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分黨 시나리오

▲ 15일 열린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 의원회관으로 들어서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정대웅 기자>photo@ilyoseoul.co.kr

‘친이 피난처’ 박세일 신당 - ‘친박 독자생존’ 박근혜 신당
안철수 선택에 정가 이목 집중돼

14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집권여당 한나라당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분당설 등 갖가지 설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6·2 지방선거와 지난 4·27재보궐선거,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잇따른 참패로 인한 내년 총선 참패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안철수 태풍’으로 인해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림으로써 이대로는 정권재창출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보수 진영 전체에 대한 전반적인 리모델링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당 밖에서부터 진행되고 있는 신당 창당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의 대거 이탈 사태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중도신당’ 꿈꾸는 박세일 신당

신당 창당 움직임 중 가장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 ‘박세일 신당’이다. 박세일 한반도재단이사장은 진보와 보수, 양극단의 각각 15%를 제외한 중도 70%의 지지를 받는 ‘대(大)중도’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박세일 신당의 ‘영입 1순위’로 한나라당 친이계 인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사실상 ‘박근혜당’이 돼버린 한나라당에서 친이계는 찬밥 신세로 내년 총선에서의 공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친이계는 쇄신파 일부와 함께 당 쇄신안을 내놓는 등 공천개혁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친박계는 물론 쇄신파 내부에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친박계는 당권파, 쇄신파 일부와 전략적 연대를 하며 당의 신주류로 부상해 있는 상태다. 18대 총선에서의 ‘친박 공천학살’이 19대 총선을 앞두고는 ‘친이 공천 학살’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들도 나온다.

수도권 친이계 한 의원 측은 “내년 1월께 한나라당 공천이 완료된다면 미공천자는 박세일 신당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탈 규모는 공천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몽준-김문수-이재오 반박근혜 연합 합류하나

또한, 박근혜 대항마를 꿈꿔온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의원 등 친이계 핵심 인사들이 신당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 이사장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신당은) 합리적 보수와 개혁적 진보를 만드는 국민 통합적 정당”이라며 “새로운 보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당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경쟁 관계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이어 “사회의 뜻있는 분들과 새로운 미래 지도자를 길러내는 틀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는 차원에서 (신당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많은 분과 만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이 예의”고 밝혔다.

박 이사장의 측근은 “박 전 대표 중심의 한나라당 세력이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박 전 대표와 경쟁할 수밖에 없고, 박 전 대표와 경쟁할 만한 중량급 인사들이 신당의 중심에 서라는 뜻”이라고 했다.

‘박세일 신당’ 관계자는 “대 중도통합 정당이라는 구상에 맞는 인물을 영입 중”이라며 “안철수 원장과 법륜 스님, 정 전 대표, 김 전 지사 모두 영입 대상”이라고 말했다.

박세일 신당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장기표 녹색사회민주당 대표는 “최근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청춘콘서트’를 기획한 법륜 평화재단 이사장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도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안철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전했다.

하지만 신당 참여설이 나돌던 정운찬 전 총리와 윤여준 전 장관은 “(신당 창당과 관련해) 박 이사장을 만난 일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 전 총리는 지난 17일 “한나라당은 (선거에 참패해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고, 창피해하는 사람이 없는 한심한 정당으로 보여진다”며 “다시 말해 문제의식이 없는 ‘웰빙당’인데 이제 고쳐야 한다”고 한나라당에 쓴소리를 하면서 각을 세우고 있다.

한편, 박 이사장의 과거 전력 등을 비춰볼 때 ‘박세일 신당’이 ‘대중도신당’이 아닌 ‘보수 신당’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이사장은 서울시장 보선 때 무상급식 확대를 반대하며 극우보수 성향을 보였고, 지금도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과 함께하고 있다”며 “그러다 ‘중도’를 하겠다니 중심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박세일 신당은 박근혜 견제 및 보수 몸집 불리기 차원에서 청와대와 교감 속에 이뤄지는 것이다.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연유로 박 이사장 등은 안철수 원장의 영입에 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보수의 색깔을 빼기 위해서는 중도 성향의 안 원장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대기업 독식 문화’를 비판하고 진보적인 ‘분배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인 성향은 보수에 가깝다는게 일반론으로 통한다.

