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부리는 도급 택시, 국내에는 없다?

도급 택시로 인한 범죄가 갈수록 늘면서 시민들이 심야시간에 택시를 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도급 택시라 함은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운전자가 운행하는 택시를 말한다.
도급 택시 운전자들은 하루치 또는 월 단위로 사납금을 내고 법인택시나 개인택시를 운전한다.
이들은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회사 차원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회사 측에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도급 택시로 인한 폐해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내려진 판결을 놓고 보면 국내에는 도급 택시가 있을 수 없다.
특히 양승태 현 대법원장이 대법관 시절에 내렸던 판결 중 도급 택시를 인정한 판결이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일요서울]에서는 택시와 관련된 불법 사례와 이에 대한 개선점을 이번 호부터 시리즈로 집중취재해 연재한다.

지난 2009년 3월 A 택시회사는 70여 대의 택시를 보유하고 사업을 운영 중 8대의 택시를 도급 형태로 운영해 서울시에 감차 명령을 받았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76조 제1항 제13호 및 제80조 제1항 제3호에 의해 2009년 4월 15일까지 관할구청에 이 사건에 연루된 택시의 자동차등록증과 자동차번호판을 자진반납하고 자동차관리법 제13조 제1항 제4호에 의해 말소등록을 신청하라는 내용의 감차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사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걸었다.
A사는 이 사건 택시 중 일부가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행을 했고 회사에 운송수입금의 전부가 아닌 일정액의 사납금만 납입하도록 한 사실은 시인했다.
하지만 A사는 해당 운전자들로부터 이력서 등을 제출받고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며, 택시의 배차가 회사에 의해 이뤄졌으며, 차량교대도 항상 차고지에서 한 점과 자신들이 정비와 관리를 책임져 왔던 점을 들어 명의이용금지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 서울시 손 들어줘

A사의 이런 주장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5부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13조 제1항 ‘운송사업자는 다른 운송사업자 또는 운송사업자가 아닌 자로 하여금 유상 또는 무상으로 그 사업용자동차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하여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을 경영하게 할 수 없다. 이 경우 운송사업자가 다른 운송사업자 또는 운송사업자가 아닌 자에 대하여 당해 사업과 관련되는 지시를 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를 들어 A사가 매일 일정한 금원을 지원받고 일단위로 이 사건 택시를 임대하여 기사들로 하여금 택시를 이용한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경영하였다고 판단해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법원은 A사와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에 해당 기사들의 취업보고를 하지 않았으며, 근로자라면 마땅히 가입해야 할 4대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고 더욱이 운전자별월계표를 작성하지 않아 기사들 관리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근로계약관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해당 운전사들은 회사의 직원이 아닌 택시를 임차해 영업에 사용한 사업자로 본 것이다. 또한 법원은 A사가 증거로 제출한 근로계약서도 사후에 작성한 것으로 봤다.

특히 법원은 A택시가 주장한 자동차공제조합 가입과 기본적인 정비·유지 부분에 대해서도 운송사업자가 사업용자동차를 타인에게 임대하여 자동차운송사업을 경영하게 한 것을 금지하는 법 제13조 제1항을 들어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운송사업자가 아닌 자가 택시운송사업을 할 경우에 초래되는 운행 중 사고 위험성의 증가나 택시의 범행수단화 우려 등 택시 운송으로 인한 공중의 안전에 대한 위험을방지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A사는 이런 1심 재판에 불복해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에서는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려 A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에서 판결 뒤집혀

A사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결국 대법원에 상고했다.

