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 과정 이미 규명 더 이상 특별할 것 없다”

▲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17일 구속된 이후 그가 남긴 비망록에 여야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9일 오전 검찰에 소환돼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검찰 출두에 앞서 그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비망록이 있다며 기자회견하던 때의 모습이다.<서울=뉴시스>

현 정권 실세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했던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구속된 이후 여야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일부 공개된 그의 비망록에 쏠려 있다.  

언론에 공개된 이른바 이국철 비망록은 정권 실세의 측근으로 지목된 대영로직스 대표 문 모씨에게 구명로비 차원에서 60억원을 줬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언론에 건넨 비망록 일부는 이달 초 강남구 신사동 SLS 사무실에서 전달됐으며, A4 용지 20장 분량의 1권과 이 회장 가족들이 모 종교계 인사와 나눈 대화 녹취록을 별도로 정리한 것.  

이 회장의 말대로라면 당초 5권으로 알려진 비망록 중 2개 분량이 공개된 것으로 나머지는 아직 감추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간 이 회장은 검찰 조사과정에서도 비망록에 남긴 기록들을 언급하며 검찰 간부, 정치인, 재계 인사들을 상대로 SLS 구명로비를 시도한 사실과 정황이 약도와 영수증까지 첨부해놓았다고 밝혀왔다.  

그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외에 박영준 전 차관, 권재진 법무부 장관, 검사장급 고위 검찰 간부 4명 등에게 법인카드, 상품권, 출장 향응, 수사 무마용 금품 제공해왔다고 주장해왔다. 그의 비망록에도 역시 동일한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이 회장이 구속되던 날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은 자신의 측근이 30억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이 의원 측은 특정 매체가 이 회장으로부터 30억원 수수 의혹이 있는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씨가 이 의원의 측근이라고 보도한 것에 사실과 다르다며 중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정정보도를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 측은 측근으로 지칭된 문 모씨가 이 의원과는 일면식도 없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지난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모 의원이 말한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기사화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순 폭로냐, 정권 흔들어 놓을 게이트냐 

야권 일각에서는 구속된 이 회장의 폭로의 전말이 그의 비망록에 금품 제공 영수증이나 명단 형태로 정리된 증거 자료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정보 수집에 촉수를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비망록이 언론에 공개돼도 이미 수사를 통해 규명됐기 때문에 더 이상 특별하게 나올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또 이 회장이 정권 실세에 수십억 원대의 구명로비를 벌여왔다는 주장도 딱히 실체가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는 이 회장의 구속에 이어 정권 실세들과 이 회장 사이에서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렌터카 업체 대표 문 모씨에 대해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기각한 신 전 차관을 재소환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것으로 마무리 수순의 가닥을 잡고 있다.  

만약 검찰의 예단과 달리 이 회장의 비망록을 통해 하나둘씩 베일을 벗고 의혹의 실체를 드러낼 경우 한 기업인의 단순 로비 폭로로 그치지 않고 현 정권을 흔들어 놓을 게이트로 확대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비망록 일부가 공개되면서 한 가닥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는 셈이다.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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