안 원장의 아버지 안영모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원장의 정책적 입장이 “좌파는 절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고, 김 지사도 최근 “안 교수는 나보다 10배 이상 더 한나라당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홍준표 대표는 지난 17일 트위터를 통해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창당을 추진 중인 대(大)중도신당에 여권 인사들이 합류할 가능성에 대해 “갈 사람은 다 가라. 물갈이하기도 힘든데 가면 고맙지”라고 말했다.


박근혜 부인 불구 박근혜 신당설 ‘솔솔’

‘박세일 신당’과 전혀 다른 흐름에서 ‘박근혜 신당’이 회자되고 있다.
‘박세일 신당’이 친이계의 피난처라고 한다면 ‘박근혜 신당’은 친박계의 독자생존을 위한 안식처로써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MB와의 차별화가 여의치 않고 친이계가 분화하지 않은 채 당에서 박근혜 흔들기의 강도를 높여간다면, 함께 공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박 일각에서 거론하는 ‘박근혜 신당론’의 핵심은 MB와 차별화이다.
영남권의 한 친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정기조를 바꾸고 인사 쇄신을 하라고 해도 안 먹혀들지 않느냐”며 “당을 따로 만드는 것이 대선으로 가는 데 훨씬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와 친박계 의원 대다수는 여전히 신당 창당에 부정적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4일 경북 구미시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신제’에 참석한 뒤 기자들로부터 ‘박근혜 신당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부인하고, “신당 검토도 없었다는 뜻인가”라는 물음에도 “네”라고 답변했다.

친박 핵심인 유승민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박근혜 신당’론에 대해 “사실무근이며 아무런 실체가 없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권영세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개혁 노력을 해보다 안될때 얘기하면 모를까 그것도 없이 바로 신당 얘기를 꺼내면 과거 친박을 숙청한 일부 친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혁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중심인데 왜 당을 나가겠냐”며 “근거 있는 얘기가 아니다. 당이 어지럽고 쇄신이 안 되니까 걱정에서 나오는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신당론’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박근혜 신당’은 현실화할 경우 그 파장이 엄청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권은 친박계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박근혜 신당’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향후 정치 환경에 따라 이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정기국회가 끝나도 청와대가 쇄신 의지가 없고 당 지도부가 무기력하다면 그때는 박 전 대표도 생각의 일단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지금 ‘박근혜 신당설’을 거론하게 되면 모든 게 매몰될 수 있으니,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고 얘기할 사안”이라며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박근혜 흔들기에 흔들리지 말자”
“MB와 차별화 위한 선택”

영남권의 한 의원도 “당 일부가 당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가로막는 경우에는 ‘박근혜 신당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질 걸로 본다”고 말했다.

영남권의 한 친박계 의원도 “박 전 대표가 신당의 깃발을 올리면 당장 최소 50명, 많으면 80명의 의원들이 따라갈 것”이라면서 “한나라당 내부에서 끊임없이 반박(반박근혜) 세력에 휘둘리는 것보다 소장파 등과 함께 새로운 당을 만들어 중도층을 끌어당기는 게 낫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특히 “민주당 내에서 위축된 호남의 온건파와 힘을 합쳐 영·호남 화합의 기치를 내세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표와 한화갑 평민당 대표와의 연대설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한 대표 측은 “야권통합정당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못 박고 있는 상태다.

‘박근혜 신당’의 가능성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공천 과정에서 극도의 불협화음이 노출될 경우 어떤 선택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정몽준 전 대표나 김문수 경기지사 등 당내 잠룡의 공세가 거세지고 배후에 반박(반 박근혜) 세력의 ‘기획’이 있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면 친박측의 ‘탈(脫) 한나라당’ 요구가 더 힘을 얻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유 최고위원이 김 지사의 ‘박근혜 공격’과 관련, “일부 청와대 인사가 김문수ㆍ정몽준ㆍ박세일ㆍ정운찬을 묶어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있다”고 주장하고, 친 정몽준계인 안효대 의원이 “부처 눈에는 부처만,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며 “친박이 집단 자폐증에 걸린 것 같다”고 맹공을 퍼부은 것도 이런 관측과 궤를 같이 한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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