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선거후 야권 내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혁신과 통합이 야권 통합의 마당이 된다는 것은 열린우리당 때 나간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 이라며 “이런 통합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 한다”고 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혁신과 통합 일부 인사들이 자신들이 도덕적 권위가 있으니 통합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 한다”며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프로 중의 프로인 것 같다”며 “야권의 통합과 대선주자 선출과정에 동참하면 좋겠지만 야권 후보가 정해진 뒤 대선 2~3개월을 앞두고 나올까봐 걱정스럽다”고도 했다.

야권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로 야권대통합 신당의 필요성이 확인된 상황이지만 이처럼 통합의 길은 멀고 넘어야할 산은 많다. 우선적 걸림돌은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의중이다. 일단은 두 사람 모두 신당 창당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이미 반한나라당 선언을 한 안교수가 대권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포지션은 현 야권세력과의 결합, 또는 ‘제3신당’ 창당,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정가는 안철수 교수의 ‘제3신당’ 창당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쪽이다. 기존 야권세력과의 결합은 기성 정치세력과의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는데다 이는 안철수 자신이 그토록 극복코자 했던 여야 진영간 대립구도의 중심축으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안 교수 본인은 선거 이튿날 곧바로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제3신당 창당에 대해 “학교 일만으로도 벅차다”며 이를 부인한 상태다

또 “야권 통합을 위해 역할을 하겠느냐”는 질문에도 “생각해 본적 없다”고 말한 터다. 안 교수의 이런 발언들은 일단 정국상황을 더 지켜보다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관측된다. 그가 대권행보를 걷기위한 선택 시 제3신당 창당이나 야권통합신당 참여의 두 개 길 가운데 자신에게 유리한 쪽이 어떤 길인가를 계산할 것이다.

안철수 교수가 대권에 뜻이 있다는 진단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투표일 이틀 앞둔 시점에 박원순 캠프를 찾아 지지 편지를 공표한 것 때문이다. 이점이 ‘박근혜 vs 안철수’ 구도를 확정하는 사실상의 대권행보가 된다는 것을 그가 계산 못 했을 리 없다. 안 교수는 그가 수평적 리더십을 추구하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철학을 가진 인물로 부각되는데 성공하면 결국 대선에 출마케 될 것이다.

기존 정치권에 불신과 환멸을 보내는 서민 대중이 안철수에게 기대와 희망, 호응과 지지를 몰아주는 현상을 그가 마약처럼 느끼고 있을 런지 모른다. 또 새로 만들어지는 야당은 절박한 정권교체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안철수 포플리즘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포플리즘 정당으로 변신한 새로운 야당이 안 교수를 대선후보로 영입하는 경우에는 야권단일후보 경선을 거쳐 그가 반한나라당 야권단일후보로 나설 수 있다.

만일 안철수 포플리즘의 집권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면 대한민국 진보정치가 치명상을 입고 격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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