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영·유종하 장관 자녀 “특혜 받았다” 투서


현직 외교부 인사,“외교부를 폭로한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 5급 사무관 특별채용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유 전 장관뿐만 아니라 전직 장관들 자녀 역시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정기국회를 앞둔 여야는 이미 유 전 장관을 포함해 두 전직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한 상황이다. 특히 국정감사를 앞두고 본지는 현직 외교부 서기관이 투서한 문건 전문을 입수했다. 현직 외교부 서기관이 작성한 총 A4용지 12페이지 분량의 이 투서형식의 문건에는 홍순영 전 장관과 유종하 전 장관의 자녀에 대한 외무고시 특혜 의혹과 외교부에 들어가 출세가도를 달린 배경을 비교적 상세히 털어놨다. 이 문건은 크게 3부로 나뉘어 1부에선 두 장관 자녀에 대한 특혜 의혹, 2부에선 장관출신 외 외교부 고위직 간부의 자녀 특혜 의혹, 그리고 마지막으로 1997년부터 시행됐던 외시 2부 시험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문건에는 왜 외교통상부가 ‘외교가족부’인지를 구구절절하게 보여줬다. 또한 국회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외교통상부 전직 장관 및 고위직 인사들을 증인채택한 가운데 터져나와 외교부를 초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현직 외교부 서기관으로 내부 비리의혹을 폭로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끄러운 심경의 일단도 보여줬다.

이 문건은 총 3부로 나뉘어 1부에선 유종하 전 장관(26대 외무부장관, 현 대한적십자사 총재)과 홍순영 전 외교부장관(28대 외교통상부장관, 현 국가보훈처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위원)의 두 자녀에 대해 외무고시 특혜 의혹을 우선적으로 제기했다. 또한 2부에선 전직 장관뿐만 아니라 고위직 자녀의 특혜 의혹을 그리고 마지막 3부에 외무고시 2부의 문제점[하단 박스기사 참조] 에 대해서 지적했다. 모두 실명으로 적시해 사실일 경우 10월 4일부터 시작될 국정감사에서 최대의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전직 두 장관 자녀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외무고시 합격 관련 특혜 논란, 두 번째는 입부(외교부 채용)후 승진 코스를 밟으면서 ‘장관의 자녀’로 누린 특혜 의혹으로 나뉠 수 있다. 첫 번째 의혹 부분은 본지가 처음으로 『외교부 직원, “현대판 음서제도 또 있다” 폭로(854호 정치면)』에 자세히 게재 한 바 있다. 홍 전 장관은 자식인 홍모씨(외시1부 97년 30회)가 외시에 합격할 수 있도록 외시과목을 변경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자녀 유모씨(외시2부 98년 31회)의 합격을 위해 해외 초중등에서 6년 이상 거주한 수험생을 대상으로 뽑는 외시2부제를 도입하는데 보이지 않는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었다.


두 전직 장관 자녀, “채용에서 승진까지 쭉 특혜”

이와 관련 홍 전 장관은 “아무 근거 없는 얘기”라면서 “행정부, 나아가 전체부서가 결정한 일이고 국가고시 문제인데 관이 하는 일이 아니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또한 그는 “(의혹)은 조직에 대한 모욕이고 나에 대한 모욕”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현직 외교부 서기관은 “행안부내 총무처에서 실시하는 외무고시는 외교부와 아무 협의없이 실시하는 게 아니다”며 “어차피 외교부에서 일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형식상 시험대행은 총무처에서 해주지만 시험과목은 기본적으로 외교부에서 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 인사는 투서에서 “당시 총무처관계자들을 증언대로 불러내어 물어보면 금방 확인되는 일”이라며 “시험 과목을 바꾸자는 이야기를 상식적으로 외시 과목 개편을 총무처에서 먼저 꺼낼 리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당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 있는 행안부 황모국장과 같은 부서 인사개발기획관의 김모씨를 들며 대질신문을 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 전 장관 역시 ‘아들이 외교관이 되게 하려고 외무고시 2부시험을 만들었다는 의혹’에 대해 “2부 시험은 행자부에서 만든 것이고 나는 관련법을 발의할 때 외교부에 있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서도 외교부 인사는 “장관 아니면 영향력이 없느냐”고 반박하면서 “유 전 장관은 장관 되기 직전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었고 그 전에도 외교부에서 계속 고위 간부를 해왔다”며 “또한 유 전 장관은 외교부내뿐 아니라 외교부 밖의 범공무원사회에서도 TK세력의 맹주노릇을 한 사람으로 부처내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고 반박했다.


