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포플리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도 복지예산을 올해 비해 6.4% 늘어난 92조 원으로 확정했다. 내년 선거해를 의식한 예산 배정이란 해석이 강하다. 우리 헌법에는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국가가 사회보장, 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해 놓았다. 헌법 명시는 그러했지만 우리나라가 현대 복지에 관심 가진 건 여타 선진국에 비해 너무 초라한 역사다. 선 성장 후 복지라는 패러다임이 오랜 세월 동안 불문율에 가까웠다. 그런 것이 국민 소득이 크게 증가하고 복지 수요가 팽창하면서 우리 복지예산 비중이 커졌다. 본격적인 국가 복지서비스 역사가 20여년 됐을 것 같다.

정부가 내년 복지예산을 크게 늘린 것은 작금의 국내외적 상황이 유럽 재정위기,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져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을 주목한 것일 수 있다. 사회적 약자층이 어느 때보다 삶을 위협받고 있는 국내외의 실정이다. 기득층에 대한 반발과 양극화에 대한 저항이 금융자본주의 본산인 뉴욕 월가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부의 분배 구조에 대한 분노가 도미노처럼 세계 각국으로 번지고 있다. 이런 때에 복지의 확대는 당연하다 하겠다. 더구나 우리사회는 출산율의 급전직하와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출산율 추락은 생산력의 문제를 떠나 국가 기반까지 흔드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 역시 10여 년 후면 우리나라 인구 20%가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되는 초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복지의 확대방향만은 분명히 옳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세수 증대가 어려운 상황이 걱정된다는 점이다. 자칫 우선 먹는 곶감이 달다는 식의 복지정책이 나라를 더 힘들게 만들면 그때는 복지 함정에 빠져 망하게 생겼다는 소리가 나올법하다. 여의도 쪽을 바라보면 아주 불길한 예감이 밀려온다.

내년 총선 앞둔 국회의원들의 선심성 예산확보 경쟁이 정부 예산안을 깎지 않고 오히려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부는 당초 올해보다 5.5% 늘어난 326조 원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이를 심사한 각 상임위는 아직 예산안을 의결치 않은 농림수산식품, 교육과학기술위원회와 예산안을 공개치 않는 정보위를 빼고도 10조 원에 이르는 예산증액을 요구했다. 대부분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사업 예산이나 복지 지출을 늘리기 위한 것들이다.

한·미 FTA 피해 대책과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문제가 걸려있는 농식품위, 교과위 심사가 끝나면 증액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다. 정부 예산안 보다 국회통과 예산 규모가 커지는 이변이 발생케 되는 것이다. 정부 예산안에 따르더라도 내년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관리대상수지는 14조 원 이상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유럽 각국이 재정 위기로 국가부도의 벼랑에 몰린 것을 보고도 선심성 예산 증액 경쟁을 벌이는 포플리즘 행태는 전국 지자체로까지 옮겨 붙고 있다. 복지로 나라 망한다는 소리가 곧 나올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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