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빅 이벤트로 꼽히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대구·8월27일~9월4일)의 개막이 28일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달 27일 달구벌 대구시에서 개막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는 약 213개국 7000여명(선수·임원 3500명, 기자단 3500명)이 참가할 예정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건각들이 47개 종목(남자 24개, 여자 23개)에서 자웅을 겨룬다.

대회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199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이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명실상부한 최고의 대회로 치러내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그동안 조직위를 중심으로 정부, 지방자치단체, 대한육상경기연맹이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해 성공적인 개최를 준비했다. 이제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준비 이상무

지난 5월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를 치르면서 증명했듯 대회 주경기장인 대구스타디움은 당장 대회를 치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준비가 완벽하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국제대회 개최 기준을 기본으로 선수, 관중들이 최적의 상태에서 경기를 치르고 관람할 수 있도록 모두 새롭게 했다.

트랙을 비롯해 조명, 전광판, 음향시설 등을 모두 교체했다.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트랙은 우레탄에서 국제육상경기연맹이 권장하는 몬도 트랙으로 교체했고 5월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를 통해 리허설도 마쳤다.

국내외 선수들을 막론하고 대다수 선수들이 시원한 느낌을 주는 파란색 몬도 트랙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몬도 트랙은 반발탄성이 좋아 기록향상에 적합해 '기록제조기'로 불리며 선수들에게 인기가 높다.

전광판은 분할 연출이 가능한 초대형 최신형으로 교체했고 크기도 주전광판(24.24mx9.6m)과 보조전광판(17.04mx9.6m)을 기존 전광판보다 1.5배 가량 확대했다.

조명시설은 조명등의 수를 늘렸고, 램프를 교체해 기존 1250럭스이던 조도를 2250럭스로 크게 높였다. 음향도 오디오 믹서와 앰프를 교체하고 스피커를 보강하는 등 대대적으로 개선해 명료도가 기존 0.49에서 0.66으로 높아졌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가다듬었다. 조직위는 2005년부터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를 매년 개최하며 경기진행 및 운영 경험을 축적했다. 경기장 시설, 자원봉사, 물자관리, 수송 등 대회 준비상황을 함께 점검하고 보완하는 작업도 겸했다.

국제 수준의 경기진행 능력을 갖춘 심판원 및 경기운영요원 확보를 위해 IAAF TD를 강사로 초청, 심판아카데미를 6회에 걸쳐 운영해 138명의 주임심판도 양성했다. 4월 대구국제마라톤대회, 5월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를 통해 대회운영을 점검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범정부적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벌였지만 육상이 비인기 기초종목이라는 인식을 탈피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으로 77%의 예매율을 기록했지만 이중 90% 이상이 단체예매임을 감안하면 사표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대구 오는 세계의 별들

가장 권위 있는 국제육상대회답게 세계적인 별들도 총출동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를 비롯해 '미녀새' 엘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공) 등이 대표적이다. '황색탄환' 류샹(28·중국)의 부활 여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볼트는 명실상부한 세계 제일의 스프린터다. 100m(9초58)와 200m(19초19) 세계기록을 가지고 있는 볼트는 기량만큼 화려한 세레모니와 돌발행동으로 매스컴과 팬들을 끌고 다닌다.

그만큼 귀하다. 이번 대회에서도 단거리 종목에서는 우승후보 0순위다.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던 타이슨 게이(29·미국)가 부상으로 결장을 결정해 한결 수월하다는 평가다.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볼트의 벽을 넘을 선수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 9초58을 깰 수 있을지가 오히려 포커스다.

볼트가 트랙경기의 1인자라면 이신바예바는 필드경기의 여왕이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사실상 적수를 찾을 수 없다. 세계기록을 27번 갈아치웠으니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이신바예바는 2009년 베를린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부진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당시 이신바예바는 순위권에도 들지 못하며 수모를 당했고 이후 심신이 지쳐 슬럼프에 빠지면서 거의 2년 동안 실외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복귀전인 지난 17일 벨기에 회스던에서 열린 '육상의 밤' 경기에서 폭우가 내리고 강풍이 부는 궂은 날씨에도 4m60cm를 넘어 1위를 차지했다. 슬럼프 탈출의 신호탄이다.

