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선전략 ]한미FTA 처리 이후 '복지 소통 행보'
[박근혜 대선전략 ]한미FTA 처리 이후 '복지 소통 행보'
  • 조기성 기자
  • 입력 2011-11-30 09:17
  • 승인 2011.11.30 09:17
  • 호수 917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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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와 차별화로 본격 대선행보 나선다

한미FTA 국회 비준안이 지난 달 22일 날치기로 국회를 통과했다. ‘007작전’을 방불케했던 비준안 날치기에는 이례적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동참했다. 박 전 대표는 이미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뜻을 재차 밝힌 상태였다.

박근혜 OK 싸인에 날처리 강행

박 전 대표는 지난달 3일 “한미FTA는 이번에 처리되는 게 좋겠다”며 “늦어질수록 도움이 안된다”고 밝혔고, 지난달 19일에는 “당 지도부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으며 날치기 하루 전인 21일에는 ‘몸싸움이 벌어져도 표결에 참여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도부에 일임하겠다고 했으면 일임해 따르는 게 맞다”고 강행처리에 힘을 실었다.

여야 간 몸싸움이 극심했던 2009년 미디어법과 지난해 예산안 강행처리 당시 모두 본회의에 불참했던 박 전 대표의 태도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변화에 친박 의원을 비롯한 협상파들까지도 강행처리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강행처리 동참, 득과 실

박 전 대표는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위한 표결참여로 원칙과 신뢰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자신이 말한 약속을 지킨 점에서다. 또한, FTA 조속한 처리를 주장했던 보수 세력의 결집효과를 노림과 동시에 ‘현재권력’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게 됐다. 미디어법과 세종시, 과학벨트 논란 등에서 ‘여당 내 야당’의 스탠스를 취하며 반사이익을 얻고 있던 박 전 대표였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들은 날치기 처리와 김선동 민노당 의원의 최루탄 살포 등 기존 구태의연한 정치권에 다시금 신물을 느끼는 상황에 이르렀다. 박 전 대표는 소신 있게 한 표를 행사했을지 모르지만 구태정치인으로 낙인 찍히는 데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복지 행보 등 ‘좌클릭’했던 박 전 대표의 중도층 끌어안기 전략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대표가 비준안 처리에 한 표를 행사함으로써 ‘박세일 신당’ 등 보수 진영의 분열 상황에 한나라당이 단일대오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말부터 공들여온 중도층 끌어안기 행보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처리 후 태도 바뀐 朴

박 전 대표는 비준안 강행처리 다음 날,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3일 대전을 찾은 박 전 대표는 10·26 재보선 패배에 대해 “그동안 부족한 게 많았기 때문에 벌 받은 것”이라며 “엄청나게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한미FTA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이미 당 지도부가 유감을 표했던 재보선 패배에 대한 심경을 밝힌 것이다.

대전 한남대에서 대전권 대학 총학생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진 박 전 대표는 ‘2040 세대가 한나라당에 등을 돌렸다’는 한 학생의 지적에 “젊은이의 고통은 부모의 고통으로, 결국 국민 모두의 마음이 돌아선 것”이라며 “그렇게 된 데는 부족한게 엄청나게 많았다. (한나라당이) 소통하는 부분에서 너무 부족함이 많았다. 소통은 단순히 만나는 문제가 아니라 관심인데 무엇이 불만인지 열심히 들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불통’의 현 정권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MB와 차별화 통한 본격 대선 행보

재보선 패배의 원인으로 ‘소통 부재’를 지적했지만 대야 협상의 실패 결과인 한미FTA 처리에 따른 후폭풍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박 전 대표가 한미FTA 강행처리 후폭풍에 신경 쓰지 않고 다시금 자신의 대권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안에서부터 ‘박근혜표 예산’을 짜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현 정부와 차별화를 통한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 핵심 측근은 “박 전 대표의 내년 대선 플랜의 시발점은 2012년 예산안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 전 대표가 연일 강조하는 ‘정책 쇄신’의 결실을 보기 위해 관련 분야의 예산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8일 김영선 의원 출판 기념회에서 “정치 개혁의 방향은 국민의 삶에 직접 다가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비정규직 지원 ▶노인 빈곤 해소 등의 구체적 정책을 열거했다.

그러면서 “여당은 이런 문제가 실질적으로 예산에 반영되고 시행되도록 하는 위치에 있다. 이렇게 개혁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박 전 대표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당 분야의 예산 편성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챙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복지에 치중했던 박 전 대표가 장기 성장 전략과 노동시장 활성화 전략, 미래 먹거리 산업 전략 등 국가 성장 정책을 잇달아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28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과학기술의 융합과 산업화를 통한 창의국가’라는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기존에 고용복지 세미나와 마찬가지로 과학기술이라는 한 주제만 놓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과 일자리 창출, 교육, 의료복지, 경제 등을 연계시키는 ‘통섭(通涉)’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제는 성장도 챙긴다

과학기술은 서강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박 전 대표에게 있어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이자, 당내 다른 대권주자들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통상의 대권주자들이 과학기술을 대선 정책의 중요한 화두로까지 제시하지 않은 것과는 차별화된 행보로도 볼 수 있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그동안 고용과 연계시키기는 했지만 박 전 대표 정책의 초점이 ‘복지’에 맞춰져 있었다”며 “골고루 잘살게 하는 게 목표라면 그 핵심 수단은 경제 성장일 수밖에 없다. 성장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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