북미1과→미대사관 근무, “차관은 따논당상”

특히 그는 외시2부가 첫 도입된 1997년부터 2001년전까지 이들 합격자들에겐 해당되지 않았던 ‘해외연수제도’ 도입 관련해서 “당시 담당과장 S씨가 유 전 장관 자녀가 포함된 외시2부생 해외 연수제 포함관련 제도개편 논의과정을 전직 장관에게 보고한 팩스 내용을 본적이 있다”며 “전직 장관 아들이 관련된 일을 전직장관에게 보고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으로 만약 거짓말을 할 경우 양재동에 소재한 외교안보연구원 문서들을 증거보전 신청해 확인하면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두 전 직 장관의 자녀가 똑같이 외시 특혜 의혹을 받고 있지만 똑같이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는 점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이다.

유 전 장관의 자녀 유모씨는 북미1과, 주미대사관, 중동국에 근무하고 있고 홍 전 장관의 자녀 홍모씨 역시 북미1과, 주미대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또한 두 인사 모두 외교부내 힘들다는 ‘영사과’에 1년 근무시킨 후 북미1과로 보내져 우연치고는 너무나 흡사한 부분이 많다.

특히 유씨가 영사관 1년 근무하고 북미1과로 떠나면서 그 자리에 홍모씨가 들어가고 1년 있다 유씨가 주미대사로 옮기니 그 자리에 홍씨가 들어갔다. 둘 사이의 차이는 유씨가 북미1과 근무 1년만에 미국으로 보내졌고 홍씨는 2년 근무시키고 나서 보냈다는 차이뿐이다.

한편 외교부내에선 ‘북미1과→주미대사’ 코스는 고위직으로 가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로 알려져 있다.

외교부내에선 “북미1과와 주미대사관 근무를 할 경우 외교부 차관은 따논 당상이다”라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이 투서에는 홍씨나 유씨가 주미대사관으로 옮기는 과정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홍 전 장관의 아들 홍씨의 경우 이 인사는 “홍씨가 미국으로 갈 당시 통상파트, 정무파트 다 합쳐서 전 직 장관 아들 달랑 혼자갔다”며 “통상 주미대사관 인사수요를 감안한다면 서기관급만 4~5명이 간다”고 지적했다. 또한 외교가에선 홍씨의 주미대사 인사 전 “홍 전 장관과 현직 장관이 만찬을 함께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외교부내 분위기가 흉흉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이후 한 주간지(시사인, “대한민국 외교관은 세습된다?” 2008.8.28일자)가 문제 제기를 하자 외교부는 수시 인사를 통해 국내에서 근무하던 H 서기관을 주미 대사관으로 급파, ‘물타기’ 시도 의혹을 받기도 했다.


젊은 직원들, “왜 폭로해요 손핸데…” 절망감

유 전 장관의 아들 유씨 역시 북미1과 1년만에 주미대사관으로 보내졌는데 경쟁자였던 권모씨가 능력이 뛰어났음에도 안돼‘아버지의 후광’으로 간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문건에는 “권씨는 외무고시 1부 수석으로 들어와 뛰어난 업무 능력으로 부서내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며 “이에 인사 운영팀, 기획예산담당관실을 거치면서 북미1과에서도 인정받았지만 권씨는 주LA총영사관으로 보내어졌고 외시2부로 들어온 유씨는 주미 대사관으로 보내졌다”고 회고했다. 당시 북미과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외교부내에서도 이 인사에 대해 말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끝으로 이 인사는 내부 인사 비리 의혹을 폭로하는 과정에 절망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젊은 직원들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젊은 게 뭐냐. 정의감이 있어야지. 좀 젊은 사람들이라도 나서서 바른 말 하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면 젊은 직원들은 ‘제가 왜 그래야 돼요? 그러다 불이익 받으면 저만 손핸데 뭐하러 높으신 분들 아들 딸 얘기를 제가 꺼내야 됩니까’라고 답하더군요. 정말 절망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직원은 “외교부는 스스로 자정능력을 상실했다고 생각한다”며 “외부세력에 의해 수술대에 올라야 하고 향후 외교부의 인사관리도 외교관들에게 맡기면 안된다고 본다”고 끝맺었다.

