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된 진보정당 한 목소리 내나…‘소통합’ 성사까지 험로예정

진보신당을 탈당한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새진보 통합연대’(통합연대) 공동대표가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과 함께 새로운 통합 진보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진보정당이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으로 대변되고 있는 야권통합정당에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진보정당의 ‘소통합’이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까지 낳고 있다. 그러나 진보정당의 통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지난 9월 이들의 통합논의가 한 차례 부결된 바 있고, 당원들의 부정적 견해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실제 성사여부까지는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민참여당과 ‘혁통’의 통합여부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진보정당 통합의 신중론도 적지 않다.

진보신당 탈당파인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전 대표가 주축이 된 ‘새진보 통합연대’는 지난 3일 대표자회의를 갖고 조직과 진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노·심·조,
진보정당의 ‘소통합’ 추진

그 결과 오는 12월 10일까지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등을 포함한 진보통합정당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조만간 이들과 공식적인 협상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노당과 진보신당, 민노당과 국민참여당의 잇따른 합당 불발로 진보정당의 입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진보신당 탈당파들의 ‘진보통합정당’ 재추진은 진보세력의 목소리를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회찬 ‘새진보 통합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10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아직 진보 소통합에 대한 로드맵이 나온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통합연대, 민노당, 국민참여당의 실무진들이 통합에 대한 논의 진행을 위해 만나기로 약속한 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 내용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 공동대표는 “민노당과 국참당의 입장을 정리해보면 기본적으로 통합에는 동의하고 있다”며 “어렵게 여기까지 왔고 또한 진보 소통합을 바라는 국민적 목소리도 적지 않은 만큼 진보세력이 최대한 모이는 통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뉴시스>

민노당, 야권대통합은 불가
‘진보 소통합’에 반색

지난 9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합당을 추진했지만 민노당 대의원대회에서 ‘참여당과의 통합안’이 재석 대의원 3분의 2를 넘지 못하고 결국 부결됐다. 이후 양당은 정치적 상처를 입게 됐고, 진보 진영의 입지는 더욱 위축됐다.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위주로 야권대통합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급기야 민주당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만나면서 이들과의 스킨십까지 강화하고 있다. 야권통합의 협상테이블에 노동자세력까지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진보정당의 입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민노당은 통합연대의 ‘진보 소통합’ 제안에 적극 환영하며 반색했다. 진보의 목소리를 키우는 것은 물론 이들이 처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복안으로 진보통합을 다시 한 번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민노당은 민주당으로부터 통합정당 건설을 위한 대표자 연석회의를 제안 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다. 두 정당의 이념이나 색채가 다른 만큼 통합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우위영 대변인은 “민주당 중심의 무리하고 일방적인 통합제안에 민노당은 응할 수 없다”며 불가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힘 있는 진보정당의 건설이 절실하다.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는 데 매진해 야권 연대를 더욱 단단하게 해달라는 것이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정당을 통합하고 추후에 야권연대를 논의하겠다는 의중이 강하게 내포된 것이다.

국민참여당, ‘야권 대통합’과 ‘진보 소통합’ 투 트랙 선택

국민참여당은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중심의 야권대통합과 진보정당의 소통합을 함께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 중이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지난 9일 ‘혁신과 통합’ 문재인·이해찬 상임대표와 만남을 가졌으며, 이에 앞선 7일에는 노회찬·심상정 통합연대 대표와 함께 애플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에 동반 출연했다.

국참당의 핵심관계자는 10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진보정당의 통합은 이전부터 논의했던 것으로 현재 상당한 가시권 내에 있으며, 앞으로도 이를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혁신과 통합 측에서도 야권대통합을 위한 원탁회의를 꾸리고 이를 요청한다면 (국참당이) 참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유시민 대표 입장에서 보면 ‘혁통’과의 통합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 참여정부시절 친노의 한 축으로써 그 중심 역할을 해왔던 이들이기 때문에 공통성도 크고 국민적 거부감도 덜하다.

그러나 유시민 대표는 그간 변방에 머무는 것을 거부해 국민참여당을 창당했으며, 진보정당과의 접촉면을 넓히면서 자신의 정치적 재기를 꿈꾸었다. ‘혁통’에 쉽사리 참여할 수 없는 남다른 고충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회동에서 ‘혁신과 통합’의 상임대표인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전 총리는 유시민 대표에게 통합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유 대표는 이에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단결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길이라면 어떤 선입견도 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태도로 임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마음은 이런데 정치현실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복잡한 고민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국참당의 핵심관계자는 “당내 일부는 야권대통합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또 다른 측에서는 진보정당통합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어떤 것이 다수의 의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양측 모두와의 접촉을 통해 통합의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에 대해 어떤 것을 미리 정해놓은 것이 아니므로 지금으로써는 그 어떤 것도 예단하기 힘들다”고 부연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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