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먹튀’, 무엇이 문제인가


외환은행 지분 41.02%의 운명이 갈리고 있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는 지난 18일 론스타에게 징벌적 성격을 띠지 않은 조건 없는 매각명령을 내렸고 산업자본 여부에 대한 심사는 차후로 남겨뒀다.

매각명령 대상은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 중 10%를 초과하는 지분이다. 이미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와 외환은행 주식 51.02%를 4조4059억 원(주당 1만3390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때문에 특별한 변동이 없는 경우 론스타는 투자금을 제외하고도 배당과 지분매각 등 5조1537억 원에 달하는 매매차익을 챙기고 한국을 떠나게 된다. 그 현황을 알아본다.

론스타가 한국을 떠난다. ‘먹튀’ 논란에 휩싸이면서도 당당히 짐을 싸게 된 것이다. 금융위는 은행법 제16조 적용의 한계와 국내외 사례 등을 들어 론스타의 10% 초과 보유 주식의 처분방식을 특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만약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라고 하더라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의 무효 내지 취소는 어려우며, 이 경우에도 은행법 제16조에 의거해 4% 초과 보유 주식을 매각하되 어떤 방법으로든 주식을 처분하기만 하면 된다는 판단이다.

이석준 금융위 상임위원은 “론스타가 스스로 처분하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이 주식처분 명령을 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은행법상 매각 방식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어 징벌적 매각 명령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여론은 들끓었다. 외환은행 임직원 400여 명은 지난 23일 하나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의 계약 즉각 파기를 요청하는 집회를 열었다.

외환은행 소액주주들은 같은 날 헌법재판소에 론스타의 조건 없는 지분매각을 허용한 금융위 처분명령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앞서 외환은행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18일 금융당국을 상대로 론스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심사에 관련된 자료의 정보 공개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또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회장 김선수, 이하 민변)과 참여연대(공동대표 이석태·임종대·정현백·청화)는 지난 21일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관련자 8인을 론스타에 대한 비금융주력자 심사 업무를 포기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논란의 초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은행과 민변·참여연대 등은 론스타가 주가 조작으로 이미 대주주 자격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에도 비금융주력자였기 때문에 인수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론스타, 비금융주력자 심사 ‘슬쩍’ 비껴나가

외환은행 노동조합에 따르면 론스타가 지난 2003년 외환은행 경영권 획득 하루 전날 투자자 5곳을 바꿔치기 했다는 사실이 최근 조문환 한나라당 의원에 의해 밝혀졌다.

또한 민변과 참여연대에 따르면 금융위는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였다는 추가적인 사실이 확인된 상황에서도 조건 없는 매각명령을 내렸다. 이는 중대한 잘못으로 매각명령은 은행법 시행령 별표에 따라 금융주력자에게만 내릴 수 있는 명령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매각명령 전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라는 증거들이 곳곳에서 드러나자 여야를 막론한 국회와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은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먼저 판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금융위가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추가 판단 없이 일방적으로 매각명령을 결정한 것은 직권 남용이라는 것이 민변과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공동성명을 통해 “추후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로 확인될 경우 이번에 내린 매각명령은 무효가 되어 이로 인한 경제적 파장과 충격은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로 경영권이 박탈된 론스타에게는 특혜성 프리미엄이 배제된 분산매각을 명령했어야 한다”면서 “만약 산업자본 심사도 하지 않고 론스타에게 계속해서 이중·삼중의 특혜를 준다면 청문회와 특검을 비롯한 민·형사상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전의 가능성 열려 있어

이처럼 비난의 화살이 금융당국에게 쏟아지는 가운데, 대법원이 여론의 편을 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4일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가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금융감독원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론스타를 심사한 자료를 공개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007년 7월 금융당국을 상대로 론스타의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 여부 판단과 이후 대주주 동태적 적격성 심사와 관련한 자료 공개를 요청한 바 있다. 결국 1심·2심·3심이 모두 같은 판결을 내리며 원고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판결 직후 경제개혁연대는 성명을 통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금융위와 금감원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자료 일체를 확인한 후 대응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특히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 심사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직무유기 여부를 분명히 가리고 그 책임에 대해서는 엄중히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론스타와 계약을 맺은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국회 역시도 여론의 편을 드는 추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금융위 결정 전날인 지난 17일 금융위를 방문해 “금융위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에 대해 조건 없는 매각명령을 내리면 금융위 관련 예산과 법안을 보류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실제로 정무위원회가 금융위에 대해 산업자본 여부를 먼저 판단하라고 요청했음에도 이를 무시하자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위 관련법안 247건의 처리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어 정무위원회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에 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 요청을 검토하고 있으며 항간에서는 금융위원장 ‘교체촉구설’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한편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금융위 결정 이후인 지난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언론에서는 ‘금융위의 조건 없는 매각명령 배후에는 청와대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유력 인사들의 로비 의혹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면서 ‘배후설’과 ‘로비설’까지 제기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MB)의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현 상황에서 과연 MB의 최측근인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6개월 안에 외환은행을 인수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로 인해 외환은행 사태는 근 10년을 끌어왔고 다 됐다고 생각했을 때마다 커다란 변수가 생겨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사회 각계각층뿐 아니라 금융권 내부에서도 여론이 갈리고 있는 만큼 결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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