1, 2심에서 모두 원고인 A사의 의견이 기각됐기 때문에 피고인 서울시에서는 대법원의 판결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시에서는 그동안 범죄도구로 사용됐던 도급 택시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은 서울시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대법원 제2부(당시 양승태, 김지형 재판장)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13조 제1항 ‘운송사업자는 다른 운송사업자 또는 운송사업자가 아닌 자로 하여금 유상 또는 무상으로 그 사업용자동차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하여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경영하게 할 수 없다’는 조항을 “두고 명의이용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운송사업자 아닌 자가 명의를 이용하여 그 운송사업자를 배제한 채 독립적으로 여객자동차 운송사업을 경영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운송사업자의 일반적인 지휘·감독 아래 개별 차량을 운행하게 한 것에 불과하다면 위 명의이용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라고 운심판결을 파기하고는 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원심에서는 서울특별시운송사업조합에 취업보고가 되어 있지 않았고,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으며, 하루 운행에 25ℓ의 유류를 제공받았을 뿐 추가로 소요되는 부분은 모두 자비로 부담하였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운송사업자가 아닌 기사들로 하여금 사건 택시를 사용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경영하게 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A사 취업 규칙의 ‘신규채용된 종업원은 채용된 직위에 3개월간의 수습기간을 거쳐 근무성정에 따라 정식 종업원에 채용한다’는 규정을 들어 이에 상응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봤다.

또한 사건 택시가 자동차공제에 가입되어 있고, A사가 이 사건 택시에 대해 정비·관리 및 배차를 담당하였으며, 사건 택시기사들은 A사의 의사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사건 택시를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사정을 들어 원심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 편법 난무하게 만들어 줘

대법원의 판결은 결국 택시회사들에게 택시 불법운영의 길을 더욱 넓혀준 꼴이 됐다.

택시회사가 도급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통해 운전사에게 택시를 내주돼 교대는 반드시 회사에서 하고 차량에 대한 점검과 관리를 진행한 후 3개월 내에 다른 운전사로 교체를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도급 택시는 서울시에 한 대도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도급 택시는 서울시내에 얼마나 돌아다니고 있을까?

법인 및 개인택시, 6인승콜밴 등 사업용 차량 현장조사 및 단속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시 운수지도팀의 한 직원은 “실제로 서울 시내를 운행하는 택시 중 20%가량은 도급 택시라고 볼 수 있다. 전체 택시의 50% 정도가 도급 택시로 운영되고 있는 회사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동에 위치한 Y사의 경우 80여 대의 차량 중 40대 이상이 도급 형태로 운영 중이다.

이 직원은 택시회사의 도급 택시 운전자 관리 사례를 들며 “택시회사에서는 4대 보험 가입을 원하는 운전자에게는 월 10만 원 정도를 받고 있다. 이 금액에는 회사에서 내야할 돈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최저생계비로 월급이 책정되기 때문에 10만 원이면 4대 보험료를 내고 남는다. 이 또한 회사가 챙긴다”고 말해 택시회사들의 불법이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음이 짐작된다.

이렇게 택시회사들이 도급 택시를 운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쉬는 택시를 없앨 수 있다. 요즘은 택시 운전사 채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쉬는 택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를 도급제로 운영하게 되면 안정적인 수입이 생기게 된다.

현재는 차 한 대당 월 평균 250~270만 원의 도급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10대만 도급으로 운영해도 월 2500만 원에서 2700만 원을 벌 수 있다. 게다가 4대 보험비용까지 운전자가 모두 내고 있으니 회사에서는 자신들이 내야할 비용을 유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문제를 두고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가 아무리 단속해도 소용없다. 대법원 판결이 회사 측에 유리하도록 난 상황이라 단속도 겁내지 않는다”며 “시민의 안전을 위해 도급 택시를 없애기 위해서는 택시회사와 운전자 모두 처벌 받는 쌍벌제를 시행해야 한다. 법원이 너무 온정주의에 흐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종종 언론을 통해 드러나는 도급 택시의 문제로 인해 시민들의 택시에 대한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법원이 좀 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법의 잣대를 집행했을 때만이 시민들의 불안감이 사라질 수 있어 대법원의 판결이 못내 아쉽다는 서울시 관계자의 말처럼 도급 택시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에 법원 스스로도 책임감이 없는지 자문(自問)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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