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론’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는 형국이다. 신당론의 진원지로 통한 법륜스님이 최근 “신당이 내년 2월까지 가능하려면 적어도 12월에는 태동해줘야 한다”며 나름의 일정까지 제시했다. 그 시점에도 안철수 대학원장은 가타부타 한마디의 말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15일 재산 기부를 발표한 이후로 이외 사항에서는 줄곧 침묵한 상태다.

안 원장의 한 측근은 “안 원장이 설령 당을 만들더라도 ‘대리인’을 자처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안 원장은 지난 9월 윤여준 전 의원이 ‘안철수 신당론’을 말할 때 “내상각과 다르다”고 밝혀서 두 사람 관계가 서먹해진바 있다. 이 측근인사는 또 “안 원장은 자신이 출마해서 ‘당선될 수 있느냐는 것’보다 ‘정말 정치를 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을 당분간 더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기존 정치권에선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재편되는 상황을 의식해 안 교수가 움직이더라도 판이 짜여 지는 방향을 살펴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마나 ‘안철수 신당’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과 함께 구체화 되는 기류다. 야권 일각이 신당을 위해 안 원장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들은 안 원장이 총선 전에 정치판에 뛰어들길 주문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안 원장은 유구무언이다. 정치권의 무수한 관측 제기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의 침묵에 대한 해석이 구구하다. “고도의 정치적 테크닉”이라느니 “침묵은 일정부분 인정하는 의미가 있다”느니 가지가지다. “안 원장의 소심한 성격이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 절하도 있다. 주목되는 것은 ‘안철수 없는 안철수 신당’이 태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안철수 지지자들 위주로 당을 창당한 뒤 안 원장을 합류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제3신당론에 힘을 실어준건 역설적이게도 기존 정치권이다. ‘안철수 바람’에 놀란 여야가 쇄신과 통합을 내세웠으나 아직 달라진 건 없다. 다만 구체적 모습이 무엇인지 실체는 보이지 않은 채 연기만 자욱한 신당설에 촉각이 곤두서있을 뿐이다. 이러한 여야 정치권을 놀리듯 안철수 사람들의 알쏭당쏭한 말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때가 더 무르익을 때까지 야권이 더욱 철저하게 분열되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분열한 야권이 안철수 중심으로 뭉치는 그림을 상정해 보면 그것이 최상이라는 판단을 곧 할 것이다. 안 교수와 가까운 박원순 서울시장이 법륜 스님과는 달리 ‘안 교수가 양당체제 아래 비현실적인 제3당의 길을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분명한 뜻이 있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법륜 스님은 당을 만들라고 재촉하고 안 교수는 고심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어 지고 있다. 아주 낯설고 어색한 장면이다. 이를 ‘신비 정치’로 보는 시각과 야바위식 꼼수정치라는 비난이 혼재한다. 이 바람에 기존 정당들이 젊은층 눈치 보기에 정신이 없다. 일절 함구하고 있는 안철수 교수가 기존 정치권에 의해 저절로 커지는 상황이 신비하긴 하다.

이만큼 됐으면 그가 정체성을 분명히 밝히고 검증을 받아야 할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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