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러시아 주재로 3국 정상회담 성사되나?

▲ <뉴시스>

러시아 주재로 블라디보스톡에서 남-북-러 정상회담 추진 소문
남-북-러 정상회담 추진 시 3국 모두 국가적 이익 볼 수 있어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내년 총리직을 무난하게 입각하기 위해 연말에 남-북-러 3국의 정상회담을 극비리에 추진한다는 ‘남-북-러 정상회담 추진설’이 솔솔 불거지고 있다.

남-북-러 정상회담은 3국 모두 국가적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상회담설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 이처럼 남-북-러 간 정상회담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 가스관 연결 사업 협상도 중요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드베데프가 앞서 남-북-러 가스관연결 사업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배경에는 러시아 국영천연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을 통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10대 에너지 소비국이 모인 아시아로 시장을 확대할 필요성 때문이다.

또 일각에서는 메드베데프가 정치적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에 나선 근본적 배경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한국은 노태우 정부 시절 소련에 14억5000만 달러의 경협차관을 제공한 적 있다. 하지만 구소련 붕괴이후 뒤를 이은 러시아가 경제 위기에 직면하자 군사기술·무기로 차관 일부를 변제해왔다.

10년 전 북·러 경협 논의 당시 러시아는 우리 측에 “러시아 경협 차관을 통해 북한의 낡은 철도망 등을 비롯해 각종 시설물을 보수 및 교체, 지원해주자”는 제안을 했다.

북한 노후시설은 대부분 과거 구소련이 건설하거나 구소련에서 수입한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보수 교체 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주장을 내놓은 것. 하지만 북한은 러시아 지원과 별도로 남측이 북한에 달러와 같은 현물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이 문제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논의만 무성하다 중단됐다. 이와는 달리 이번 남-북-러 가스관연결 사업은 서로 원만한 합의를 이룬다면 실현가능한 프로젝트로 성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푸틴-메드베데프’간 정치적 갈등 제기?

이런 가운데 남-북-러 정상회담 추진설이 나오는 배경을 들어가 보면 푸틴과 메드베데프 간 ‘자리바꾸기’가 자리잡고 있다. 

러시아는 푸틴이 내년 대선을 거머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푸틴 총리는 러시아 헌법의 연속 3선 금지 조항 때문에 2008년 4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총리를 맡고 있는데, 지난 9월에는 내년 3월 대선 출마를 확정지으며 메드베데프 현 대통령이 총리직을 맡기로 했다는 계획을 밝힌 것. ‘푸틴-메드베데프’간 서로 역할을 맞교대한 셈이다.

하지만 메드베데프는 취임 초반의 유약한 선비형 이미지를 벗고 푸틴에 대적할 만한 강한 지도자적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행보를 보여 여러 해석을 낳았다.

메드베데프는 정치적 스승인 푸틴을 겨냥하는 듯 한 발언을 서슴없이 해 ‘푸틴-메드베데프’간 정치적 갈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메드베데프는 2009년 11월에는 푸틴 총리 측근으로 알려진 미하일 레신 크렘인 언론 자문관을 직권 남용 혐의로 해임했으며, 2009년 10월 지방선거에서 부정 시비가 제기된 데 대해 ‘퇴행의 징후’ ‘관료적 협잡’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현대화’를 국정 과제로 내걸고 푸틴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모습을 보여 정치적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최근 푸틴도 메드베데프가 차기 총리직을 맡을지에 관해 “12월 총선에서 통합러시아당이 우위를 유지하면 메드베데프는 효율적인 정부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조건을 달았다.

푸틴과 메드베데프는 정치적 부자(父子)로까지 불리고 있으나, 사실상 푸틴은 메드베데프에 대해 정치적 동지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아 메드베데프가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3자회담 열릴까?


이 같은 배경아래 최근 메드베데프가 러시아 정보기관인 ‘대외정보부’를 통해 극비리에 ‘블라디보스톡’에서 연말 남-북-러 3국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남-북-러 3국 정상회담은 3국 모두 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성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과 평화체제구축 등이 논의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러시아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메드베데프와 푸틴의 정치적 입지가 매우 강화되고, 메드베데프는 총리직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입지 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러시아로서는 한국, 일본 등 주요 경제 블록과 연결돼 가스 최대소비처인 한국과 일본, 중국 등으로 수입을 올리는 등 아시아에 대한 가스공급 잠재력을 갖추게 된다.

정치적 레임덕 위기에 몰린 이명박 대통령 역시 좁아진 정치적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기회는 ‘남북 정상회담’ 밖에 없다.

남-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이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어려움과 경제적 위기를 동시에 타개할 수 있는 출구가 될 전망이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남-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국가적 경제 실리를 챙겨 북한 내부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러 정상회담은 매력적인 카드다.

이처럼 남-북-러 정상회담이 3국 모두에게 국가적 이익을 줄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평화 정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남-북-러 정상회담 극비 추진설’이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메드베데프는 이 대통령과 지난해 9월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2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양 정상은 한-러 정상회담을 가졌다.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비롯해 북한 비핵화 문제와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의 외교적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남-북-러 가스관 건설 사업을 논의하고 양국 간 사업 추진의지를 확인했다.

지난 8월에는 김정일 위원장과 메드베데프 간 정상회담을 가져 에너지, 경제협력,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논의했다. 이를 두고 이미 남-북-러 간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남-북-러 정상회담에 관해 검토되거나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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