비록 지난 21일 스위스 루체른에서 연습 도중 손목을 다쳐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대구세계선수권대회 출전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신바예바는 대구에서 28번째 세계기록 작성을 노린다.

남자 허들 110m의 류샹은 이신바예바와 마찬가지로 명예회복을 노린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아킬레스건과 허벅지 통증으로 기권한 이후 회복과 재활에 집중했던 류샹은 이번 대회를 통해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울 생각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멋진 맞대결을 가질 줄 알았던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와 5월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에서 우승한 데이비드 올리버(29·미국) 등과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의족 스프린터'로 유명한 피스토리우스의 출전은 큰 이야깃거리다. 결과를 떠나 한 장애인 선수의 도전정신이 적잖은 감동을 전해줄 것으로 보인다.

남자 400m에 출전할 예정인 피스토리우스는 지난 20일 이탈리아 리냐노에서 열린 리냐노육상대회에서 자신의 종전기록(45초61)을 0.54초 앞당긴 45초07로 우승하면서 대구세계선수권대회와 2012런던올림픽 A 기준기록(45초25)를 넘겼다.

출전 자격을 얻은 것. 장애인 선수가 정상적인 선수가 겨루는 중요대회에서 출전권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천적으로 종아리뼈가 없이 태어난 피스토리우스는 생후 11개월 만에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그는 의족을 달고 새 인생을 시작해 럭비 테니스 등 각종 운동을 섭렵했다.

18세 때 럭비를 하다가 다친 그는 재활치료를 하다가 육상에 매료돼 이후 탄소 섬유로 만든 보철 다리를 달고 경기에 출전해 '의족 스프린터'로 불렸다.

2004년 아테네장애인올림픽 200m에서 세계기록을 세운 그는 이후 장애인의 벽을 넘어 비장애인대회에도 출전키로 했으나 2008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의족이 공정한 경쟁을 막는다고 출전을 제한하는 바람에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피스토리우스는 포기하지 않고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출전제한 문제에 대해 제소했고 결국 승소했다. 피스토리우스의 드라마는 대구에서도 이어진다.

▲남의 잔치는 안 된다

한국에서 육상은 '비인기 종목' 중에 하나로 꼽힌다. '피겨 여왕' 김연아(21·고려대)나 '마린보이' 박태환(22·단국대) 같은 걸출한 스타도 없다.

세계적인 스타들이 출전하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이지만 국내 선수들의 선전 없이는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 흔히들 말하듯 분위기도 나지 않는다.

한국 선수들의 선전은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필수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대한육상경기연맹은 '남의 잔치'가 돼서는 안 되는 생각에 집중적인 지원과 함께 이른바 '10-10' 목표를 설정했다. 10개 종목에서 10위 이내에 들겠다는 것. 냉정하게 말해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아니다. 세계 수준과의 격차가 너무 크다.

육상경기연맹은 남녀 마라톤과 경보 20km·50km, 남녀 멀리뛰기, 세단뛰기, 남녀 장대높이뛰기, 창던지기 등에서 결승 진출을 노리고 있다.

특히 로드레이스 종목은 그나마 입상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준기록들은 넘었다.

임정현(24)과 김동영(31)이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 경보 50km에서 각각 3시간53분24초, 3시간53분52초를 기록해 기준기록을 달성했고 김현섭(26·이상 삼성전자)이 지난해 10월 전국체전 남자 경보 20km에서 한국신기록(1시간19초36초)를 세워 기준기록을 통과했다.

남자 마라톤의 지영준(30. 코오롱)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2시간11분11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어 기준기록을 만족시켰다. 올해 1월1일부터 기준기록이 소급 적용됐다.

한국은 개최국이어서 기준기록 통과 선수가 없더라도 각 종목에 1명씩 출전할 수 있는 이점은 갖는다. 이점을 살리는 몫은 선수의 것이다.

남자멀리뛰기와 세단뛰기의 김덕현(26·광주시청), 여자 100m 허들의 이연경(30·안양시청), 여자 장대높이뛰기 최윤희(25·SH공사) 등은 깜짝 이변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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