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힙합’에 존재하지 않았던 선율

빅뱅’ 태양, ‘브라운아이드소울’ 나얼, 이소라 등 피처링 참여…보컬과 타블로의 진지한 독백 아름다워

 

<뉴시스>

힙합가수 타블로의 깊은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있다. 자신을 향했던 이유 없는 증오와 무분별한 비난도 최근 솔로 앨범을 통해 극복해 냈다. ‘학력 위조설’ 때문에 2년간 겪은 외로움과 아픔을 수록곡에 그대로 투영한 것. 지난달 21일과 지난 1일 발매된 ‘열꽃 Part 1’과 ‘열꽃 Part 2’ 앨범에는 쓸쓸함과 두려움, 비관과 희망이 담긴 가사들이 아름다운 멜로디와 조화를 이뤘다. 이번 캠백에 이르기까지 타블로는 견디기 힘든 나날을 보냈다.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카페를 주도한 ‘왓비컴즈’는 네티즌을 농간해 그를 사기꾼으로 몰아붙였고, 휩쓸린 대중들은 마녀사냥에 동참했다. 이제는 그에게 씌워졌던 ‘스탠포드 대학교 학력위조’ 의혹이 상당수 걷어진 상태다. 하지만 타블로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제는 음악성을 인정받은 새 앨범을 들고 음반차트와 음악 프로그램을 ‘노크’하고 있다.


타블로의 솔로 앨범 완성도는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를 심어주기 충분했다. 라디오 DJ 배철수는 “타블로의 이번 앨범 음악은 힙합 장르를 뛰어넘었다”고 극찬했고 전곡이 음반차트 ‘TOP10’에 머무르는 인기를 누렸다. 힙합듀오 ‘리쌍’과 더불어 올해의 힙합 가수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올해는 ‘조PD’, ‘버벌진트’ 등 힙합계의 선두주자들이 새 앨범을 들고 팬들을 찾았지만 타블로 수준의 화제를 일으키진 못했다. 타블로의 연말 활동은 이제 컴백하는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 쌍끝몰이 흥행을 불러들일 것으로 보인다.
타블로는 사회 이슈였던 ‘학력 위조설’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어떤 뮤지션 못지않게 왕성한 곡 작업을 이어갔다. 에픽하이 시절 매년 거르지 않고 정규 앨범을 발매했고 질과 양을 모두 만족시키려 노력했다. CD 2장으로 구성된 하나의 앨범에 28곡 또는 30곡을 담는다는 것은 힙합장르임을 감안하더라도 대단한 결과다. 평론가들은 에픽하이를 “탄탄한 기본기와 날선 감각, 상상력과 창작력이 놀랍다”면서 그 해의 힙합앨범으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 인기에 힘입어 타블로는 2009년~2010년까지도 많은 예능 프로그램, 토크쇼에 초대 받으면서 음악 외적인 매력을 마음껏 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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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분위기로 봤을 때 연예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출연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하다. 에픽하이의 리더인 타블로부터도 이전과는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음악으로만 승부하는 뮤지션의 길을 택했다. 타블로가 대형 연예기획사 ‘YG 엔터테인먼트’ 옮겨간 것도 곡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힙합 팬들과 언론들은 ‘YG 엔터테인먼트’ 소속이 된다면 ‘음악적 색깔과 실험이 좁아지지는 않을까’ 염려했지만 타블로의 생각은 달랐다.
‘열꽃 Part2’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타블로는 “사람들이 대형기획사는 가수를 컨트롤 하려할 것이라 생각하고 내게 묻지만 안에서 보면 다르다. 오히려 간섭이 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음악만 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았다. 주위에 훌륭한 이들이 많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타블로가 YG를 택한 이유는 소규모 독립 레이블을 운영하면서 겪은 고충 때문도 있었다. 타블로는 “작은 회사를 키울 때는 항상 대박아 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면서 “모두가 그걸 바라보고 있다 보니 오히려 음악이 안 나왔다”고 전했다. 부수적인 고민도 필요하고 곡 작업 외적인 스트레스도 많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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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에서 타블로는 오로지 곡 작업에만 열중하는 스태프들과 많은 의견은 교류한다. 음악 이외의 것을 생각 안 해도 되는 환경 속에 있으면서 힙합음악의 퀄리티 발전에 일조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
그렇다고 해서 타블로는 TV와는 담을 쌓겠다는 결정은 하지 않았다. 음원 차트에서의 선전에 만족해, 앨범 뒤에 숨지 않을까 하는 팬들의 걱정도 이로써 날아가 버렸다. 
지난 15일 KBS JOY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에서는 타블로의 라이브 공연이 한 시간 내내 펼쳐졌다. 제작진은 타블로를 위한 특집 편성으로 다른 가수를 추가적으로 섭외하지 않았다. 타블로는 많은 히트곡을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는 케이블 채널의 핸디캡을 만회하는 인지도 상승을 맛봤다.
이날 방송에는 타블로의 절친 봉태규가 나와 타블로와의 깊은 우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배우 봉태규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타블로에게 전달했고, 타블로는 “나를 두 번 살게 해준 은인” 이라며 감동해했다.
새롭게 활동을 시작한 타블로는 과거 자신의 성격을 ‘건드리면 폭발하는 예민함’, ‘(사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등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 앨범을 알리는 인터뷰에서 그는 “이제는 지쳐서 그런지, 성숙해져서 그런지 그런 면이 많이 없어졌다”며 가사의 내용, 음악 분위기의 변화를 예고하고 했다.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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