유정하, 홍순영 전 장관의 자녀 외시 특혜 논란 및 제기된 의혹관련 확인취재를 위해 전 중앙위인사위원 행안부 황모 국장과 외교통상부 설모국장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각종 사유를 들어 통화가 되지 않았다. 관련 인사들은 유 전 장관 딸 특혜 문제가 불거지면서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1997년 외무고시 2부·영어능통자 제도 도입, 그러나…

외시2부, “외교부 자녀위한 세습 티켓”

외시2부는 특채가 아니라 공채다. 시험 시행도 외교부가 아닌 총무처에서 했다. 도입배경은 해외동포 자녀들중 우수 인재를 채용한다는 미명하에 해외거주 6년 이상인 자에게만 응시기회를 부여하고 2차시험이 6과목인데 반해 3과목(1과목은 영어)만 시험을 실시했다.

1997년 외시2부 시험이 최초로 실시됐는데 홍보도 제대로 안돼 해외동포 자녀는 하나도 없었고 합격한 5명중 3명이 외교관 자녀가 선발됐다. 나머지 2명도 외국인 상사주재원 자녀였다.

그러다 2000년에 외시2부 응시요건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으로 외시2부를 영어능통자 시험으로 대체했다. 이 시험은 외시1부와 응시과목은 같지만 다만 답안지를 영어로 쓸 수 있게 한 점이 다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본지가 입수한 제보에는 웃지못할 해프닝과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즉 1차 시험의 경우 행안부가 실시하는 공직자적성시험으로 지문이 워낙 길고 문제수도 많아서 영어를 잘해도 국어시험을 못할 경우 통과하지 못하게 돼 있다. 반면 외시 영어능통자 2차시험은 6개 전과목을 영어로 실시하기 때문에 영어실력이 떨어진 사람은 탈락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 최종 합격자는 국어도 영어도 그저 그런 사람들만 합격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현재 외시2부로 합격한 직원은 9명인데 그중 해외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은 1명뿐이다. 나머지 대부분은 국내 Y대 출신이다. 대부분이 특례로 입학한 직원들로 외교부내에선 외시2부를 ‘외교부판 대학특례입학제도’라고 냉소적으로 내다봤다.

외시2부생들의 해외연수제 부여도 문제됐다. 외시2부 출신은 영어실력이 뛰어난 직원들을 채용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미 김대중 정권 초기에 당시 박정수 전 장관은 외시2부 출신들은 해외연수를 보내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 투서에는 당시 내부 결재한 문건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외교부 차관으로 있던 2001년도 인사위원회에서 외무고시 2부 출신들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2002년부터 실시된 외시2부에 대한 해외연수제도입관련 전직 장관이 자신의 자녀 해외연수를 다녀오기위해 압력을 넣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외교가에 돌기도 했다.

문제는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별도로 해외거주 6년 이상인 사람들만 뽑아 놓은 외시2부생들을 다시 영어권 지역으로 해외연수까지 보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통상 2년으로 1억 원 상당의 국민세금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공분을 살만하다. 현재는 제도가 바뀌어 외시2부 출신들은 영어 연수는 안 보내고 제2외국어 연수만 보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 문건에 따르면 외교부내에선 “외교관 자녀 출신 2부생들이 모두 영어권 연수를 다녀온 상태로 빨아먹은 단물은 이미 다 빨아먹은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외시2부를 기안할 당시 참석했던 조모 참사관은 애초 ‘해외대학과정 2년’을 응시요건에 포함하는 것으로 올렸지만 결재단계를 밟는 과정에서 ‘초·중등과정 6년이상 해외수학’으로 요건이 완화됐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물론 외교관 자녀들이 대다수 초중고는 외국에서 다녔지만 대학은 국내 대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한 예로 외시2부생들의 학부가 90%이상 국내대학 출신이라는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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