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 인기 음란물 ‘솔비 동영상’ 솔비 아니었다

10~20대 유포자, 재미·상술·포인트 적립 때문에 유포
솔비 “수치심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용기 내게 됐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포털사이트 블로그와 웹하드 등에서 ‘솔비 매니저 유출영상 고화질’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유포됐다. 이 영상은 가수 솔비와 외모가 비슷한 여성의 음란동영상이었지만, 솔비가 찍은 것처럼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다. ‘가짜 솔비 음란동영상’을 인터넷에 퍼트린 이들은 동영상 주인공이 솔비가 아닌 사실을 알면서도 ‘재미삼아’ ‘상술’ ‘포인트 적립’ 등의 이유로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솔비는 이 음란동영상으로 대인기피증을 겪어왔지만 대응하지 않고 있다 최근 어머니가 이같은 소문을 듣고 충격을 받자 경찰에 고소했다.


‘솔비 동영상’은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는 연예인 악성 루머 중 하나였다. 2009년부터 퍼지기 시작한 ‘솔비 동영상’은 최근 SNS를 통해 급격히 유포되면서 이슈화됐다. 이 동영상은 ‘솔비 매니저 유출영상 고화질’이란 이름으로 수많은 블로그와 게시판을 타고 국내는 물론 해외로까지 퍼져나갔다.

남녀가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 담겨져 있는 약 30분 분량의 이 영상물은 ‘솔비 전 남자친구와의 몰래카메라’ ‘솔비 35분 풀버전’ ‘그 유명한 솔비 AV 유출 자료’등의 설명과 함께 유포되면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허위사실이 확대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 음란동영상은 인터넷의 공간적 무제한성, 익명성에 기대 엄청난 파급을 낳았다”고 말했다.

▲ <뉴시스>


10대 유포자도 있어


솔비는 이 음란동영상 때문에 대인기피증에 시달릴 정도로 정신적 피해가 컸지만 ‘일일이 대응하면 오히려 긁어 부스럼 만든다’는 생각에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하지 않았다. 여론의 역풍을 우려했던 것.

하지만 최근 솔비 어머니가 동네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사실이 아닌데도 가만히 있는 게 말이 되느냐’며 큰 충격을 받자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 솔비는 “자신의 이미지가 훼손되더라도 해당 음란동영상 주인공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고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솔비의 고소장 접수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 9일 ‘가짜 솔비 음란동영상’을 유포한 김모(18·학생)군 등 5명을 명예훼손 및 음란물 유포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10대까지 포함된 이들은 고등학생과 대학생, 보험회사 설계사들로 “동영상 주인공이 솔비가 아니란 것을 알았지만 재미 삼아 인터넷에 올렸다” “포인트를 얻기 위해 P2P사이트에 업로드 했다” “돈을 벌기 위해 유포시켰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이들은 웹하드나 P2P사이트에 올린 동영상을 다른 회원들이 내려 받은 횟수에 따라 2~3만 원을 벌거나 포인트를 적립해온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특히 김군은 ‘가짜 솔비 동영상’ 일부를 캡처한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놓고 해당 사진을 클릭하면 다른 홈페이지로 연결해주는 ‘낚시 광고’를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문제의 동영상과 솔비 사진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해 얼굴 모양, 몸에 있는 점, 상처 등을 비교한 결과 동일인이 아니라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경찰관계자는 “이 음란동영상은 SNS를 통해 급속히 유포됐지만, SNS 관련한 수사진행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해당 SNS는 사용자의 로그 자료를 한 달 정도만 남기는데다, 아는 사람을 통해 접근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대인기피증까지 걸려


경찰관계자는 또 “단지 재미나 상술을 이유로 연예인들에게 합성 사진이나 가짜 음란 영상물을 악용해 정신적 테러를 가하는 네티즌도 있었다”며 “연예인 당사자의 피해는 물론, 모방범죄가 일어나고 사회 문제화 될 소지가 있는 만큼 인터넷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솔비 소속사 사이더스HQ는 “솔비는 대인기피증을 겪을 정도로 엄청난 정신적 피해를 받아오고 있었다”며 “하지만 이런 사실에 일일이 대응하면 오히려 더 큰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무런 대응 없이 지내오다 소속사는 솔비와 함께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소속사는 또 “솔비는 유포자를 고소할 마음이 아닌 경고 메시지 전달만을 원했다”며 “소속사는 솔비가 받은 마음의 상처를 묵과할 수 없었고 공인이라는 위치를 악용하는 사람들로 인한 피해 사례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유포자들을 고소하게 됐다”고 전했다.

솔비도 소속사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솔비는 “수없이 많은 가짜 음란물에 시달려왔으나 그때마다 언제나 떳떳했고, 그러한 오해 역시 공인으로서 짊어져야 할 것이라 생각하고 참고 또 참아왔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지기는커녕, 마음의 상처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갔다”며 그동안의 심경을 토로했다.

솔비는 이어 “연예인이기 전에 평범한 사람이자 여자이기에, 나와 내 가족들이 겪어야 할 상처와 수치심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용기를 내게 됐다”며 “이런 용기가 인터넷이라는 무명의 공간을 악용해 많은 연예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안타까운 일들을 막을 수 있는 자그마한 힘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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