상임위에 배정받자마자 진상조사단 일원으로 양주국군병원 및 GP현장을 방문, 사실조사에 임했다. 고 의원은 “GP사고의 원인 및 사고경위를 밝혀내고 국방부로 하여금 그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시행하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병들의 침상개선사업, 위험수당인상, 인성교육강화, 의료체계개선 등 근무여건이 크게 개선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비록 “사건 자체는 불행한 일이었으나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난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335호에서 만난 고 의원은 “벌써 1년이나 늦었다. 마음은 바쁘고,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전했다. 16대에 이어 17대 총선에도 같은 지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그는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배지를 달았다. 그럼에도 그가 원외에 있을 때부터 관심을 가져온 ‘군사시설 보호구역’과 관련, 국방부의 최근 발표는 반가운 소식 중 하나다. 국방부는 재산권 행사가 제한돼 있었던 군사시설 보호구역 중 일부를 오는 3월1일부로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중 경기지역은 절반이 넘는다. “포천·연천에서 나고 자랐기에 남북분단이라는 특수상황과 제약으로 전반적으로 낙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기북부 지역주민들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군사시설과 관련 각종 규제를 과감히 축소하고, 군과 지역민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고 의원의 설명이 계속됐다.

“4월30일 원내에 진출한 이후 최우선 과제로 군사시설보호법 개정안에 매달려왔다. 전방지역의 경우 휴전 이후 지역주민의 소유권 및 재산권이 제한됐으며, 계속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었음에도 특별한 정부 지원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사실 휴전선 접경지역이 지역구인 국회의원들의 경우 군사시설 보호구역에 묶인 주민들의 피해가 커 군사시설보호법과 관련 개별입법안을 준비해 왔다. 고 의원은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기 전 국방부가 전향적인 선택을 해 지역으로선 다행”이라고 전했다. 현재 고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군사시설보호법의 개정작업에 착수, 민통선에서 15km, 군부대 외곽경계선으로부터 500m(종전 1km)로 축소하는 내용의 개정작업을 직접 추진중에 있다. 고 의원은 “올해 상반기 중에 개정작업이 완료되면, 지역의 정상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 의원은 얼마 전 공무원 임용시험 등 각종 채용시험에서 제대군인에 대한 가산점 제도를 부활한다는 내용의 ‘제대군인지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주목을 받았다. 이는 올해 반드시 처리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그는 “여성계 일부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나, 우리의 어머니나 누나는 아들과 남동생의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한 현실적인 불이익을 회복하는 데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남성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고 생명의 위험을 담보하고, 젊음을 희생한 제대군인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라고 밝혔다. 국방위에 소속돼 한눈 팔지 않고 끊임없이 군 관련 법안을 진행하고 있는 고 의원이지만, 그는 사실 경찰가족 출신의 전직 검사다.

“수사과장만 10번, 정년퇴임한 아버지를 보면서 어려서부터 오로지 ‘검사’의 길만을 생각해왔다. 23년간 재직하면서 ‘정의로운’ 일에 앞장선다는 자부심도 대단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주위를 돌아보게 됐다. 처벌보다는 남을 위해 베푸는 것으로 나를 키워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었다.” 이는 그가 정치에 입문한 배경이기도 하다. 2000년 4·13 총선이 치러지기 직전인 2월15일 사직서를 냈다. 주변의 만류도 컸다. 하나같이 “왜 흙탕물에 들어가느냐”고 물었다. 동료 및 선배 검사들도 “독한 마음을 먹을 수 있느냐”고 만류했지만, 권 의원은 이미 결단을 내린 상태였다. 사명감을 갖고 임했던 ‘검사’를 포기했고, 두 번의 쓰라린 아픔이 있었기에 고 의원의 ‘정치개선’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강하다.

“이제는 여론조작을 통한 사기와 권모술수의 정치는 물러나야 한다. 스스로 깨끗하고 정화가 된 사람들만이 정치 일선에 나서야 한다.”고 의원은 젊었을 때 각오가 적힌 수첩을 지갑에 넣어둔다. 대부분 학생 때 고시를 준비하며 메모한 흔적들이다. 안팎으로 복잡했던 70년대, 자신을 인내하며 어렵고 힘들게 보낸 젊은 날의 열정을 기념한다는 의미에서다. 한편, 이날 인터뷰에서 고 의원은 깜짝 발언을 했다. 2004년 ‘학내 종교의 자유’를 외쳤던 대광고 강모군 사건과 관련 대광고측 변호사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사학법 장외투쟁과도 연결됐다. “강군은 개인적으로 학교 후배고, 아끼는 마음도 있다. 그러나 이사도 아닌 학생 한 명의 반대로 대광고 설립이념인 ‘종교개혁’은 흔들렸다”면서 “개방형 이사 한 명이 들어가도 설립자의 건학이념은 반드시 흐려진다”고 강조했다.


# 또, 계급장 뗄 뻔 했네~

OOO “대통령 부동산 정책인식 잘못”.지난 19일 미리보는 OO신문, 주요 기사에 올라온 한 기사의 제목이다. 앞에 OOO은 한 눈에 봐도 여권 유력 대권주자의 이름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다음 날 주요 일간지에 위의 비슷한 제목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날의 상황은 이렇다. 오전 대권주자의 정책기자회견장,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가 부동산 정책이 잘못됐었다고 대권주자는 말했다. 그런데 OO신문 기자는 현재의 시점으로 기사를 처리했다.

‘기사가 떴다’는 소식을 접한 참모는 여기저기 전화를 거느라 분주했다. 정책기자회견장에서 오고간 말의 진위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긴 한숨. 진실을 전달하고자 하는 그의 마음이 통했는지, 앞서 언급한 대로 다음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과거 “계급장 떼고 붙자”고 말했던 대권주자를 보좌하고 있는 참모의 간담이 서늘해질 만도 하다.<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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