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채 마련이 소원인 서민들의 가슴에 멍을 들이는 건설사가 있다. 재건축 전문 회사인 보람건설(대표 안기준)이 2003년 준공한 양천구 신정동 B아파트는 3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하자 보수비용만 30억원이 나왔다. 조합원들을 포함한 125세대 입주자들은 ‘아파트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고 말할 정도로 공포속에 생활하고 있지만 시공사는 ‘법대로 하라’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관리감독 기관이자 최종 승인기관인 양천구청 역시 조합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시공사와 주민들간의 문제라며 책임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서민의 평생 꿈이 평생 고민으로 전락한 아파트 재건축 부실공사 실태를 취재했다.

125세대중 120세대 하자보수 요구

‘밤일도 제대로 못한다’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B아파트 입주자 대표의 첫 말이다. 방음뿐만 아니라 지붕공사에 방수처리도 안돼 비가 오면 물이 아파트 내로 들어오고 지하실에 물이 고이는 게 다반사라는 얘기다.입주자 대표 박모씨는 “125세대중 120세대가 하자 보수를 요구하고 있지만 시공사인 보람건설측에선 ‘해준다’는 말만 할 뿐 제대로 된 하자 보수를 하지 않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또 그는 “입주자들이 울고불고 해야 가까스로 해주면서도 제대로 보수를 해주지 않고 있다”며 “방수공사를 맡았던 하청업체에서 지붕 방수를 못했다고 전할 정도”라고 밝혔다.

아파트를 둘러싼 방벽에도 금이 가서 벽 주위에 만들어진 놀이터에는 아이들 놀지 못하고 있다. 형편이 이렇다보니 아이들은 위험스럽게도 차가 다니는 도로나 주차장에서 공놀이를 할 정도이다. 특히 여름에는 배수가 안돼 물이 고인 곳에서는 모기떼가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시공사인 보람건설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그는 전했다.박씨는 “16년된 아파트도 문제가 없는데 3년밖에 안된 아파트가 하도 하자가 많아서 언제 무너질지 모를정도”라며 “보람건설이 지은 다른 아파트 주민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돈과 법이 무서워 참고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현재 박모씨를 비롯한 입주자들은 없는 살림에 20만원씩 갹출해 법적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강남 아파트라면 있을 수도 없는 일’

한편 아파트 주민을 대신한 변호사측에선 ‘강남에 있는 아파트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탄했다.서초구에 위치한 세원 합동법률사무소 박현화 변호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김형완 사무국장은 “총공사비가 152억원이나 들어갔는데 아파트 종합진단결과 30억원대의 하자 보수비용이 나왔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구조물 진단은 하지 않은 상황으로 그것까지 합치면 50억원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그는 “하자보수에 가름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고 있는데 소송의 핵심은 얼마나 손해배상 비용을 받아낼 수 있느냐”라며 “그러나 돈을 받기가 힘들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유로 그는 현재 보람건설이 시공사이자 시행사로 되어 있는데 만약 보람건설이 부도날 경우 법인체에 책임이 있어 입주자들이 배상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또 보람건설 이사와 보람종합건설 대표이사가 동일인물로 등재돼 있어 보람건설이 ‘유령회사’가 아니냐는 의혹도 그는 제기했다.그는 “보람건설이 없어질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대상이 없어져 대표 이사들에게 물어야 하는데 그 길은 멀고 험난하다”고 우려했다.특히 중견 건설업체의 경우 3월 이전에 법인세를 내지 않으면서도 하자 보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액을 물지 않기 위해 고의로 부도내는 경우는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IMF 이후 민간임대아파트를 건립한 영세 건설업체의 부도가 잇따랐고 건설업체들이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금을 받아 챙기고 부도를 낸 뒤 달아나는 바람에 임대보증금을 내고 입주한 주민들이 길거리에 나앉은 경우는 다반사였다. 때문에 국세청에서는 지난 연말 결산 법인의 올해 3월 법인세 정기 신고를 앞두고 외형 300억원 이상 대기업 116개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간 배경도 이같은 ‘의도적 부도’를 통한 탈세 심리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사전에 탈루혐의가 포착된 최근 호황업종과 전통적 세금탈루 기업으로서 구체적인 소득조절 사실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법인을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하지만 지난 1월 18일을 조사시점으로 잡은 것은 올해 3월 법인세 신고를 앞두고 소득을 축소하거나 소득을 임의로 조절해 신고하는 등 탈세 심리를 차단이 주목적이다.


# 보람건설 ‘법대로 하자’ 큰 소리관리감독 소홀 양천구, 뒤늦은 ‘행정처분’검토

수도권을 중심으로 9개 지역에서 재건축 아파트를 지을 정도로 재건축아파트 전문회사인 보람건설측에선 입주자들의 소송 제기에 법적으로 하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보람건설의 이종운 현장 소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분양 당시 설계도면대로 틀린 게 없이 건설했다”며 “하자보수는 적절히 봐왔다”고 해명했다.또 그는 “이미 하자보수비용으로 몇천만원 들어갔다”며 “방수처리 외벽 공사 문제는 입주자들의 주장이다”라고 아파트 부실공사 지적도 일축했다.오히려 이 소장은 “소를 제기한 이상 협상 대상은 아니다”며 “변호사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재건축 허가를 내주고 사용승인을 허가한 양천구청은 계속된 불만에도 모른 체 한 것으로 나타나 물의를 빚을 전망이다.양천구 재건축 담당 직원은 “책임 감리사가 있고 공무원들이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며 “구청은 건축법과 일반법에 맞으면 승인해준다”고 밝혔다.그는 “아파트 하자 보수는 관리부분으로 관에서 개입할 게 아니다”며 “시공사도 아파트 입주자들이 선택한 것”이라고 책임을 입주자들에게 돌렸다.하지만 법 조항상 관리·감독사가 준공한 아파트에 상주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 “보람건설에서 상주를 하지 않았을 경우 벌점 부과나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며 행정조치는 가능하다고 뒤늦은 반응을 보였다.입주자들은 해당 구청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했지만 책임자가 없다는 말만 들어 해당구청이 민원조차 무시한 게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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