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의원 35% ‘안철수黨’ 창당 시 참여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현 지도부에 대한 불안 심리였을까?

민주당이 통합정당 문제를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인 가운데 민주당 대의원 10명 가운데 3~4명이 이른바 ‘안철수 신당’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날치기 처리를 둘러싸고 민주당이 깊은 내상에 빠지는 등 와해속도가 빨라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실제 ‘안철수 신당’이 출범할 경우 당 이탈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민주당 대의원 ‘안철수 신당’ 참여 가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사재출현으로 정치권이 ‘안철수 블랙홀’로 급속도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제1야당 민주당의 상당수 대의원들이 ‘안철수 신당’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지난 15일 시사저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타임리서치에 의뢰해 민주당 대의원 1099명을 대상으로 ARS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오차 범위는 ±3.0%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46.2%가 “안철수 신당이 출범하더라도 이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답한 반면, “안철수 신당이 출범할 경우 이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는 35.3%에 달했으며, 유보적인 답변도 18.5%를 차지했다. 즉 ‘안철수 신당’이 출범할 경우 과반이 넘는 숫자가 동요하거나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 인천, 대전, 울산 등 지역대도시 대의원들의 ‘긍정적 참여’가 더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안 원장의 고향인 부산에서는 대의원 47.5%가 ‘참여 하겠다’고 답해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한 32.8%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한편 서울에서는 ‘참여’ 34%, ‘불참’ 43.8%로 전체 응답비율과 비슷하게 조사됐다.

“민주당 인사들의 기류가 확인된 것”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안철수 바람’이 민주당내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방증한 것으로 안 원장이 갖는 영향력의 크기를 함께 말해주고 있다. 아울러 안 원장의 파괴력을 민주당 스스로 인정한 것이어서 향후 민주당 인사들의 기류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안 원장이 야권통합에 참여하든 안하든 향후 세력을 형성한다면 민주당이 크게 동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전에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야권단일후보로 치르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것만으로는 쉽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며 “민주당 스스로 안 원장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실장은 또 “안 원장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당장 민주당 인사들의 이탈이 가속화된다고 보기는 힘들고 아직 이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다만, 신당창당과정에서 문호개방이나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종합적인 측면에서 고려될 필요가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의원의 경우 공천과는 상관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당위론적 입장에서 안철수 신당을 지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그런 점에서 보면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민주당 내에서 안 원장의 위력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안 원장을 향한 야권의 적극적 ‘구애’

최근 동아일보가 실시한 전국 유권자 여론조사(40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1.5%포인트) 결과를 보면 안 원장(47.7%)은 박근혜(38.3%) 한나라당 전 대표를 10%가량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아직 실체도 없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은 36.2%나 돼 한나라당(23.4%)과 야권(16%) 모두를 넘어섰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정치권에 불어 닥친 ‘안풍(安風)’이 가히 ‘매머드 급’이다. 그런 만큼 야권의 ‘구애’도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혁신과 통합’의 문재인 상임대표는 안 원장이 통합전대에 참여할 것을 전제로 “약간의 행보로도 이 정도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지지도가 내년 대선까지 유지된다면 우리 쪽의 대표선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현 정치권에 대한 불만과 경제체제에 대한 불신 그리고 청년층의 분노가 ‘안철수 바람’을 몰고 온 것 아니겠냐”며 “이것이 바로 기존 정당을 패퇴시키고 안 원장을 대안으로 삼는 이유”라고 지금의 상황을 진단했다.

야권은 지금 안 원장을 향해 통합의 한 축으로써 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이 주축이 되어 야권통합을 이끌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안철수 원장이 최종 합류함으로써 통합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진보진영을 비롯한 제 정당세력의 참여는 차치하더라도 안 원장이 불참한 야권통합은 진정한 의미의 야권통합이 아닌 그저 과거 세력의 규합. 이른바 ‘도로 열린우리당’ ‘도로 민주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안철수 개인이 제1야당과 시민사회세력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 원장의 위력과 야권의 이 같은 ‘구애’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독주를 무너뜨릴 거물급 대권주자가 야권진영에 없다는 현실인식과 맞닿아있다. 이것이 바로 대의원 3분의 1이 ‘안철수 신당’으로 가겠다고 답한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 등이 대권잠룡으로써 내년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미 안철수 원장은 손 대표의 지지율을 뛰어넘은 상태다. 더욱이 아직 실체도 없는 ‘안철수 신당’은 한나라당을 비롯해 모든 정당의 지지율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은 통합정당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극에 달했다. 그리고 한미FTA 비준동의안 문제를 두고 민주당 지도부는 한나라당에 허를 찔리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결국 당 지도부에 실망한 대의원들의 불안감과 분노가 이들로 하여금 ‘안철수 신드롬’을 좇도록 하고 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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