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노조 “최 회장 출마는 농협중앙회 정관 취지와 뜻에 반하는 것”
“최 회장, 대의원 150여 명 이상을 지지 세력으로 끌어 들였다”주장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총자산 287조 원, 25개의 자회사, 30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거대 조직의 수장을 뽑는 선거인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은 최원병 현 회장의 재출마 여부였다. 당초 언급과는 달리 최 회장이 오는 18일 치러질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후보 등록을 마치고 연임 시도에 나서면서 농협 안팎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벌써부터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농협중앙회장 선거 핵심은 최 회장의 후보 자격 논란이다. 최 회장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3월 농협법 개정으로 농협중앙회장 임기가 한 번으로 제한되고, 선출방식도 직선제에서 대의원 간선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현 회장에 대해서는 개정안이 적용되지 않아 최 회장 연임은 법적으로 제한이 없다.

그동안 최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임회장 세분이 연임을 하다 줄줄이 교도소에 가는 걸 보니 국민들이 농협회장 단임을 바라고 있어 나도 한번만 하겠다”고 단임을 약속한 바 있다. 또 “내가 무사히 4년 임기를 마치고 고향 안강의 손자 곁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도 했다. 이같은 언급과는 달리 최 회장이 재출마에 나서면서 농협 내부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그동안 최 회장의 사퇴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농협 노조는 최 회장의 후보 등록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농협중앙회 정관 위반 여부 쟁점

이번 논란의 주요 쟁점은 최 회장이 농협중앙회 정관을 위반했는지 여부다. 농협중앙회 정관 제74조(피선거권)에 따르면 회장임기만료일 현재 본회 또는 상임인 임원(조합장 제외)·직원, 본회 또는 회원의 자회사 및 본회 또는 회원의 출연으로 운영되는 관계법인의 상근 임직원, 조합감사위원장과 공무원의 직을 사직한 지 90일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피선거권을 가질 수 없다.

노조는 이 조항을 들어, 1982년 4월 농민신문사가 사단법인으로 출범할 당시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들이 48만 원을 출연했고 재무제표에 이를 당좌자산(현금)으로 명시한 것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를 바탕으로 노조는 최 회장이 정관에서 명시한 ‘피선거권 자격(자회사 또는 출연으로 운영되는 관계법인, 상근 임직원)’에 저촉돼 후보등록이 무효임을 주장했다.

농협노조 관계자는 “농민신문사 정관 30조는 ‘기본재산은 신문사 설립 시 출연한 재산과 이사회에서 기본재산으로 정한 재산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당시 기본재산은 48만 원이고 이를 이사회가 승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포항 동지상고 후배인 최 회장은 중앙회 관계사인 농민신문사 상근회장을 비롯해 농협대학,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 등의 상근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최 회장은 농민신문사에서 2억 원대 연봉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농협노조는 지난 10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과 관련해 이의신청을 했다. 최 회장이 중앙회 관계사로 농협에서 출연한 농민신문사의 상근 대표이사 회장을 겸하고 있어 피선거권 제한 규정에 저촉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조관계자는 “발행부수 8위로 전국 규모의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신문사의 발행인 자격을 유지한 채로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농협중앙회 정관의 취지와 뜻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48만 원은 정관 규정에 따라 납부된 회비이기 때문에 기본재산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농협중앙회는 농협중앙회장선거 피선거권과 관련해 “현 회장이 겸직하고 있는 농민신문사 회장직 등은 자회사 또는 출연으로 운영되는 관계법인·상근임원직 요건 모두를 충족하지 않는다”며 “현 회장이 정관 제74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준법지원부 등의 검토 결과를 토대로 최 회장의 후보 자격이 유효하다고 선관위에 통보한 바 있다.

서울시 선관위는 농협 노조가 제기한 최 회장의 피선거권 논란과 관련해 14일에 회의를 열 예정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어떤 식으로 답변하고 대응할지 월요일 정도에 위원회의를 통해 논의될 것 같"고 밝혔다.  

"출마 시 연임 무조건 성공" 주장

농협 안팎에서는 최 회장 연임 성공 가능성은 90%가 넘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개정된 농협법에 따라 대의원 간선제 단임 방식으로 치러진다. 기존의 직접선거는 단위 농협 조합장 1178명이 모두 참가해 투표하는 방식이었으나, 대의원 간선제에서는 조합장 중 288명만 대의원으로 참여해 투표하게 된다.

반농업지주회사중심농협법재개정공동대책위원회 측은 성명서를 통해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의원 조합장 228명 가운데 27%에 해당하는 78명의 조합장들에게 아무런 기준도 없이 자회사의 이사, 감사, 자문위원 등의 감투를 씌워줬다”며 “지난 8월에는 자문위원이란 명분으로 농민신문사와 농촌사랑지도자교육원에 23명의 대의원을 임의적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또 “1000개가 넘는 지역 조합 가운데 85개 조합을 대상으로 100억 원 이상의 무이자 자금을 편중해 특혜 지원한 것은 농협중앙회 선거와 관련없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최 회장의 사전선거운동 의혹을 제기했다.

한 농협 관계자는 “대의원 조합장을 자회사의 비상임이사와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매월 50만 원~250만 원의 회의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의원의 자회사 겸직 비율도 2007년 말 34.7%에서 지난 5월 59.5%로 늘었다고 한다. 그는 또 “대의원을 살펴보면 최 회장이 150여 명 이상을 지지 세력으로 끌어 들였다는 농협 내부 관측이 있다”며 “자회사의 이사 감사 자문위원이 된 조합장들이 최 회장의 재임 지원 요청을 거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최 회장이 농협중앙회 선거에 출마한다면 연임에 무조건 100% 성공할 것이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