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보조금 수천 억 길바닥에 ‘줄줄’

▲ <서울=뉴시스>
서울시내를 운행 중인 택시 중 일부가 도급택시임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도급택시를 운영하는 택시회사를 단속할 기준이 애매모호해졌다. 실제로 도급 택시 관련 소송에서 서울시가 승소한 경우는 겨우 한 건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일요서울]에서는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을 짚었다.(916호) 문제는 이런 도급 택시들이 운행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대부분의 도급 택시들은 운전기사 교대를 차고지에서 하지 않는다. 어차피 일 또는 월로 계약을 해서 택시를 운행하기 때문에 차고지에 입고가 되지 않는다. 때문에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택시운전자의 신분 파악이 어려워 사건이 발생해도 피의자를 잡기 어렵게 된다.

여기에 택시회사는 일부 도급 택시차량에도 유류구매카드를 부여하고 자신들이 운영하는 LPG충전소에서 가스를 충전하게 한 후 유가보조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착복하는 사례도 있어 국민의 혈세가 엉뚱한 곳에 지원되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문제투성이인 도급 택시의 실태를 살펴본다.

서울시 교통지도과 운수지도팀에 근무하는 한 직원의 얘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그에 따르면 1년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택시를 도급해준 택시회사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택시회사를 단속하던 과정에서 면허 취소를 받은 차량이 버젓이 운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 택시는 도급으로 운행됐기 때문에 회사에서 직접 관리하지 않아 사건이나 사고가 날 경우 그 피해는 승객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확률이 높다. 뿐만 아니라 범죄에 사용될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도급 택시를 금하고 있지만 여전히 도급 택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차고지 밖 교대 가능하게 했던 서울시

 

서울시는 지난 2008년 4월부터 지난해 10월말까지 법인택시회사에 등록된 차량의 30%까지 차고지 밖에서 교대가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이는 서울시가 지난 1993년 1월에 발표한 ‘택시업체에 대한 사업개선 명령’에 배치된다. 당시 택시의 불법, 변태운영행위에 대한 여론이 확산되면서 차고지 밖 교대를 전면으로 금지했으나 서울시는 택시회사가 제기한 관리의 용이함을 위해 2008년에 차고지 밖 교대를 일부 허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거주지가 차고지와 먼 기사들의 교대를 효율적으로 운영․관리하기 위해 차고지 밖 교대를 일부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서울시 운수지도팀 관계자는 “대부분의 도급 택시가 차고지 밖에서 교대가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도급 택시를 양산하는 꼴이 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 차고지 밖 교대 허용 조치는 지난해 11월부터 전면 금지돼 택시 교대는 반드시 차고지에서 해야만 하지만 아직도 이를 어기는 회사가 많다고 운수지도팀 관계자는 설명했다.


과징금 부과, 큰 실효성 없다는 지적


차고지 밖 교대를 금지하는 현재 이를 어기다 적발될 경우 12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차고지 밖 교대를 하는 대부분의 차량은 도급 택시이기 때문에 적발되더라도 택시회사에서는 운전자에게 과징금을 납부하도록 하고는 다시 그 택시를 도급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택시회사가 입는 타격은 거의 없게 된다.

 

결국 과징금 부과만으로는 도급 택시 운행을 막기는 어렵다. 하지만 확인 결과 서울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과징금 부과와 최대 60일 면허정지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담당 공무원은 “면허정지와 과징금 부과의 효과를 예상한 결과 과징금 부과가 좀 더 낫다고 판단해 적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선 단속 공무원의 얘기는 이와 달랐다. 운수지도팀 관계자는 “60일 면허정지의 효과가 훨씬 더 크다. 택시가 운행되지 않아야만 택시회사들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없다고 인식하게 된다. 택시회사는 과징금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결국 서울시가 좀 더 강력한 제재조치인 60일 면허정지 처분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운수지도팀 관계자는 또한 “앞으로는 도급 택시 운행뿐만 아니라 4대 보험 등의 가입을 철저하게 시행해 적발되면 확실하게 영업정지를 시키고 이에 대해 택시운전자와 택시회사 모두가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쌍벌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꼼수로 유가보조금 착복하는 택시회사


도급 택시의 불법 사례는 여기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혈세로 지급되는 유가보조금에도 다양한 불법 사례가 존재했다.

 

유가보조금은 지난 2001년 에너지 세제개편을 통해 휘발유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경유·LPG 세율을 인상함에 따라 화물차·버스·택시 등 운송업계의 부담 완화를 위해 세금 인상분을 보조금으로 지급해주는 제도다.

 

지난해 유가보조금 규모는 전국적으로 1조9476억 원이며 이중 서울시가 화물차·택시에 지급한 유가보조금은 2700억 원가량에 이른다.

 

법인 택시의 경우 유가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지정된 유류구매카드로 가스를 충전해야만 한다. 문제는 운송업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유가보조금은 도급 택시에도 지급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택시회사는 우선 도급 운전자들에게 유류구매카드를 주고 하루에 일정량의 LPG 가스를 충전하게 계약한 후 한 달 동안의 전체 충전량을 계산해 유가보조금을 제외한 금액을 미리 받는다. 만약 일정량 외에 추가로 더 넣을 경우 유가보조금을 제한 가스값을 받는다. 얼듯 보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으로 유류구매카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택시회사는 가급적 계약이 된 LPG 충전소를 이용하기를 권하거나 택시회사가 운영하는 LPG충전소만을 이용하라고 강제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회사 측은 LPG 가스를 판매해 이익을 얻는다. 이에 추가로 일부 도급 택시운전자들의 경우 자신들이 유가보조금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유가보조금을 정산하기 위해 회사를 방문하기보다는 그대로 운행을 하는 경우도 있어 유가보조금을 회사 측에서 챙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에서 유가보조금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부서의 한 직원은 “도급 택시라고 확인이 되지 않는 이상 유가보조금 지급을 거절하기는 어렵다. 만약 불법 운영 중인 것이 확인된다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속 부서에서 도급 택시를 적발해도 실질적인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의 혈세가 엉뚱한 곳에 지원될 가능성은 계속해서 존재한다.

 

이처럼 도급 택시의 문제 단순히 택시회사의 불법 운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혈세를 필요한 곳에 사용치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승객들의 안전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라 좀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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