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불모지에서 이룩한 업적…“달리자 함께 내일로”


212개국 80억 명이 시청하고 40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리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막이 올랐다. 이번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로 9일간 치러진다. 전 세계 시청자들은 8월 27일부터 대구에 눈을 집중하면서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세계 5대 스포츠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치르게 된 한국은 이번 대회에 남다른 각오를 보였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평가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여부와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계신기록을 세울 만반의 준비를 마친 슈퍼스타들과 비장한 각오로 임하는 국내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회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지난 8월 16일 45만3962석의 90.02%인 40만8636장의 입장권이 팔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27일부터 입장권 판매를 시작해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가장 빨리 매진된 경기는 단연 남자 100m 결승전이다.

육상에서 남자 100m 경주는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인간의 한계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기준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전까지 남자 100m 세계 신기록은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우사인 볼트가 세운 9초58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100m 결승전에서 우사인 볼트가 금메달을 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사인 볼트의 가장 큰 장점은 긴 다리를 이용한 넓은 보폭과 중반 이후 폭발하는 스퍼트다.

반면 느린 스타트는 우사인 볼트의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196㎝에 달하는 키와 긴 다리가 스타트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 결승에서 세계 기록(9.58)을 세울 당시 볼트의 출발 반응 속도는 0.146초였다. 8명 중 네 번째다. 때문에우샤인볼트의 스타트 향상은 남자 100m 우승과 세계신기록에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2009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 처참한 성적으로 마친 대한민국

미국의 타이슨 게이 선수가 부상으로 불참함에 따라 우사인 볼트의 최대 라이벌은 아사파 포웰로 지명됐다. 아사파 포웰은 9초78로 올해 최고기록을 세웠다. 볼트가 세운 9초88보다 0.1초 빠르다. 아사파 포웰이 8월 초 허벅지 통증을 호소한 적이 있어 제 컨디션이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포웰은 지난 8월 22일 여유로운 모습으로 대구 땅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을 맞아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규모인 63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을 파견했다. 참가국 중 5번째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국은 여태껏 육상의 불모지였다. 마라톤 종목만 반짝했을 뿐 나머지는 비인기 종목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이 세운 목표는 ‘10-10’이다. 10개 종목에서 10명의 결승 진출자를 배출하겠다는 뜻이다. 안방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들러리로 전락하지 않겠다는 한국 육상계의 각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대회를 대비해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집중적인 투자와 체계적인 훈련으로 선수들을 단련시켰다. 한국 육상 국가대표를 이끄는 문봉기(51) 총 감독은 “지난해부터 선수 선발에 신경써 왔다”면서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난 방법을 모두 동원했고 신구조화까지 고려했다”고 밝혔다.

물론 달성하기 쉬운 목표는 아니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남녀 마라톤과 경보 20㎞·50㎞, 남녀 멀리뛰기, 세단뛰기, 남녀 장대높이뛰기, 창던지기 등에서 결승 진출을 도전하고 있다.

로드레이스는 경쟁력이 가장 높은 종목으로 꼽힌다. 임정현과 김동영이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 경보 50㎞에서 각각 3시간53분24초, 3시간53분52초를 기록해 기준기록을 달성했고 김현섭이 지난해 10월 전국체전 남자 경보 20㎞에서 한국 신기록(1시간19초36초)를 세웠다. 김현섭은 메달도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다.

반면 마라톤은 기대하기 힘들어 졌다. 선수단이 ‘약물 의혹’에 휘말려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가장 좋은 기록(2시간8분30초)을 보유한 지영준은 허벅지 근육통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최종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트랙에서는 남자 400m 계주대표팀과 남자 110m 허들의 박태경, 여자 100m 허들의 정혜림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필드에서는 남자 세단뛰기와 멀리뛰기에 모두 출전하는 김덕현과 여자 멀리뛰기의 정순옥, 남녀 장대높이뛰기의 김유석과 최윤희, 남자 창던지기의 정상진이 결승 진출을 노리고 있다.

문 감독은 “‘10-10달성’ 이라는 목표가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만큼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해낼 수 있다는 긍정의 마인드로 가질 것”이라는 말했다.

한편 대회 조직위는 성공적인 폐막을 위해 선수시설과 관중시설 등을 모두 새롭게 했다.

선수들의 기록 향상에 중요한 경기장 트랙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가 권장하는 몬도 트랙으로 바꿨다.

전광판은 분할 연출이 가능한 초대형 최신형으로 교체했고 주전광판과 보조전광판을 기존 전광판보다 1.5배가량 확대했다. 조명시설의 질과 양을 높였고 음향 또한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해외 선수들의 선수촌 반응도 좋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선수촌 개념이 도입된 것은 이번 대회가 처음으로 선수촌은 대구스타디움에서 차로 5분 거리인 금호강변에 위치했다.

첨단 시설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춘 최적의 환경으로 신축 528세대 규모를 자랑한다.

‘2011 대구 세계선수권대회’가 전 세계 선수단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외에도 많다. 남은 과제는 참가 선수들이 매 경기마다 드라마틱한 명승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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