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구 대상 지역구 의원들, 정개특위 다수 포진

2012년 4월 11일, 19대 총선에서는 몇 명의 국회의원이 탄생할까?

1948년 국회가 개원한 이래 18대 국회까지 175석부터 299석까지 시대상에 따라 의원수가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했다.

내년 총선 선거구를 조정하기 위해 구성된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천기흥)가 지난달 25일 박희태 국회의장에 보고한 안에 따르면 전국 8개 지역구 분구, 5개 지역구 통합으로 의석이 3석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위의 안이 강제성을 띠지 못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장 이경재) 논의과정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의석수를 늘리는데 대한 국민들의 반발도 예상돼 실제 의석을 늘리는 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실제 지난 18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위는 2개의 안[의원정수 301명(지역구 245석, 비례대표 56석)안, 의원정수 303명(지역구 247석, 비례대표 56석)안]을 정개특위에 제출했지만 결국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이고 299석(지역구 245석, 비례대표 54석) 안을 채택한 바 있다.

선거구획정위는 내년 4월 총선에서 현 국회의원 선거구 245곳 가운데 선거구 8곳을 분구하고 5곳을 통합하는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해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보고했다.

선거구획정위, ‘8개 분구-5개 통합’안

획정안은 현재 한 선거구인 경기도 여주·이천, 수원 권선구, 용인 수지, 용인 기흥, 파주 그리고 강원도 원주를 두 선거구로 분구하는 내용이다.

또 현재 2개 선거구로 나뉘어 있는 부산 해운대 기장과 충남 천안을 지역을 3개로 분할한다는 계획이다.
대신 3개 선거구로 구성된 서울 노원과 대구 달서는 2개 선거구로 변경하고, 2개 선거구인 서울 성동과 부산 남구, 전남 여수는 1개로 통합키로 했다.

결과적으로 총 의석수는 302석으로 늘거나 비례대표 3석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선거구 조정은 선거구간 인구차가 3배를 넘어선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것으로 지난 10월말 선거구당 평균인구수(20만 6,937명)를 기준으로 인구하한선은 10만 3,469명, 인구 상한선은 31만406명이다.

획정위의 최종안은 정개특위로 넘어가 심의된 후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상정 표결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획정위 안대로 지역구 의석 3석 확대안(302명)이 결정돼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현재의 의원정수인 299명을 넘어 처음으로 의원정수 300명대 시대가 열리게 된다.

국회획정위 안, 문제점 노출

하지만,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 수를 기준으로 분구·통합을 결정할 경우 유권자별 한 표의 가치가 선거구별로 많게는 3배가량 차이가 나게 돼 ‘표 등가성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획정안대로 기장군 선거구가 분구되면 인구 10만 3천 명을 겨우 넘어서지만 부산 남구 갑·을은 합구 되면 30만 명에 달하게 된다.

조성렬 동아대 교수는 “선거구 간 인구편차 3대 1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어긋나는 등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인구가 늘어나는 수도권은 선거구가 증가하는 반면 지역은 선거구가 줄어드는 ‘수도권 편중현상’이 가중될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수도권에서도 이번에 각각 선거구가 분구된 수원과 용인을 비교해보면 인구가 용인(89만 명)보다 18만 명가량 많은 수원(107만 명)의 경우 선거구가 용인보다 한 곳 적은 4개다.

매년 인구가 유입되는 수도권과 충청·강원권은 선거구가 계속해서 늘게 되고 다른 지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번 획정위 안이 관철되면 경기도는 무려 4개의 선거구가 늘어나고, 충청과 강원은 각각 한 곳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내년 4월 총선 이후인 7월 출범예정인 세종시의 경우 인구 하한선 미만이고,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번 안에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명수 자유선진당 의원은 또 “선거구획정위가 특별자치시인 세종시의 법적지위를 잘못 해석했다. 세종시는 정부 직할 자치시로 광역자치단체의 지위를 보장받았기 때문에 법의 기준에서 판단을 해야지 인구 기준으로 보면 안 된다. 광역시에 국회의원이 없다는 것은 충청도민의 여망을 넘어서 일반 국민들이 듣기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고 역설했다.

정개특위, 선거구획정위 안 뒤집을 수 있어

국회 정개특위는 획정위 안을 토대로 선거구 획정작업에 착수할 전망이나 획정위의 의견이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최종 채택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매번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획정위가 구성돼 조정안을 마련했지만 정개특위에서 이 안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동료의원, 또는 본인들의 지역구를 챙기기 위해 자의적으로 인구 상·하한선을 설정하는 일이 빈번했다.
 
지난 18대 총선을 앞두고서도 선거구획정위가 부산 남구 갑·을 등 3곳에 대한 통합 의견을 냈지만 정개특위에서 임의의 상하한선을 만들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대 총선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손혁재풀뿌리지역연구소 상임대표는 “18대 총선 선거구 획정 당시 획정위원회는 2007년 12월말 인구통계에 따른 총인구수를 기준으로 상한선을 30만1,646명, 하한선은 10만549명으로 결정했으나 국회가 상한선을 31만2,000명, 하한선을 10만4,000명으로 조정,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때문에 상한 미달로 통합되거나 선거구가 3개에서 2개로 줄어들어야 하는 부산 남구, 전남 여수시, 대구 달서구, 서울 노원구, 서울 송파구 등이 선거구를 유지한 반면 분구 대상이었던 수원 권선구와 경기 파주시 등은 제외됐다”고 경고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정개특위가 선거구 조정안을 ‘존중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어 정개특위가 조정안을 자의적으로 수정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번 정개특위에도 합구 대상 지역구의 국회의원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한나라당 김정훈(부산 남갑)·조원진(대구 달서병) 의원과 민주당 김성곤(전남 여수갑) 의원 등이 그들이다.

합구 대상 지역구 의원들, 정개특위 다수 포진

조원진 의원은 “권고안은 권고안에 불과하다. 정개특위를 통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수도권 국회의원 수는 늘리고 지방의 국회의원 수를 줄이려는 것은 방법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김정훈 의원도 “갑·을 지역구 모두 14만명을 넘어 충분히 독립된 선거구인데 선거 때마다 붙였다 뗐다하는 것은 문제”라며 “18대 총선에서도 획정위의 합구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적극적인 반발로 선거구 조정안 중 합구 대상 지역구가 살아남는다면 분구 대상 지역구가 분구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정개특위가 선거구가 통합되는 지역의 반발과 정당 및 일부 정치인들의 사적 이해관계에 집착해 자의적으로 선거구를 확정, 분구 대상 주민들이 누려야 할 평등투표에 관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8월 발간한 정책자료집을 통해 “획정위의 결정사항이 획정 결과에 실제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획정위원으로 참여한 김당 오마이뉴스 부사장은 “지난 총선 선거구획정위와 다르게 이번에는 단일안을 냈기 때문에 정개특위가 임의적으로 상하한선을 획정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근 국민대교수는 “국회가 비례대표 의석수 감소를 줄이지 않기 위해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기준으로 삼은 인구 상한선 31만406명과 하한선 10만3,469명의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인구 상한을 높여 새로 분구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할 수도 있다”며 “하한선을 10만7,000명으로 상한선을 32만1,000명으로 조정하면 원주시(31만406명)는 분구가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이명수 의원은 일본이나 다른 선진국처럼 인구 증감에 따른 통폐합·신설 원칙만 명확하다면 반발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방식은 행정구역 분할금지원칙에 충실하여 인구감소 시에도 선거구가 유지된다는 문제점과 표의 등가성 확보 원리가 법에 반영되지 않아 권역별 불평등성을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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